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온더로드 to the Paris
멜로디로 이야기가 완성되는 앨범을 만들고 싶었다. 소설처럼, 영화처럼 하나의 완결이라 말할 수 있는 그런 앨범.
작가가 글로 이야기를 완성하는 것처럼, 멜로디로 완성되는 앨범이 있을 수 있을까? 온더로드의 시작은 지금과 같았습니다. 아날로그의 매력을 담아낸 사람을 담아낸 그런 음악을 만들자는 생각.
프로젝트 그룹으로 시작해 몇 곡의 음악을 만들어 내고 잠시 멈춘 건 더욱 욕심이 나서였습니다. 한 번에 소진되고 사라지는 음악이 아니었으면 좋겠다. 하나하나 쌓여 오래된 잡지처럼, 이어지는 영화처럼 그렇게 남겨지면 좋겠다. 기다려지고 궁금해지는 그런 앨범이면 좋겠다. 사람으로 기억되지 않고 음악으로 기억되고 싶다. 앨범을 만들면 만들수록 이런 마음이 더욱 커졌습니다.
그래서 오랜 고민 끝에 새로운 프로젝트를 다시 기획했습니다. 도시로 떠난 온더로드. 여행을 하며 다양한 기록을 한 크리에이터와 이야기로 음악을 만드는 뮤지션이 만났고 배우처럼 함께 노래해 준 아티스트로 앨범을 채웠습니다. 그리고 첫 번째 도시는 크리에이터가 항상 그리워한다는 Paris로 정했습니다. Paris라는 도시 속에 숨겨진 다양한 이야기들을 음악으로 표현했습니다. 영화 속의 한 장면이 표현된 멜로디도 있고, 소설 속의 한 구절이 담겨진 멜로디도 있습니다. 그 안에서 느낀 공기가 멜로디가 되기도 했고, 흘러가는 사운드가 멜로디가 되기도 했습니다.
누군가의 파리는 어떠했을까. 그것이 궁금하다면 이 음악을 들어보기를 추천합니다. 파리로 여행을 떠날 계획이라면 이 음악을 플레이리스트에 담아보세요. 파리가 다르게 느껴질 겁니다. 도시가 가진 하나의 이야기들이 앨범으로 완성되어지는 반복을 하다 보면 온 세상을 담아낸 온더로드가 완성되지 않을까요. 지치지 않고 멈추지 않고 시작될 온더로드의 여행은 이제부터 시작입니다. 이미 다음 도시에서 온더로드는 여행 중이니까요.
Track List.
1. 떠오르다 : Sunrise
2. 날아가다 : Butterfly
3. 그려지다 : Oil Painting
4. 추억하다 : Dear Sylvia
5. 침묵하다 : Silence
6. 자책하다 : Blame oneself
7. 달콤하다 : Paradise of Paris
8. 돌아오다 : Will Be Back
1. 떠오르다
파리만큼 여러 가지 얼굴을 가진 도시가 있을까요. 아름다운 외관만큼이나 쓸쓸하고 차가운 공기를 지닌 도시, 그리고 파리의 아침은 쓸쓸함이 더 짙습니다. 파리는 낭만적이기도, 아름답기도 하고, 우울하기도 하죠. 그래서인지 차갑고 습한 공기를 머금은 파리의 아침은 파리라는 도시에 가장 잘 어울리는 시간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해가 떠오르는 그 순간에 들리는 멜로디는 당신이 가장 사랑했던 그래서 가장 아프게 했던 누군가를 떠오르게 할 겁니다.
2. 날아가다 - Feat. 이서
예술가에게 찾아오는 순간의 영감은 손에 잡힐 듯 잡히지 않습니다. 파리의 봄날, 새벽에 문득 깨어 창문을 바라보던 나에게 나비처럼 찾아온 어떠한 감정, 하늘을 유영하듯 손으로 잡기 어려운 나비처럼 나에게 다가온 영감에 대한 이야기를 멜로디로 담아냈습니다. 두 대의 피아노로 나비를 기다리는 화자와 나비를 표현하며 아름다움을 완성했습니다. 가사에서 나비가 화자와 함께 할 때는 두 대의 피아노가 협연을 하고 나비가 날아간 후에는 화자의 피아노 한대만이 연주되는 변화는 마치 영화 한 장면처럼 떠오르게 됩니다.
중음대에서 아름다운 아르페지오로 연주되는 멜로디는 날갯짓을 하며 아름답게 오고 가는 나비의 몸짓을 표현했고, 악보 두 개를 가지고 두 명이 한 대의 피아노에서 연주도 가능하게 하여 화자와 나비가 하나라는 스토리가 음악으로도 완성되도록 하였습니다.
3. 그려지다 - Feat. 박현정
저녁 무렵 센느강 위를 지나가는 유람선을 바라보면 이것이 영화구나 하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다리 위에서 유람선이 흘러간 모습을 보면 물결 자국 하나하나가 마치 이름 모를 아티스트의 붓 터치처럼 느껴집니다. 아직 완성되지 않는 그림. 하지만 궁금해지는 그림.
