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우려고 노력한 몸짓 사이로 잊으려고 들이킨 빈 잔 속으로 한 조각을 잃어버린 퍼즐처럼 공허함이 넘친다.
아무리 노력해도 채워지지 않는 공허함의 자린 늘 거기인가 보다.
궁금했다 시작이 있으면 끝이 있듯 우리의 삶은 결국 끝에 다다를 텐데 그 마지막 모습은 어떨까.
우리네 삶은 우리에게 그다지 친절하지 않아 많은 노력에도 걸맞은 보상을 주진 않는다.
그래서 더 궁금했다. 우리의 마지막 모습은 어떨까.
이런 잡생각을 소지품처럼 늘 가지고 다니던 어느 날 소음이 필요해 틀어놓은 뉴스에 눈이 가던 날이었다.
그 날도 뉴스는 늘 불평불만 잔소리를 떠들어 대는 친구처럼 듣기 좋은 소린 없었고 채널을 돌리려던 차.
고독사에 대한 뉴스를 보게 되었다.
사망 후 며칠 뒤 반갑지 않은 고지서가 쌓이고 썩어가는 냄새로 자신이 이 세상과 이별을 했음을 이웃들에게 겨우 알릴 수 있었던 쓸쓸하고 외로운 죽음.
모두의 축하와 사랑을 받고 이 세상에 등장했을 때와 달리 퇴장하는 이의 모습은 등장 때와 너무 상반된다.
그가 어떤 삶을 살았건 어떤 모습을 하고 있던 친절하지 않은 이 세상을 끈기 있게 살아온 우리 모두는 등장보다 퇴장에 더 큰 축하와 위로가 있어야 한다고 생각하기에 마음이 무거웠다.
그의 아침은 얼마나 외로웠을까, 그의 밤은 얼마나 후회됐을까 그는 과연 내일을 기대했을까.
이러한 생각이 온몸을 휘감았고.
다음날 이번 앨범 "여기있었다"라는 곡을 쓰게 됐다.
감히 그의 밤을 상상할 수 없었고, 그의 낮을 경험할 수 없었지만 그의 방에 초대된 나로 그가 하고자 하던 이야기를 조용히 상상해 보았다.
마지막까지 발버둥 치며 자신을 증명하려던 이의 외침은 끝내 누구에게도 닿지 않고 이내 사그라들었지만 수고하고 고생한 그의 지나온 삶 뒤에 조용히 박수를 보내본다.
이번 분리수거 밴드의 노래는 이러한 죽음에 귀 기울여 보자는 의미에서 시작된 곡이다.
절제된 악기 사운드에 본연의 악기 특성을 내려놓고 온전히 곡의 흐름과 곡의 조화에 집중한 이번 곡은 기본 리듬의 틀을 깨고 림샷을 리드미컬하게 때리며 마지막 길을 떠나는 이의 복잡한 감정을 표현 드럼과 반복되고 절제된 리프로 바람 앞에 촛불처럼 불안한 심리를 표현한 기타가 인상적이다.
특히 베이스는 리듬과 세컨드 기타의 역할을 동시에 맡아 곡의 다이내믹을 주도했고 아웃트로의 베이스 연주는 떠나간 이가 더 나은 곳에서 갔기를 바라는 희망이 담겨있다.
보컬 또한 평소 분리수거 밴드에 유쾌함과 파워풀함이 아닌 죽은 자의 집을 방문했을 때 드는 미묘한 감정을 담담하게 풀어 나갔다.
사람은 실패했을 때보다 위로받지 못했을 때 좌절한다는 말이 생각난다.
결국 우리의 공허함은 우리가 서로의 퍼즐이 되어 위로하고 채워야 할 빈자리 아닐까.
Credits]
Produced, Directed by 분리수거밴드(BLSG) : 김석현(보컬), 염만제(기타), 최현석(드럼), 최현수(베이스)
Composed by 김석현
Lyrics by 김석현
Arranged by 분리수거밴드
Guitar by 염만제
Bass by 최현수
Drum by 최현석
Recorded by 윤승훈, 최현수, 김석현 @사운드박스뮤직
Mixed by STi @Artistation
Mastered by 권남우 @821 Sound Mastering
Artwork Designed by 문범
Official Video by 분리수거밴드, 서타이거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