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재명 (Yoon Jae Myung) 'Pain With Joy' 디지털 싱글 음반에 붙여
사실은 "Pain" 이라는 곡과 "With Joy" 라는 별개의 곡이지만 두 제목을 붙여놓고 보니 참 그럼직하다. 실제의 삶이 늘 Pain With Joy 혹은 그 역인 까닭에. 처음 음악을 틀어놓고 들은 생각은 '가요 (歌謠, Song)'적이라는 느낌이었다. 요즘의 한국 대중가요와 흡사하다는 의미가 아니라 분명 보컬이 없는 연주곡 임에도 Instrumental 느낌보다는 Song의 느낌이 많이 든다는 것. 이 느낌을 굳이 '좋다, 덜 좋다.'를 나눈다면 좋다라고 하겠다. 생각해 보면, 다시 한번 '굳이' 장르를 나누지 않더라도 팝이든 락이든 블루스든 재즈든지 간에 우리가 사랑하는 수많은 연주곡들이 그 음악을 듣고 난 후에 그 Song적인 멜로디가 기억에 남아 입으로도 흥얼거리기가 좋지 않나 하는 이야기다.
몇 번 들으면 질려버릴 최신 유행의 그것도 아니고 사실 그런 관점에선 조금 구식의 느낌도 있겠다만 저 멀리 '기타 레젼드'의 나라에서 도 닦는 음악도 아닌 것이 참 솔직하고 담백한, 그리고 진지하면서도 친근한 곡과 연주라고 느껴진다. 첫번째 트랙 "Pain"은 '락발라드의 향수에 젖다.' 기타가 부르는 노래. 어떤 보컬이 너무나 기예적으로 노래를 잘 부를 때 우리는 그런 보컬을 악기에 비유하곤 한다. 이 곡은 반대로 기타가 부르는 노래라는 느낌이 들었다. 물론 기타리스트 작곡가 특유의 기타적인 라인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너무 진지하게, 장엄하게, 죽을 듯 쏟아내는 고통의 느낌은 아니어서 작곡가가 생각하는 Pain이 더 공감이 간다. 그러나 표제 'Pain'을 모르고 들어도 과하지 않은 호소력이 은근히 따뜻하다. 두번째 트랙 "With Joy"는 산뜻한 바람이 불고 햇볕은 그리 쨍쨍하지 않은, 딱 내가 좋아하는 날씨 같은 음악. '기운내. 다 잘될 거야. 웅크리지 말고 일어나!' 이런 얘기 말고 '편하게 생각해.' 라고 말하며 어깨를 툭 쳐주는 느낌이다. 요즘의 음악답게 노이즈 하나 없이 깔끔하고 디테일하게 설정된 스테레오 패닝, 꽉 차는 녹음과 믹싱이 조금은 지나치게 쿨한 기분도 들지만 그건 아마도 필자가 지나치게 아날로그 가이여서 그런지도 모르겠다. 올 봄, 혼자 뚜벅뚜벅 걸어 다닐 때 스마트한 전화기에 담아서 이어폰으로 듣기 좋은 음악이라고 생각한다. - 뮤지컬감독 박용전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