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트밖에 남지 않은 지금의 서울에 대한 기록
레인보우99의 정규 11집 ‘재개발 블루스’
재개발 블루스
서울은 여전히 재개발 중입니다. 그만큼 서울의 옛 모습들도 사라지는 중입니다. 프로젝트 재개발 블루스는 재개발로 사라질 공간들에 음악가인 레인보우99와 사진작가 박상용, 비주얼 아티스트인 김가현과 김이안이 함께 찾아가서 그 공간의 모습들을 아카이빙 하는 동시에, 그 공간 속에 들어가 곡을 만들고, 그렇게 만들어진 곡의 라이브 연주를 그 장소에서 촬영, 그래픽 작업을 더해 공개하는 프로젝트입니다. 프로젝트는 총 네 군데의 장소에서 진행 되었고, 네 곡의 음악과 영상이 공개되었습니다. 이번 앨범에는 청량리, 신림, 을지로, 방배 이렇게 네 곳에서 만들어진 곡들에, 레인보우99가 프로젝트를 돌아보며 즉흥적으로 연주한 곡 ‘재개발 블루스’와 레인보우99의 인터뷰 음성이 더해진 트랙까지 총 6곡이 레인보우99의 정규 11집인 '재개발 블루스'로 발매되게 되었습니다.
-Notes-
김이안 / Ian Kim
신림
"재개발 지역인 신림에 여러 번 가보았다. 여기저기 진입금지 표시와 경고 간판들로 외부 인들의 진입을 막고 있었다. 순찰하시는 공무원은 주기적으로 마을을 돌고 계셨다. 사람들의 침입으로부터 안전해진 이 구역의 주인공은 풀과 벌레들과 여러 생물들의 천국이 되었다. 그 모습이 모순적이게도 오래된 new town 같았다. 이전에는 보이지 않았던 모습들 을 관찰할 수 있었고, 곧 없어지게 될 현재 이 공간에서의 판타지를 표현해보고 싶었다.“
을지로
"나에게 을지로는 이질적인 공간이었다. 오랜 역사를 가진 식당과 가게, 그리고 높은 빌딩이 있는 곳, 뿌리를 내린 듯 한곳에 정착한 상인들과 바쁘게 움직이는 직장인들이 함께 있는 곳, 낮에는 생업을 위한 사람들의 땀방울이 있다면, 밤에는 레트로함을 쫓는 젊은이들의 웃음소리가 있는 곳 한데 섞일 수 없는 것들이 공존하는 을지로만의 정취가 독특하면서도 무엇 때문에 사람들을 모이게 하는지 궁금해졌다. 어쩌면 이 공간의 생명이 다되어 간다는 것을 알기 때문일 까? 아쉬움과 섭섭함으로 그것들을 기록해보고 싶었다.“
김가현 / Gahyun Kim
청량리
"청량리역과 전통시장에 도착하자마자 마주한 것은 새로 지어지고 있는 거대한 아파트였어요. 멀리서도 가까이에서도 보이는 누군가에게는 대단하고, 멋진 것. 하지만 전 금새 답답해 졌습니다. 훤히 보이던 하늘도, 정겹던 골목도, 수다스러운 동네 할머니들의 관심도, 다양했 던 가게들도 더이상 존재하지 않게 되었으니까요. 도시의 다양함이 똑같은 모습을 한 거대 한 아파트로 변해가는 것이 슬펐어요. 그나마 아직 변하지 않은 청량리 동네를 다니면서 남 아 있다고 느꼈던 것은 간판들이었어요. 요즘에는 잘 쓰지 않는 단어와 글씨체가 인상적이 었고, 언젠가는 사라질 것들을 잡아두고 싶어 재개발 블루스의 캐릭터들을 만들게 되었어요. 이상적인 삶의 공간이 무엇인지는 잘 모르겠지만 자본주의가 해결해주진 못할 것 같다는 생각에 꿈에서라도 재개발 블루스 캐릭터들과 함께 편안하고 즐거운 지상낙원을 상상해 봅니다."
방배
"방배 13구역은 파릇파릇한 느낌이었어요. 재개발을 위해 더 이상 사람들이 살지는 않았지 만, 귀여운 고양이들, 자신들의 집을 짓기에 한창인 거미들, 꽃을 찾아 날아다니는 나비들, 괜찮은 땅을 찾아 움직이던 개미들과 사람피를 좋아한다더니 사람이 없는데도 아주 많았던 모기들이 바쁘게 움직이고 있었거든요. 벽돌로 만들어진 집과 바닥의 보도블럭 사이에는 푸 른 잡초들이 멋있고, 풍성하게 자라고 있었어요. 이곳에 도착했을 때는 아직은 살기에 좋아 보이는 집들을 부셔버리고, 새롭게 지어야만 하는지 의문이 들었지만, 잠시나마 사람이 떠난 곳에 그들만의 세상을 평화롭게 만들어가고 있는 다른 생명들이 아름다워, 화가 났던 마음이 좀 나아졌어요. 어쨌든 진행되고 있는 재개 발이라면 좋은 방향으로 진행될 수는 없는 것일까? 마치 저 귀여운 생명들이 함께 어울려 지내는 것처럼_이라는 복잡한 생각을 하게 됩니다. *방배 13구역에 강아지는 없었어요. 하지만 요즘 제가 돌봐주고 있는 강아지 해찌를 그들과 친구가 되게 해주고 싶어 작업에 넣어 봤어요.”
RAINBOW99
“재개발 블루스 프로젝트를 진행하면서, 지금 서울의 재개발은 사람이나 환경을 위한 것이 아니라 돈을 위한 것이라는 것이 너무도 크게 다가왔어요. 앞으로의 개발들은 돈보다는 사람과 환경을 위한 개발이 되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간절합니다. 더 많은 이야기들은 앨범 의 마지막 트랙에서 확인해주세요.”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