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동운 THE 2nd MINI ALBUM [Happy Birthday]
그냥 두런두런 이야기를 하나 할까 합니다.
저는 지금 한없이 따뜻했던 우리의 봄을 기분 좋게 마무리하고 새로운 여름으로 가는 길목에 있습니다. 볼을 스치던 차가운 새벽공기와 시원한 바람이 이제 곧 그리워질 것 같은 계절입니다.
이번 앨범을 준비하기 위해 저는 오랜만에 좀 멀리 다녀왔습니다.
비록 여행은 아니었지만 어디론가 멀리 떠난다는 것은 제게 꽤 큰 설렘이었습니다. 준비하는 시간, 기분 좋은 뜻밖의 만남, 생각지도 못했던 어려운 상황, 기대하진 않았지만 선물처럼 주어진 운좋은 일들. 그리고 그 기나긴 여정을 지나면서 나는 어쩌면 지리하지만 견뎌야 하는 인고의 시간을 보낼 지도 모르고 뜻밖에 친절한 사람을 만나 더 좋은 기분으로 그 여정을 보낼 수 있는 힘을 얻을 지도 모릅니다. 이런 하나하나의 일들이 모두 결국에는 나의 여정에 덧붙여지는 한 조각의 타일조각 같은 것이고, 그렇게 그 모든 일을 지내면서 내 여행은 결국 예쁘게 완성되는 것이라는 생각을 했습니다.
그런 생각을 하면서 나는 또 자연스럽게 ‘나의 노래’에 대해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어쩌면 노래를 만드는 것은 여행을 하는 것과 같다 라는 생각을 했습니다.
앨범에 실린 제 이야기에서 좀 더 자세히 읽으실 수 있겠지만 곡을 쓰고 가사를 붙이고 편곡을 하고 그리고 마지막으로 내 노래를 들어주는 사람들을 만나는 것, 이런 모든 것들이 나는 내가 노래를 만드는 과정이라고 생각합니다. 노래를 만들면서 나는 내가 갖고 있던 오랜 시간이나 기억들과도 마주하고 그 안에 숨겨두었던 나의 소리를 꺼내고, 그걸 다시 매만지고, 그 과정에서 떠오르는 단어들을 적어 둡니다. 그렇게 기록하고 만든 나의 마음과 느낌들, 그대들이 나의 노래를 고르고 플레이 해주는 것, 그리고 그렇게 듣는 나의 노래에서 그대들은 때때로 위로나 설렘 같은 내가 노래를 만들 때 느꼈던 나의 감정들을 함께 느끼는 것, 이런 일련의 단편들이 내 노래여행의 과정을 예쁘게 완성시켜주는 거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리고 이런 모든 것들을 생각하고 준비하면서 나는 참 행복했습니다.
그렇게 생각하면 사실 나는 아직 내 여행을 끝내지 못한 것 같습니다. 아마 끝나지 않을 지도 모릅니다. 나는 이렇게 계속 단어들을 고르고 목소리를 주워 담고 소리를 내고 그대들은 그런 나의 노래를 들어준다면요. 나는 나의 여행의 목적지가 어디인지도 정확하게 알지 못합니다. 나는 그냥, 여행을 준비하는 이 시간에서 충분히 행복합니다. 목적지에 닿아야 꼭 행복해지는 게 아니라는 걸 이미 알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나는 이번 생일에도 또 불을 밝히고 소원을 빌어보려고 합니다.
이 목적지 없는 나의 여행에 그대들이 항상 함께 해주길.
기약 없는 우리의 여정이 느리고 오래 지속되길.
#01. 우리 날씨 맑음 (Today’s Weather)
작사 : 손동운
작곡 : 손동운, 이용규, 신성진
편곡 : 손동운, 이용규, 신성진
미디엄 템포의 드라이브감 넘치는 그루브와 다양한 악기들의 연주가 매력적인 R&B/Urban-Pop 스타일의 곡입니다. 언제 처음 이 노래를 썼는지는 기억이 나지 않지만 분명 파란 하늘이 쨍했던, 기분 좋은 바람이 부는 날이었다고 생각합니다.
