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응원을 잘 하는 사람이 되고 싶습니다. 특히 이미 충분히 잘 하고 있는 훌륭한 나의 친구들과 팬분들 앞에서는 말을 고르는 데 더 많은 시간을 쓰게 되네요. ‘이미 잘 하고 있잖아’, ‘너는 별로 걱정이 안 돼’, 같은 말은 어쩐지 당신과 나를 갈라놓기만 하는 듯 보입니다. 사랑하는 사람들. 여러분들의 도전과 반항, 대치와 결심을 충분히 고른 단어와 멜로디로 응원해요!
1, 제비(2022. 2)
“돌아오는 네가 가져올 것들이 기대돼”
제비는 봄과 여름에 한국으로 와 번식하고 가을철에 남쪽으로 가 월동하는 여름철새이다. 나고 자란 곳을 떠나 새로운 곳으로 가겠다 결심하는 일은 언제든, 누구에게나 절대 쉽지 않다. 어려운 결정을 걱정하기보다 그곳에서 돌아온 뒤의 당신을 함께 상상하는 것으로 응원하려 했다. 용기 내 출발하는 이들을 위한, 결국은 나를 잊지 않고 돌아올 사람들을 위한 응원.
2, 약속(2022. 1)
“다시 못할 약속을 응원해”
물론 사람일 모르는 거니까, 결혼이 삶에서 꼭 한번뿐인 행사라고 말할 수는 없지만 아무도 결혼을 결심할 때 이런 상황을 염두에 두지는 않을 것이다. 남은 삶을 당신과 함께 하겠다고 스스로, 서로가, 모두의 앞에서 약속하겠다 결심하는 일. 여전히 나에게는 너무나 어른의 용기처럼 느껴진다. 내가 한 약속을 지키기 위해 오래 노력할 사람들을 위한 응원.
(올해 2월 결혼한 사촌오빠 결혼식의 축가로 쓰였습니다)
3, 그네(2021. 3)
“어린이는 그냥 응원해”
어릴 적 살았던 동네는 작은 단독주택가였다. 각각 작은 앞마당이 있었는데 앞집 할아버지댁 마당 안에는 아파트 놀이터에나 있을 법한 큰 그네가 두 개 있었다. 어린 마음에 그네가 너무 타고 싶었지만 할아버지가 워낙 엄한 분이셔서 물어볼 엄두도 내지 못했다. 나도 나중에 그네를 가진 어른이 되어야지 하고 생각한 시절이 그네가 있는 곳에 가면 어렴풋이 떠오른다.
아이들만의 공간이 필요하다. 어른들은 아이였던 기억을 순식간에 잊어 그들만의 공간이 생기는 것을 걱정한다. 가장 위험한 건 아이들의 공간에 들어간 어른이다. 어린이들의 공간을 위한 응원.
4, 분명(2022. 2)
“네가 한 일은 분명, 그 자리에 있어”
이제 대부분의 사람들은 가스라이팅 이라는 단어의 의미를 알고 있다. 여러 방식으로 변형되어 우스갯소리로 사용되기도 하고, 교묘한 사람들은 이를 통해 상대가 ‘싫다’는 말을 할 수 없게 만들기도 한다. 분명히 싫다고 말했고 아니라고 말하는데도 듣지 않으면서 어물쩍 넘어가는 사람들에게 휘둘리고 싶지 않았다. 다른 건 몰라도 내 의사를 굽히지 않았다는 걸 적어도 스스로는 알아주고 싶다. 때로는 어떤 사실을 분명히 하는 것만으로도 나아가는 거야. 그럼에도 분명히 말했던 사람들을 위한 응원.
5, 신과 함께(2021. 2)
“죽음을 마주한 사람들을 위한 응원”
다시는 볼 수 없다는 조건 앞에서는 아주 굳건한 결심도 조금은 빈 틈을 보인다. 결국 우리 모두는 헤어진다는 걸 받아들이고 지금을 즐겨야 하지만 그럼에도 겁이 날 때는 전래동화만 한 게 없다.
어릴 적 어두운 밤과 잠이 두려울 때면 아빠가 전래동화를 읽어주셨다. 한글을 뗀 이후 낮에 혼자 몇 번이고 읽어 내용은 다 알았어도 아빠가 읽어주는 글맛에 그냥 또 듣고 있다 잠에 들었다.
인간이 마주하는 가장 큰 사건인 죽음이 두려운 사람들에게 이후의 이야기를 읽어주며 지금의 용기를 나지막히 응원하는 노래.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