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ulien Baker' [Turn Out the Lights]
미국 테네시 출신 여성 싱어 송라이터 '줄리안 베이커(Julien Baker)'는 오직 기타 한대-주로 텔레캐스터-와 자신의 보컬만을 내세워 공연하곤 했다. 때때로는 피아노를 연주하며 노래하기도 하는데 이처럼 심플한 1인 편성임에도 어딘가가 비어 보인다는 생각은 전혀 들지 않았다. 오히려 다채로운 표현력, 그리고 감정들을 더욱 정교하게 추적해갔다.
캘리포니아의 하드코어 / 펑크 레이블 6131 레코즈에서 발매된 데뷔작 [Sprained Ankle]은 이후 줄리안 베이커가 인디 명문 마타도어(Matador)와 계약하면서 재발매된다. 그러면서 같은 날 새로운 7인치 싱글 [Funeral Pyre] 또한 함께 출시하기도 했다. 마타도어를 통해 비로소 단번에 전세계로 뻗어나가게 됐는데, 이미 데뷔 앨범 [Sprained Ankle]의 경우 거의 8천장을 판매하는 성과를 거뒀다고 한다.
마타도어와 계약한 이후 발표한 앨범 제목 [Turn Out the Lights]는 마치 마타도어의 간판 인터폴(Interpol)의 기념비적 데뷔 작 [Turn on the Bright Lights]의 반대말 같은 인상을 준다. 이번 앨범의 경우 줄리안 베이커가 태어나고 자란 테네시 멤피스의 전설적인 스튜디오 아르덴트(Ardent) 스튜디오에서 녹음됐다. 믹스는 내셔널(The National), 아케이드 파이어(Arcade Fire), 그리고 플로렌스 앤 더 머신(Florence & the Machine) 등을 다뤄온 크레익 실베이(Craig Silvey)가 담당해냈다.
감정을 흔드는 송라이팅 스타일은 데뷔작과 비교했을 때 그대로이지만 전체적인 악기나 소리 만들기 방식에 있어서는 확장된 모습을 보이고 있다. 개인의 감정을 추적했던 전작보다는 좀더 주변 사람들에 관해 다루고 있기도 하다. 그녀 주변인들의 영향, 그리고 갈등을 특유의 절실한 모양새로 표현해내고 있다.
첫 번째 싱글 'Appointments'의 비디오는 멤피스에서 촬영됐다. 스스로가 성장해온 멤피스에서 만난 예술적 재능이 넘치는 사람들을 보여주고 싶었다는데, 실제로 줄리안 베이커 주변 사람들이 비디오에 등장한다. 정신 문제와 마약중독으로 인한 관계의 붕괴를 노래하는 것은 이전 작과 연결되는 부분이며, 다수의 보컬 화음을 비롯해 앰비언트 효과 등을 활용해내면서 이전 앨범 보다 더욱 풍성한 요소들로 채워내고 있다.
타이틀 곡 'Turn Out The Lights'의 비디오 또한 공개됐다. 줄리안 베이커가 숲 속과 헛간, 그리고 들판을 가로지르는 심지를 따라가다가 결국 불타오르는 피아노를 발견하는 비디오는 격렬해지는 곡의 막바지 부분을 강렬하게 이미지화 해내고 있다.
마치 베토벤의 '월광 소나타'를 연상시키는 피아노 프레이즈와 첼로가 어우러진 인트로 'Over'에서 건반의 프레이즈가 기타 아르페지오로 바뀌면서 'Appointments'와 곧바로 연결된다. The xx의 리버브, 그리고 기타 톤이 겹쳐지는 차분한 'Shadowboxing'과 'Sour Breath'는 모두 막바지로 가면서 격렬하고 드라마틱한 형태의 어레인지로 완결된다. 'Happy to Be Here' 같은 곡의 톤이 이전 앨범에 가장 가깝다는 인상을 주며, 주로 전기기타를 연주하는 앨범에서 유일하게 어쿠스틱 기타로 완수해낸 'Even'에서는 더욱 자연스런 모습을 보여준다.
처연한 피아노 발라드 'Everything That Helps You Sleep'와 'Hurt Less', 그리고 앨범의 마지막 곡 'Claws in Your Back'에서는 확실히 피아노의 활용이 이전 작에 비해 월등히 높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음을 재확인할 수 있다. 거기에 첼로까지 얹어내면서 격정적이면서도 고풍스러운 분위기마저 구현해낸다. 음악적으로 성장한 모습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자신이 자각하지 못한 채 스스로가 믿는 신에게 갈망을 토하는 와중 고통스러운 명상이 지속된다. 약물과 신에 대한 믿음 사이 갈등하는 여성이라는 이미지는 쥬디 씰(Judee Sill)을 연상시키게 만들기도 한다. 이 내성적 세계관에는 따스함과 부드러움이 공존하지만 혼란스러워 하는 자아가 그 중심에 있다. 어려운 상황이나 실수의 결과, 혹은 슬픈 정서를 노래하고 있음에도 때에 따라 이것을 긍정적인 의미 혹은 메시지로 받아드릴 수도 있을 것 같다. 내내 어둠이 도사리고 있음에도 그녀는 '기쁨'을 권장한다. 유독 자신의 감정을 상대방에게 인지시켜내는 데에 재능이 있고, 결코 이를 단순하게 결론지으려 하지 않는다.
"모든 게 괜찮아질 거야. 괜찮아지지 못할 것이라는 걸 잘 알고 있지만, 나는 그렇게 믿어야만 한다." -'Appointments'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