SNS에 풍경이나 좋은 걸 보면 올리는 습관이 생겼습니다. 좋은 글귀나 이야기를 봐도 마찬가지고요. 우리가 매일 함께 할 순 없지만 내게 좋은 것들이 있다면 나누고 싶은 마음에서 일 겁니다. 이 노래도 그런 마음에서 만들어졌습니다. 나의 하루에 찾아왔던 좋은 날씨를 오랫동안 그대들과 함께 나누고 싶어서요.
#02. 장마 (Rainy Season)
작사 : 손동운
작곡 : 손동운, 이용규, 신성진
편곡 : 손동운, 이용규, 신성진
빗소리를 표현하는 듯한 브러쉬 드럼 사운드와 Jazzy한 분위기를 만들어주는 피아노, 기타, 콘트라베이스의 아름다운 조화가 매력적인 Lofi-Jazz/Pop 스타일의 곡입니다.
처음 만들었을 때부터 여전히 저는 이 곡이 아주 좋습니다. 내 생일이 있는 6월에 보통 장마가 시작되곤 하는데, 그래서 그런지 6월과도 잘 어울리는 노래라고 생각합니다. 길을 걷고 있는데 갑자기 비를 만난 것처럼 비에 젖어도 이대로 좋은 그런 느낌입니다. 그대들이 이어폰을 꽂고 노래를 틀었는데 갑자기 이 노래가 나온다면, 그대로 반갑게 들어주면 좋겠습니다.
#03. 편지 (Letter)
작사 : 손동운
작곡 : 손동운, 이용규, 신성진
편곡 : 손동운, 이용규, 신성진
미니멀한 편곡과 연주 위에 섬세하고 감성적인 보컬을 얹었습니다. 꽤 오랜 시간동안 가지고 있었던, 말할까 말까 망설였던 마음속 이야기들입니다. 내가 그때 느꼈던 마음이 그대로 그대들에게 전해지길 바라는 마음에 한 글자 수정하는 것도 망설여졌던 곡입니다.
내 마음이 그대들에게 전달될 수 있어서, 참 다행입니다.
#04. Moderato
작사 : 손동운
작곡 : 손동운, 이용규, 신성진
편곡 : 손동운, 이용규, 신성진
아름다운 가사와 멜로디, 그리고 청량한 밴드 사운드가 특징인 곡입니다. 많은 분들이 아시다시피이 노래는 제 음악용어 시리즈 Crescendo, Decrescendo에 이은 세 번째 곡입니다. 그래서 이 노래를 만들 때는 이전 두 곡들에 있는 요소들을 조금씩 가져다 쓰기도 했습니다. 이 노래를 들으며 그런 요소들을 발견하고, 제가 거는 일종의 장난 같은 거라고 생각하며 한번 더 웃어주면 좋을 것 같습니다.
#05. Happy Birthday to Me
작사 : 손동운
작곡 : 손동운
편곡 : 손동운, 이용규, 신성진
미니멀하게 시작되어 곡이 진행될수록 드라마틱한 편곡이 매력적인 미디엄 발라드입니다. 긴 호흡으로 제 이야기를 하듯이 불렀습니다.
생일은 언제나 모두에게 즐거운 날만은 아니라는 걸, 모두가 축하받는 날은 아니라는 걸 시간이 지나고야 알게 되었습니다. (무슨 말인지는 아마 앨범을 보시면 좀 더 자세히 아실 수 있을 거에요!)
그래서 노래를 만들었습니다. 세상 가장 환한 미소를 짓고 많은 이들에게 축하받고 있는 당신에게도, 그 어딘가에서 눈물 짓고 있을 당신에게도, 특별한 날이 아닌 것처럼 그저 담담히 오늘 하루를 보내고 있을 당신에게도, 그렇게 모이는 365일의 각기 다른 그대들의 생일을 축하합니다.
그리고 나에게도, Happy Birthday to Me.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