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에서 온 새로운 시작
유채훈의 Gift Song ‘Il Mondo’
팀으로 활동하던 뮤지션이 솔로 작품을 내놓을 때 가장 먼저 고민하는 부분은 차별화다. 솔로로 내놓은 결과물에 “새로움”이 없다면 그 뮤지션의 솔로 활동은 이벤트에 그칠 수밖에 없다.
라포엠(LA POEM)의 유채훈도 같은 고민에서 홀로서기를 시작했으리라 짐작한다. ‘어떻게 새로운 시작을 알릴 것인가?’... 유채훈은 역설적으로 그 “새로움”을 과거에서 소환했다. 홀로서기를 위해 처음으로 준비한 작품은 ‘전설의 테너’라는 수식어로 팬들에게 자신을 처음 각인시켰던 ‘Il Mondo’다. 예상치 못한 문제로 인해 미니 앨범 <Podium>보다 발매가 늦었지만, 이 곡은 세 달 전에 이미 완성되었다. 레코딩 순으로 본다면 이 곡이 유채훈의 솔로 첫 작품이다.
‘Il Mondo’는 이탈리아의 작곡가이자 영화배우 ‘지미 폰타나(Jimmy Fontana)’가 1965년 발표한 칸초네로 이후 많은 버전으로 편곡되어 인기를 누렸다. 오래된 곡이지만 국내 팬들에게도 낯설지 않다. 영화 <어바웃 타임>의 결혼식 장면에 삽입되며 관심을 받았고, <팬텀싱어 3>에서 유채훈이 불러 더 큰 관심을 받았다. 프로그램 1회에 방송된 유채훈의 ‘Il Mondo’는 시작부터 그를 주목받는 참가자로 만들었고 이내 우승까지 이어지는 발판이 되었다.
유채훈은 그동안 팬들에게 받은 사랑을 보답하는 ‘Gift Song’으로 이 곡을 다시 불렀다. 과거의 감동에 성장의 시간이 더해졌으며, 경연용이 아닌 앨범용으로 다듬어 완성도를 높였다. 자신을 처음 알렸던 과거로 돌아가 그 영광을 다듬어 다시 현실로 돌아온 셈이다.
영화 <어바웃 타임>의 결혼식 장면은 비바람이 쏟아지고, 우산과 천막이 찢어지며 하객들이 물벼락을 맞지만 웃음과 행복이 가득하다. 바로 그 장면에 삽입된 이 노래 ‘Il Mondo’. ‘세상은 한순간도 멈춘 적이 없어요. 낮이 가면 밤이 항상 따라오죠. 그리고 또 하루가 밝아와요.’ 끊임없이 과거로 향하던 주인공이 진정한 사랑을 찾은 뒤 현재의, 현실의 가치를 이어가는 스토리... 의미심장하다. 유채훈의 홀로서기가 이벤트가 아닌 스스로의 가치를 증명하는 긴 걸음이 될 것임을 짐작케 한다.
성악가가 혼자서 대중음악으로 성공하기는 쉽지 않다. 크로스오버 전문 가수들이 등장하고 사랑받을 수 있는 이유다. 유채훈은 크로스오버 최적화 보컬을 자랑한다. 특유의 감성적 부드러움 때문이다. 성악의 품격으로 대중음악을 부드럽게 끌어당기는 힘을 가졌으며, 테너로서의 강한 힘은 클라이맥스에 집중시켜 감동의 크기를 배가시킨다. 크로스오버 테너로서 유채훈의 성공가도를 기대하기 충분하며, ‘Il Mondo’는 과거에도 지금도 그 가치를 증명한다.
<어바웃 타임>의 주인공이 수없이 도착한 과거는 항상 새로운 현재를 만들었다. 과거로 돌아가 새로운 현재를 시작한 솔로 유채훈의 도전에 박수를 보낸다.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