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지막이 부르는 서정의 순간들 - 큐한 정규 2집 '풀빛푸른'
재즈 보컬 큐한이 두 번째 정규 음반 '풀빛푸른'을 발표했다.
큐한은 2008년 EP 'Woodside'를 선 보인 이후, 큐한밴드, 모색(프리재즈/크로스오버), SMFM(집단창작오케스트라), QnA(혼성 재즈 듀엣), 태지큐(EDM) 등의 팀으로 음반과 공연 활동을 이어온 가수 겸 작곡가이다.
팀이 아닌 개인 음반으로는 2010년 '널 만나러' 이후 12년 만인 이번 앨범은 큐한의 음악 경력에서 다소 의외의 행보이다.
지금까지 큐한이 발표한 음악들은 형식과 사운드, 내용 등에 있어서 자신이 해보지 않은 스타일을 시도한 결과들로 이어져 왔다.
이와 달리 2집 '풀빛푸른'은 사운드를 최소화하고 지극히 선율과 가사에 집중하는 곡들로 구성되어 상당히 고전적인 느낌을 준다. 이는 앨범 전체를 관통하는 정서인 '서정의 순간들'에 조용히 빠져드는 분위기를 자아내기 위한 의도일 것이다.
오랜 기간 큐한과 호흡을 맞춰오고 있는 이명건의 피아노 연주는 절제와 화려함을 넘나들며 곡들이 추억하는 시공간들을 아름답게 채색해주고 있다.
지난 날의 마음들이 얼마나 소중한지를 전달하는 것이 앨범을 아우르는 주제라면, 담담한 표현과 여백이 두드러지는 보컬·피아노의 듀엣 편성은 이 주제에 잘 맞아 떨어지는 탁월한 선택이다.
수록된 9곡 중 <어김없이>(백자 작사/작곡)를 제외하고 전곡이 큐한의 자작곡이며, <Woodside>는 2008년 발표한 곡을 리메이크했다. 두 곡의 보컬 듀엣 곡 중 <노래를 부르네>는 국내외에서 왕성하게 활동 중인 재즈보컬 강윤미와 호흡을 맞췄고, <오늘도 산책>은 큐한의 딸 심은과 함께 반려견과 반려인의 마음을 노래했다.
첫 번째 곡 '풀빛푸른'을 앨범명으로 쓴 이유는, 곡들이 추억하는 순간들이 계절과 세월에 상관 없이 가슴 속에 언제나 푸르게 남아 있음을 은유한다고 해석할 수 있다.
* 수록곡 소개
1. 풀빛푸른
언제나 변함 없이 푸르고 싱그러운 사랑이 있다면 아마 아이에 대한 사랑이 아닐까.
큐한이 아이를 생각하며 만든 곡으로 6/8박자 리듬을 활용해 경쾌함을 주는 곡이다. 앨범 수록곡들에 담긴 마음들이 여전히 푸르고 소중히 간직되고 있음을 의미하고자 앨범명으로도 사용하였다.
2. 오늘도 산책 (feat. 심은)
서로를 한없이 신뢰하고 사랑하는 마음은 주변에도 얼만큼 큰 웃음과 위로를 주는지… 반려인과 반려견의 따뜻하면서도 애틋한 마음을 노래한 곡.
큐한의 딸 심은 어린이가 반려인을 맡았고, 큐한이 반려견의 마음을 의인화해 노래했다. 정통 스윙 재즈의 느낌이 물씬 나는 피아노 연주가 가사의 재미를 더욱 살린다.
3. 겨울바다
매서운 바람이 쉼 없이 부는 한 겨울의 바닷가. 알 수 없는 각자의 마음으로 아련히 바라보는 겨울바다. 바람보다 더 차갑게 느껴지는 침묵.
