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비꽃 피던 날>
우리 시골집은 서울에서 두 시간여를 달려 비포장도로에 접어든 차가 덜컹거리는 것에 익숙해질 때쯤 모습을 드러낸다. 뒷산에는 커다란 감나무가 자리를 지키고 할아버지의 빨간 오토바이가 서있는 차고를 낀 마당에는 옥수수와 깻잎이 자란다. 어릴 적 나와 동생은 그 마당에서 잡초를 뽑고 무당벌레와 청개구리 따위를 맨손으로 잡으며 놀았다.
해가 가장 높이 뜨는 시간을 피해 나와 할머니는 죽 이어진 둑방길을 따라 산책을 나갔더랬다.
신이 난 나는 할머니 손을 꼭 잡고 앞뒤로 흔들며 길가에 핀 꽃이라면 키가 작든 크든 그것이 이름 모를 들꽃이든 그저 갈대든 간에 죄다 손가락으로 짚어가며 이름을 물었다. 할머니는 조곤조곤 그들의 이름을 알려주시곤 했다.
할머니는 보라색을 좋아하신다. 그래서 꽃 중에서도 제비꽃이 참 예쁘다고 하셨다. 과묵하고 고집이 세지만 정이 많고 따뜻하던 할아버지가 돌아가신 뒤, 할머니는 시골집을 정리하시고 도시로 올라오셨다. 고요한 평화 속 덤덤하고 소소하던 일상이 바삐 돌아가는 이곳에 쉬이 녹아들 수 있을 리 없었다. 할머니는 여전히 시골집이 그리운 듯 보였다. 할머니의 손을 잡고 침대에 누워 생각했다. 우리의 산책을 곡으로 남겨야겠다고. 제목은, 제비꽃 피던 날.
-우예린-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