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세상에 마지막으로 고한 이별은
당신을 향한 것이 아닌 나를 향한 것이었다.
모순적 이게도, 저무는 계절에 담긴 당신을 잊으려면
당신에게 남겨두었던 나의 잔상을 또렷하게 상기해야만 했으니
지나간 시간에 두고 온 것이 나였던가 당신이었던가, 마음 한켠이 까끌하다.
당신을 영원히 사랑하고 싶어서 나는 소멸을 받아들이기로 했다
그대와 내가 0의 수평선에서 만나게 되는 날
우리는 먼지처럼 소멸할 테지만
그대가 남겨둔 여백은 혜성처럼 밤하늘을 유영하리라
오직 여백만이 영원하지 않은 채로 남겨지리라
2.
0[ZERO]은 그 존재만으로 소멸을 동반한다
순수한 ∞[無限大]의 띠를 걷기 위해 나는 반드시 당신을 지워내야 했으니
소멸[0]과 영원[∞]은 필연적으로 궤를 함께하는 것이 아닌가
이처럼 합리적인 모순 속에서
나는 그대를 비로소 완결지을 수 있었다.
방황의 완결이 여행이 될 수 있게
수면을 그리는 물꼬리를 감상하며 유유히 떠돌라는 K의 말
그래서 당신은 신기루조차 보이지 않는 이 바다에
당신을 영영 표류하도록 내버려 두고 떠났나. ....
![](http://i.maniadb.com/images/btn_back.gif)
![](http://i.maniadb.com/images/btn_more.gif)