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응광x다움(Da:um) - 사의 찬미]
백여 년 전 ‘사의 찬미’라는 노래를 남기고 바다에 몸을 던진 윤심덕. 당시의 사회적 배경이나 그의 사생활로 인한 논란은 뒤로 하고라도, 죽는다는 의미의 글자를 노래 제목에 쓰고, 허무하고 염세적인 가사를 적어 노래한 것만으로도 충분히 화제가 되고도 남았을 법하다. 많은 사람들의 기억 속에 이 곡은, 지직거리는 축음기 기계 소리를 효과음 삼아 가느다랗게 흘러 나오는 여인의 목소리로 자리잡고 있으며, 그 여인이 스스로 목숨을 끊으려 결심한 후 남긴, 슬픈 유서 같은 곡으로 회자되고 있을 것이다. 그 구슬픔과 비극적인 사연이 고스란히 전해져, 누군가에게는 한 번 듣고는 다시는 듣고 싶지 않았던 그런 곡이었을 수도 있다.
가을 풍경에서 겨울 공기를 느끼게 된 즈음, 어느 한 방송 프로그램에서 바로 ‘사의 찬미’를 부르는 바리톤 이응광을 보았다. 누가 봐도 예술가 같은 외모와 진한 감성을 담은 목소리의 소유자인 줄은 익히 알고 있었지만, 어두운 무대 위에 피아노, 반도네온, 콘트라베이스의 조합과 함께 이 곡을 부르겠다고 나선 그는 매우 낯설었다. 그리고 역시나 이응광의 ‘사의 찬미’는 좀 달랐다. 물 흐르듯 부드러우면서도 단호한 악기 소리들 위에 얹어진 그의 노래는 죽음을 찬미하기 보다는 거부하려는 듯하고, 평소보다 거칠고 강한 호흡이 더해져, 마치 불의에 맞서 싸우는 전쟁터의 장수 같은 결연한 느낌마저 주었다. 화면을 통해 아티스트의 표정과 몸짓을 함께 감상할 수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었을 것이다.
‘사의 찬미’ 레코딩은 방송에서와 달리 피아노 솔로와 보컬로만 이루어져, 방송에서는 크게 부각되지 않았던 피아니스트 다움(Da:um)의 활약이 두드러진다. 탄탄한 클래식 음악 기본기를 가진 재즈 피아니스트이지만 그 어떤 카테고리에도 스스로를 가두지 않고 자유롭게 연주하는 다움(Da:um)은, 도입 부분에서는 바로크 음악의 세 박자 춤곡인 사라방드를 이용, 바로크 느낌의 꾸밈음으로 우아함을 더하고, 가장 극적인 비장함을 향해 달려가기 직전의 간주에서 라흐마니노프의 가곡(6 Romances, Op.4, No.4, Do Not Sing, My Beauty)의 반음계적 진행을 차용하여 긴장감과 애절함을 더하는 효과를 극대화한다. 이응광은 무겁고 깊숙한 피아노 터치에 목소리를 얹어 이런 세상이 한스럽고 절망스럽다는 절절함을 가사 한 글자 한 글자, 음 하나 하나에 가득 담아 표현하지만, 그렇다고 자포자기하고 죽으려는 결심보다는, 보다 더 좋은 세상을 만나 희망차게 살고자 하는 갈망과 의지를 드러내는 듯하다.
사회적으로 인정받지 못한 본인의 커리어와 사랑, 그것을 유지하려는 처절함의 끝에서, 죽음 밖에 다른 돌파구를 생각할 수 없었던 윤심덕에게 이 곡은 과연 유서였을까. 어쩌면 그는, 더 행복하고 아름답게 살고 싶다는 간절함에 대한 반어적 표현으로 ‘사의 찬미’라는 제목을 붙인 것은 아니었을까. 암울하고 염세적으로만 느껴졌던 ‘사의 찬미’는 이응광과 다움(Da:um)의 연주를 통해 새로운 의미를 되찾았다. 마지막 호흡에서마저 광야가 아닌 세상에서의 진정한 행복을 꿈꿨던 한 여인의 소망이 담긴 곡으로 재탄생한 ‘사의 찬미’를 새로운 마음으로 편견 없이 감상해 보기를 진심을 담아 권하여 본다.
글/ 송인영
Staff List
Executive Producer BOM Arts Project(Bomi Yoon), KOON Entertainment Art & Culture
Producer Eungkwang Lee & Da:um
Arrangement Da:um
Consultation Jaekeun Song(KOON)
Recording Supervision, Sound Editing & Engineering Janghyo Kim
Mixing, Mastering Janghyo Kim
Photo Minkyu Kim
Cover Introduction Inyoung Song
Cover Design Jungoo Jin
ⓒ&ⓟ Koon Entertainment Art & Culture, 2020
Recorded at the "TLI Art Center" in Seongnam, 13 July 2020.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