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밀하고 농염한 당신과 나만의 비밀’ 타루X김페리 미니앨범 [NOIRE]
우리는 상대방의 드러나는 행동과 표정 따위로 마음과 과거를 다 알 수 있을까? 물론 불가능한 일이다. 그 어떤 누군가는 허락하지 않은 사랑을 하고 있을지도 모르고, 내 옆의 누군가는 희대의 살인마 일지도 모른다. 그리고 그것은 모두 ‘비밀’이다. 눈을 보고 상대의 속임수를 파훼한다는 타짜들도 상대방의 무덤까지 지키고 싶은 비밀까지는 알아낼 수 없을 것이다.
‘비밀’ ‘금지된 것’ 그리고 ‘누아르’의 키워드를 가지고 악곡을 시작하는 앨범은 시종일관 미니멀한 사운드와 마이너 한 멜로디로 청중을 만난다.
완전히 절제된 일렉트로닉 사운드에 타루의 완숙미 넘치는 보컬, 김페리 특유의 기타 사운드가 이 앨범이 얼마나 건조한 감정으로 노래하는지 ‘INTRO’ 트랙에서부터 알 수 있다. ‘ADIOSLOVE’나 ‘피그말리온’에서 알 수 있듯 응축된 감정은 곡 중에서 한 번씩 폭발하기 마련이지만 절제를 잊지 않는다. 누구도 알아서는 안되기 때문이다. ‘LOVER’에서 화자는 이 사랑을 멈추고 싶어하지만 사랑이란 것이 그럴 수 있는 것이 아니기 마련이다. 결국은 이 지독한 사랑을 끝낼 수 있는 건 둘 중 한 사람이 사라져야만 하는 걸지도 모른다. 잃을 것이 다분한 위험한 사랑보단 안정을 택한 두 사람의 이야기는 결국 마지막 트랙의 제목처럼 ‘비밀’로 모두 묻어두기로 한다.
프로듀서 김페리와 가수 타루는 앨범 제작 시 한 가지 이미지에만 몰두했다. 그리고 앨범은 음원만으로도 충분히 그 이미지를 그려낼 수 있을 정도로 무드를 유지한다. 한 앨범을 다 듣고 나면 영화 한 편을 본 듯한 기분이다. 그 자체로도 앨범은 수작이다.
김페리와 타루는 제작 당시 더 이상 타루가 ‘홍대여신’으로 소비되는 걸 원치 않았다. 기존의 이미지는 모두 버리고 그녀가 온전히 뮤지션으로써의 역량으로만 평가받길 바랐다. 타루 역시 김페리라는 뮤지션이 가진 프로듀서로서의 역량을 완벽히 캐치했다. 둘의 시너지는 앨범의 모든 트랙에서 빛을 발한다.
영화 ‘색계’에서 왕치아즈는 이를 암살하려 하지만 사랑에 빠지게 되어 비참한 결말을 맞이하게 되고, 아이러니하게도 그 파괴적인 결말을 맞이할 때가 되고 나서야 진짜 나를 찾게 된다. 앨범은 금지된 것을 노래하지만 그것으로 인해 진짜 나를 찾게 되는 뮤지션들의 ‘비밀’ 같은 이야기가 숨어있는지도 모르겠다.
숨기고픈 비밀 이야기가 궁금한 당신에게 이 앨범을 추천한다.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