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른 사람 앞에서 자신을 좋아하는 티를 내지 않는다며 서운해하는 사람. 이 사람에게 무슨 말을 해줘야 마음이 풀릴까? 생각해 보니, 내가 사람들 앞에서 할 수 있는 일은 ‘노래를 부르는 것’. “그럼 널 위해 노래를 부르면 되겠다! 그런데 어떻게 표현하지?… 그냥 솔직하게 표현하자! 있는 그대로.”
20대의 중턱에서 스스로 위로받고 싶어 써 내려간 곡이다. 유독 우울하던 시기였다. 바쁜 만큼 일상이 휑하기도 하고, 자려고 누우면 못 끝낸 일정들이 머릿속을 헤집어 가슴이 답답하고 숨이 막혀왔다. 그렇다고 내 사정을 전부다 풀어놓으면 마냥 철없는 어린아이가 되는 기분이라 내 감정들은 뒤로 숨길 수밖에 없었다. 이게 과정이겠거니, 그러려니, 그럴 수도 있지. 정도로 생각하면 괜찮았다. 사실은 괜찮은 줄 알았다. 그 후 우연히 접했던 테스트와 심리 상태에 대한 결과에 따르면 모두 ‘괜찮은 척’ 이였더라. 그래서 기타를 내려놓고 건반에 손끝을 올렸다. ‘쓸쓸함’보다는 ‘묵직함’이 더 잘 어울린다 생각했다. 그런 묵직한 연주에 비해 나는 너무나도 어린 사람이라 성숙한 생각을 하는 것이 두려우니, 울음도 삼키는 것보다 꾸역꾸역 먹고 있는 모습이 내겐 더 잘 어울렸다.
이젠 속없이 웃지 않는다. 이젠 겁 없이 뛰지 않는다. 더 이상 좋아하는 걸 말하지 않았다. 아니, … 못했다.
“그냥 이곳은 그런 곳이니까”
Arranged by Glory Jeong, 몽글, 박경환 Vocal 몽글 Piano Glory Jeong Bass 조용원 Drums 곽지웅
07. 슬리퍼(We're meeting in slippers)
/// 가볍게 타오른 거지 헛된 생각 하지 않아 /// ‘가벼운 만남, 가벼운 작별’ 내겐 어렵고 너에겐 쉬운 것들. “기억해야 해 알고 시작했잖아. 숨기는 법을 알아야 해, 타오르듯 사랑하고 여지없이 떠나자.” 가장 바닥에 있는 감정을 숨기려 연한 진심에 진한 색을 입힌다. /// 가볍게 타오른 거지 헛된 생각 하지 않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