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을 감고, 휴식이란 무엇인지 다시금 고민하게 하는 '젤바코'의 "Rest"
흔히 같은 단어라도 사람마다 떠올리는 심상은 다르다고 말한다. 그런데 휴식만큼은 조금 다르다. 아마도 광고 마케팅에서 시작했을, 웰빙에서 시작하여 힐링으로 방점을 찍은 휴식의 이미지는 한없이 넓거나 아늑하고 좁은, 시간 개념이 사라진 어떠한 공간을 의미하게 되었다. 현대 사회에서 휴식이란 반복적이고 긴박한 도시와 반대되는 개념으로 정립되었고, 이는 곧 쳇바퀴나 톱니바퀴라는 표현으로 치환되기도 한다. 예로 제주도의 삶을 꿈꾸는 도시인이나, 일본의 편안함이라는 마케팅으로 뉴욕에서 성공적으로 자리잡은 무인양품의 마케팅을 들 수 있겠다.
이러한 심상의 휴식이 음악으로 옮겨올 때도 결은 비슷하다. 리듬 섹션이 배제된, 뉴 에이지 음악이 가장 먼저 떠오른다. 그런 만큼, "Rest"라는 제목을 보고 편안한 분위기를 기대했다면 당황할 수도 있겠다. 이 음악의 구성은 명상 음악과 대척점에 있다 볼 수 있는 베이스 음악과 흡사하다. 사이렌 혹은 공포영화의 배경음악을 연상케 하는 시작과 강렬하게 찍어 누르는 베이스는 일반적인 편안함과는 거리가 멀다. 곡이 진행하는 방향 또한 긴장감을 쌓아 올리는 식이다. 결국 '젤바코 (Jellvako)'의 "Rest"가 의도한 바는 휴식을 주는 음악이 아닌, 휴식이란 무엇인가에 관한 물음을 던짐에 가깝다.
곡에 목소리를 얹은 '몰디 (Moldy)'는 또 다른 의미의 휴식을 그린다. 잠은 죽고 나서라는 음악 시장에서 유명한 문장이 떠오른다. 그의 가사 안에서 휴식과 관련된 단어는 평화에는 늘 여유가 따라나, 위험으로 감싸지. 위험을 감수하지. 여유롭지, 분홍 차를 타고'처럼, 상태보다는 특정 상태의 결과에 가깝다. 록스타라는 그의 표현으로 말미암아보건대, 여유를 느낄 수 있는 특정 상태란 성공 이후의 무언가가 아닐까 싶다.
길게 늘어놓아 복잡하게 보이지만, '젤바코'의 "Rest"를 즐기는 방법은 간단하다. 평상시의 생각을 뒤로 제치고, 눈을 감거나 다운비트를 따라 몸을 흔들면 된다. 이러한 감상이 가능한 이유는"Rest"가 댄스 뮤직이 가져야 할 에너지를 충분히 지녔기 때문. 프로듀서이자 디제이기도 한 '젤바코'의 성향이 분명 가미되어 있는 덕이다. 어떻게든 휴식을 찾아 다녀야 하는 지금의 삶에서, 명상만큼이나 댄스 뮤직은 편안한 시간을 제공한다. 그렇기에 '젤바코'가 주로 음악을 플레잉 하는 광주의 더즌 올데이에서 이 음악이 나올 때, 사람들의 표정을 관찰하는 상상을 해본다. 아마도 사람들은 다 즐겁고 행복한 표정을 짓고 있지 않을까.
글 ㅣ 심은보 (칼럼니스트)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