* 나얼 <Ballad Pop City> 프로젝트 ‘걸음을 멈추는 날’ 리뷰
나얼 발라드 프로젝트 <Ballad Pop City>
이별 마침표, ‘걸음을 멈추는 날’
도입부를 듣는 순간 소름이 돋았다.
꽤 많은 음악을 들었지만 이렇게 큰 임팩트를 준 도입부는 기억에 없다. 이어폰을 바꿨나 싶을 정도로 깨끗하게 전해지는 사운드에 놀랐고, 전주 없이 자신의 목소리로 곡의 문을 여는 색다른 방식도 인상적이었다. 너무 차분해서 이별의 슬픔이 더 선명하게 전해지는 도입부. 물론 도입부의 선명한 감성은 후반부에 격정적으로 폭발하며 또 한 번의 전율을 만든다. 이별은 그렇다. 애써 차갑게 받아들이면 가슴을 식히지만, 시린 가슴은 결국 더 큰 격정을 폭발시킨다.
나얼의 ‘걸음을 멈추는 날’은 발라드 앨범 <Ballad Pop City>의 세 번째 싱글이다. <Ballad Pop City>는 나얼이 작사, 작곡, 프로듀싱을 맡아 진행된 프로젝트로 ‘이별’이라는 첫 번째 주제로 펼쳐졌다. 성시경의 ‘아픈 나를’, 태연의 ‘혼자서 걸어요’가 먼저 발매되어 많은 사랑을 받았고, 마지막 싱글 ‘걸음을 멈추는 날’은 나얼 본인이 직접 불렀다.
곡에서 가장 돋보이는 부분은 짧은 곡 안에서 표현해낸 완벽한 감정 변화다.
도입부의 가사는 이렇다. ‘난 잘 있어요. 아무 걱정 말아요. 이젠 제법 익숙한 걸요.’
이별의 아픔을 담담하게 담아내고 있으며, 가사에 부합하는 서정적인 피아노와 스트링 선율이 곡을 채우고, 보컬 또한 체념한 듯 부드럽게 읊조린다.
하지만 걸음을 멈추고 추억이 밀려오면 더는 담담할 수 없다. 첼로의 묵직한 슬픔이 곡에 스며들고 슬픔의 감정은 터져버린다. 나얼의 격정적인 보컬이 기타와 함께 폭발하고 사랑을 잃은 이의 솔직한 절규에 오케스트레이션이 더해진다.
이별로 아픈 그가 혼자서 걷다 추억에 발을 멈추고 모든 슬픔을 쏟아내는 세 곡의 연속성도 재밌는 대목이다. 올겨울을 채운 세 곡의 이별 발라드가 많은 이들의 슬픔을 위로했으리라... 첫 번째 주제가 ‘이별’이라고 했으니 다음 발라드 주제가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벌써 다음이 기대된다. (글/대중음악 평론가 이용지)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