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억을 담은 EP [제주시]
“지역명으로 곡을 써보는 건 어떨까”
시작은 누군가가 내뱉은 한마디였다. 올해 초, 코로나19라는 상황과 맞물려 움츠리기만 했던 상반기의 시간이 지나고 좀 더 나아가기 위해 서울로 이주를 계획하던 시기. 제주를 살면서 좋은 날도 있었고, 싫은 일도 있었던 것 같다. 그런 다양한 추억들이 담긴 제주에 대해 떠나기 전 어떤 형태로든 흔적을 남겨보고 싶었다. 그렇게 작업실에 혼자 덩그러니 앉아 기타를 치기 시작하며 곡을 쓰고, 악보를 그리고, 녹음을 이어가며 이 앨범을 만들어 보았다. 그렇게 만들어진 나의 추억이 담긴 ‘제주’를 6곡의 노래들로 기억을 공유해본다.
1.월정리
내가 기억하는 첫 월정리는 ‘고래가 될’이라는 카페가 있던 한적한 해변이였다. 작은 담벼락속에 사진을 찍으면서 놀던 그때 그 월정리의 풍경. 새뜻한 분위기의 그 곳을 불러본다.
2.안돌오름
제주에 살면서 오름에 올라가봤던 일은 열 손가락 안에 들 정도로 흔한 일은 아니였다. 그러던 20년도 어느 2월에, 학교 후배들과 함께 차를 이끌고 돌아다니던 중 이 오름의 초록의 잔디밭을 만나게 된다. 덩그러니 놓여진 큰 파레트 위에 기타를 치고 놀던 우리. 즐거웠던 기억을 남겨본다.
3.제주시
한눈을 판 사이에, 제주의 많은 것들이 변해간다. 알고 있던 모습들은 추억과 역사가 되어가고 사람들은 변화의 서서히 익숙해지면서 일상을 보낸다. 늘 그랬듯이
4.탑동
아침의 조깅하는 사람들, 한 낮에 뛰어다니는 아이들, 저녁의 농구를 하는 사람들, 한 밤에 맥주 한 캔과 함께 이야기꽃을 피우는 사람들, 그곳을 걸어다니면 똑같은 풍경이 순환하는 듯 하다. 잔잔한 운치와 웃음이 가득한 안락한 공간 같은 이 장소를 불러보았다.
5.연동
연동이라는 동네에서 10년을 넘게 살며 유치원, 초등학교, 중학교, 고등학교, 대학교 초중반까지의 시간을 보냈던 기억이 있다. 그때의 풍경은 변하거나 없어졌지만 내 기억 속, 어릴 적의 연동을 회상하며 이 노래를 불러본다.
6.수산리
콘크리트 바닥과 그 옆에 펼쳐진 저수지, 산책로를 걸으면 만나는 크나큰 곰솔나무, 그네가 지켜보는 물메오름. 잎사귀의 노래와 수면의 고요함이 가득한 이 곳을 노래로 남겨본다.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