불완전협화음의 적절한 배치와 비화성음(경과음)을 멜로디에 활용함으로써 모던한 재즈의 느낌을 준다. 간주에 흐르는 피아노 연주는 바람과 파도로 소란하면서도 쓸쓸함이 베어나는 겨울 바다의 정경이 보이는 듯 하다.
4. 바스락바스락
낙엽처럼 이미 말라버려 생기 없는 기억들이지만, 바람 불면 어지러이 날고, 밟으면 바스락거리며 여전히 그 존재를 느끼게 하는 숱한 추억들…
2도 진행으로만 구성된 화성으로 정적인 느낌을 최대화하였고, 4박자 흐름 속 중간중간 3박자를 배치함으로써 정적인 분위기를 환기해준다. 점점 고조되는 일반적인 구성과는 달리 곡이 흐르면서 점점 잦아들어 가는 악상이 감상자를 더욱 상념에 젖게 한다.
5. 노래를 부르네 (feat. 강윤미)
살짝 닿는 손, 바람에 나부껴 뺨을 건드리는 머리카락, 스치듯 마주치는 눈동자… 사랑을 막 시작하려는 두 사람의 두근거리는 맘을 눈에 보이는 듯 그려낸 곡
현재 재즈 분야에서 다양한 팀으로 왕성하게 활동 중인 보컬 겸 피아니스트 강윤미와 호흡을 맞추었다. 두 보컬 모두 평소 공연에서 보여주는 힘과 기교를 잠시 내려놓고 소박한 느낌으로 곡의 분위기를 연출했다.
6. 어김없이
햇살, 꽃무리, 거리의 풍경과 사람들… 그 어느 것 하나 예년과 다를 것 없고, 당신의 빈자리에서 느껴지는 사무치는 그리움까지도 어김없이 찾아오는 봄.
포크 가수 백자의 1집에 실린 곡을 리메이크한 곡. 역동적인 사운드를 활용해 절절함을 더한 원곡과 달리 조용히 펼쳐지는 피아노 연주와 잔잔하게 이어지는 보컬이 애절함을 더한다.
7. 눈소리
종일 큰 눈이 내려 주변이 온통 흰 눈으로 덮인 춥고 조용한 어느 겨울 오후. 눈으로 지워진 세상을 보니 마음 속에서 지워진 줄 알았던 옛 시절이 떠오르고, 눈이 쌓이는 소리가 들리는 듯 그 시절의 소리도 들리는 것만 같아 괜히 무거워지는 마음.
레가토를 충분히 살린 현악기가 떠오르는 선율은 가곡의 느낌이 풍긴다. 간주를 채우는 피아노 연주는 보컬의 노래와는 사뭇 다른 뉴에이지 음악의 분위기로 흘러가는데, 마치 오래 잊고 있었던 시절을 회상하는 듯한 아련한 느낌을 전달한다.
8. Woodside
수도 없이 걷고 걸었던 그 길. 여전히 뚜렷하게 기억나는 그 길 위에서의 내 마음… 시간을 추억의 계기로 삼은 다른 곡들과 달리, 추억의 공간이 소재가 된 곡.
큐한이 처음 발표한 EP <Woodside>(2008)에 수록된 곡을 리메이크한 곡이며, 세련되면서도 한국적인 재즈 발라드를 들려준다.
9. 마지막 편지
추억 그리고 그 시절에 보내는 마지막 인사.
* 음반 크레딧
노래 - 큐한, 심은(track 02), 강윤미(track 05)
피아노 - 이명건
개 목소리 - 닥훈(track 02)
작사, 작곡 - 큐한 (track 6 <어김없이> - 백자)
편곡 - 큐한, 이명건
감독 - 큐한
녹음 - 김용근, 신대섭 (이레 레코딩 스튜디오)
믹싱 - 안 석 (Soundrawing 스튜디오)
마스터링 - 안 석 (Soundrawing 스튜디오)
디자인 - 주로
일러스트 - 허지영
배급 - 포니캐년코리아
제작투자 - 포니캐년코리아, 큐한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