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착寄着 : 목적지로 가는 도중에 어떤 곳에 잠깐 들름.]
[긴 여행의 시작] 이라는 음반을 출발로, 여행과 떠남을 주제로 음악을 해왔습니다.
떠나지 못하는 이들에게 선사하는 일종의 위안. 혹은 현실에서의 작은 도피처 같은 느낌을 음악으로 나마 전달하고 싶었습니다. 그래서인지 잠시 ‘멈춤’은 생각지 못한 변수였습니다.
문득 떠나온 곳들의 안부가 궁금해졌고. 그나마 제가 할 수 있는 것은, 가깝게 혹은 멀리 지내는 사람들의 ‘건강’과 ‘안녕’을 바라는 것뿐이었습니다. 그렇게 사진 몇 장으로 남아있는 지난 여행들에 대한 그리움과 갈망을 다시 꺼내었습니다. 작업을 하는 동안 열여섯 곡의 데모를 만들었고, 그 중 가창곡 네 곡과 연주곡 두 곡. 총 여섯 곡의 낱 곡들을 엮어 음반을 만들게 되었습니다. 조금은 비어 있는 듯, 조금은 멀리 있는 듯. 그런 노래들을 담고 싶었습니다. 짧은 단편집이라고 생각해 주시면 좋겠습니다.
우리는 이제 어느덧 제자리로 돌아가려는 준비를 합니다. 이 글을 쓰는 4월 18일, 사회적 거리 두기가 해제 되었습니다. 하지만 아직까지 마스크는 모든 곳에서 착용하여야 하고, 우리에게 남아있는 불안과 공포는 또 어떤 형태로, 언제 다시 찾아올지 모르는 상황입니다. 마스크와 QR코드, 개인방역 등 팬데믹은 실로 많은 사람들의 일상을, 크고 작은 형태로 바꾸어 놓았습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많은 이들이 바라고 희망하는 ‘목적지’는 모두가 같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저 또한 마찬가지입니다.
격리되고, 고립되고, 외떨어져 있던 분들에게
언젠가 우리는 어딘가로 다시 떠나야 하기에, 잠시 이 계절을 들렀다 가는 것뿐이라고.
처음 겪는 이 시기를 잠시 들렀다 가자 생각하자고. 그러한 생각과 마음에서.
앨범 준비의 마지막 과정에서 ‘기착’ 이라 짓게 되었습니다.
맞습니다. 중간 기착지 할 때, 그 기착입니다. ‘stop over’라는 표현으로도 씁니다.
머지않아 다시 자유롭게 떠날 수 있고,
다시 웃으며 반갑게 만날 수 있는, 그런 날이 들려오기를 바랍니다.
응원 해주시는 많은 분들에게, 늘 감사드립니다.
항상 건강하세요.
1. 자유낙하
TV에서 가끔 보았던, 스카이다이빙을 하는 장면에서 힌트를 얻어 곡을 만들었습니다. 내가 땅 아래에 서있고, 누군가 하늘에서 빠른 속도로 내려오고 있다면 혹은 그 반대라면 그것을 바라보는 입장에서의 기분은 어떨까? 하는 생각에서 노래를 만들었습니다. ‘너 정말 바람보다 가볍겠구나’ 하며 이야기하는 마음으로 만들었습니다.
2. 달콤씁쓸한
모든 일에 달콤한 기억만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요? 지나고 나니 좋은 기억도 있고, 어쩌면 조금은 씁쓸하게 남은 기억도 있고… 그래도 한 때는 내 전부였던 어떤 시절, 순간이. 다시 한번 들렸으면 좋겠다. 그런 마음으로 작업한 노래입니다. 짧고, 단순하고, 간결한 패턴으로 작업하려 했고, 카세트 플레이어에서 흘러나오는 시절의 음악처럼, 전반의 레트로한 느낌을 주려 했습니다.
3. 작별
연주곡입니다. l’adieu 라는 단어에 언제인가부터 끌려서, 제목을 먼저 정하고 만들었습니다.
프랑스어로 이별, 작별이라는 뜻입니다. 발음도 꽤 멋있습니다.
4. 랏소
토이스토리 영화를 좋아하는데요. 시리즈 3편에 ‘랏소’라는 곰 인형이 나옵니다. 딸기향이 나는 꼬질꼬질하게 생긴 캐릭터인데요. 그 인형을 테마로 한 어떤 빌런의 사랑노래라고 생각해 주시면 좋겠습니다. 70년대의 팝 발라드 곡을 만드는 느낌으로 작업했습니다. 앨범에서 가장 마지막에 작업한 노래입니다.
5. 그대와의 꿈
피아노 위에 노래가 얹혀져 있는 느낌의 곡을 만들고 싶었습니다. 리듬은 편곡을 하면서 나중에 붙이게 되었습니다. ‘그대와의 꿈~’ 이라는 테마 멜로디 하나를 가지고 만든 곡입니다. 꿈일지, 남은 그리움일지 모르는 뿌옇고 두루뭉술한 감정을 내용으로 담았습니다. 조금은 느린 셔플/스윙 리듬의 곡입니다.
6. 눈 오는 날의 풍경
눈 오는 날의 풍경을 보고 만든 연주곡입니다. 언젠가 서울에 짧은 시간에 눈이 꽤 쌓일 정도로 많이 오던 날이 있었는데요. 그 때 그 시간에 만든 곡입니다.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