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15B’ [은하 상점 (Feat. 김유나)]
어른들을 위한 동화 ‘은하 상점’
- 다음의 이야기는 실화가 아닌 허구임을 밝혀둡니다 -
조선시대 권력가 한명회가 ‘부귀공명 다 버리고 해오라기와 벗하며 지낸다’는 뜻으로 정자를 만든 곳, 압구정동.
2000년대 초중반, 그곳에 ‘은하 상점’이라는 작은 가게가 있었다.
겉으로 보기엔 허름해 보여도 안에는 다양한 물품들이 많았다.
그 당시만 해도 흔하지 않았던 프랑스산 탄산수가 플레인, 레몬, 라임 등 종류별로 있었고 각국의 생수를 비롯하여 음반, 사무용 문구까지 웬만한 잡화는 다 구비돼 있었다.
주인은 아줌마와 아저씨 부부였는데 상당히 무심한 스타일이라 거의 매일 들르던 나도 그들과 서로 인사하는 법이 없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장사에는 상당한 프로의식이 있어서, 나온 지 얼마 안 된 신제품을 찾으면 그 아저씨는 메모장에 적어 두며 다음에 가면 꼭 준비되어 있곤 했다.
그러던 늦여름 어느 날, 평소처럼 그 가게에 들른 나는 복숭아를 사기 위해 몇 개를 고르고 있었다. 평소에 무심하던 아줌마가 갑자기 복숭아를 만지지 말라고 무섭게 말했다. 그날 난 복숭아는 만지면 안 된다는 사실을 처음 알게 되었다. 그 이후 난 그 집에 더 이상 가게 되지 않았으며 어느 날부터인지 그 집도 사라졌다. 더 크게 이전을 한 것인지 아예 없어진 것인지 나는 전혀 알지 못한다.
그 당시 그곳을 함께 다니던 친구들에게 가끔 ‘은하 상점’ 얘기를 꺼내면 누구도 그 상점을 기억하지 못한다. 분명 그곳에 있었고 나와 시간을 함께했지만, 그 누구도 기억하지 못하는 곳… 나의 ‘은하 상점’이다.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