'비포 선셋’이라는 영화 속에 센느강 유람선은 아름답지만 현실적인 사랑을 담고 움직여갑니다. 그들의 이야기도 물결 위에 그들만의 그림으로 남겨졌습니다. 수많은 연인들이 센느강의 유람선을 탑니다. 그리고 그들의 이야기도 이 물결 위에 남겨집니다. 그래서 센느강이 아름다운가 봅니다. 이 모두의 사랑이 물결에 그려지고 있어서.
4. 추억하다
Shakespeare And Company 이 서점에는 재미있는 이야기들과 스토리가 많습니다. 비포 선셋의 주인공들이 재회하는 서점으로 가장 유명해졌지만 거주지가 없고 가난한 사람들을 위해 숙식을 제공했고 서점 일을 몇 시간 돕고 하루에 책을 한 권씩 읽어야 한다는 조건을 통해 그들이 가지게 될 마음의 불편함마저 배려한 아름다운 서점이라는 것이 더욱 알려졌으면 좋겠다 생각합니다. 그래서 이 서점에 추억이 있는 모두는 행복할 것 같습니다. 그래서 그들의 마음속에 기억될 음악을 만들고 싶었습니다. 서점 내부에 있는 낡은 피아노에서 이 곡을 연주할 수 있는 날이 오지 않을까요? 서점의 첫 주인의 이름이자 현 경영자의 이름이기도 한 Sylvia. 이름마저 따스한 이곳을 음악으로 추억해 봅니다.
5. 침묵하다
이 음악은 앙리 드 툴루즈 로트레크의 '세탁부' 그림에서 영감을 받았습니다. 물랑루즈에서 포스터를 그리던 그가 마음속으로 동경했을 카르멘 고뎅. 낮에는 세탁부로, 밤에는 창부로 사는 그녀에게 어떤 감정을 느꼈기에 그는 이런 그림들을 그렸을까요. 파리에는 다양한 사랑이 담겨진 도시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영화에도 소설에도 한 장의 사진에도 다양한 사랑의 순간이 담겨져있는 도시입니다. 세상이 인정하지 못하는 사랑, 사랑한다는 마음조차 그들의 인생에선 과분한 것이었을 수도 있겠죠. 설령 서로가 서로를 사랑한다 해도, 사랑을 사랑이라 말하지 못하는 사랑. 파리하면 아름다운 사랑보다 쓸쓸한 사랑이 더 떠오르는 건 비극적인 그림들이 더 가슴에 남겨져있기 때문이 아닐까요.
6. 자책하다 - Feat. 임하람
몽마르트르 거리를 걷다 보면 수많은 예술가를 만나게 됩니다.
그들을 바라보며 떠올려진 하나의 이야기. 19세기 몽마르트르에서 하루하루를 버티는 무명 예술가의 노래. 낭만주의와 애국심에 불타오르며, 국가에 대한 거룩한 의무를 수행하기 위해 1차 세계대전에 참전한 그는 전쟁으로 인한 후유증으로 인해 제대로 된 작품 활동을 이어가지 못하고, 무명의 예술가로 전락하여, 하루하루를 연명합니다. 양심과 선의의 예술을 추구했던 그에게, 전쟁은 가치관의 혼란을 야기했고, 현실은 몰염치한 행동을 강요했다. 가난과 현실 도피를 위해 과도하게 마신 독한 술로 인해 점점 희미해지는 기억력과 판단력, 또한 무명 예술가로 살아가며 겪어야 했던 굴욕과 돈 앞에 비굴했던 자신의 모습, 전쟁 속에서의 끔찍한 기억들은 또렷하게 기억이 나서 괴로움의 나날을 보냅니다. 피해의식 속에 사로잡혀 살던 어느 날 몽마르트르 사크레 쾨르 대성당에서 신에게 기도합니다. 처음부터 다시 시작할 수 있을까라는 물음을 던지는 그에게 돌아오는 감정은 무엇일까요. 전쟁에 자원하고, 예술가의 길을 택한 자신의 선택에 대한 자책일까요. 아니면 이 모든 운명에 대한 순응일까요. 예술을 사랑하지만 현실 앞에 무너지는 예술가의 마음은 예나 지금이나 같지 않을까요.
7. 달콤하다
에펠탑이 보이는 잔디밭에 누워서 바라본 하늘. 그림처럼 흐르던 센느강. 사크레 쾨르 성당 앞 몽마르트르에서 들려오던 음악. 하늘을 바라보면 어김없이 날아가던 새들. 시간과 시간이 만나 만들어낸 골목의 풍경과 와인 한 잔으로도 파티가 되는 도시의 풍경들은 모두 나에게 잊지 못할 추억으로 남겨졌습니다. 꿈이라면 깨어나고 싶지 않을 만큼 아름다운 파리의 시간은 한마디로 달콤합니다.
8. 돌아오다
여행은 늘 아쉬움을 남기고, 특히 여행의 마지막 날에 다다르면 다시금 현실로 돌아갈 생각에 마음이 먹먹해지기 마련입니다. 파리 어디에서나 보이는 에펠탑은 이상하게 떠나는 마지막 날까지 늘 그립고 늘 새롭습니다. 어느 각도에서나, 어느 때나 아름다웠던 에펠탑을 보며 생각합니다. 나도 언제나 어디에서나 빛나고 싶다고. 그런 모습으로 다시 돌아오고 싶다고.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