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머니
아버지
아들은 꿈이 높지 않고 셈이 느려
여지껏 훨훨 날아가지 못하는 모양입니다
욕심 없는 척 욕망을 품었던 것이 이유였을까요
아니면 그걸 성실히 마주하지 않았다는 죄로
알 길 없이 유예되는 것일까요
벌써 저는 스물 하고도 일곱을 먹고
공항서 여전히 떠날 생각을 않지만
만지작 만지작 잘 알지도 못하는 것들을 조작하며
준비를 위한 준비를 준비하는 중입니다
이건 언제까지 기다려야 하는 것일까요
물어도 물어도 알 수 없는 길이겠지요
작은방 안에서 매일매일
노래가 저의 날개가 되어
떨어져도 죽지 않을 정도의 높이로만 날아
마침 추락할 곳에 놓여있을 매트리스를 우습게도 기대해 봅니다
당신들을 닮아 아들이 겁이 참 많지만 그게 더는 부끄럽지 않습니다
가족 여행 중 어린 아들의 눈에 비친 비행기 창밖 풍경은 푸르고 높았던 것을 기억합니다
출장 뒤에 늘 손에 안겨주셨던 마카다미아 초콜릿 또한 그렇습니다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