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시네마(CNEMA) ‘모비딕 / Get Out’ 싱글 리뷰
위대한 나를 찾는 모험의 시작
시네마(CNEMA) 더블 싱글 ‘모비딕 / Get Out’
“물을 내뿜는 물고기의 꼬리는 다른 물고기들과 모양은 비슷할지 모르나 반드시 수평으로 되어 있다.” - 허먼 멜빌 “모비딕” 中
물을 내뿜는 물고기... 고래다. 수평의 꼬리를 가진 고래는 척추를 아래위로 움직이며 물속을 달린다. 수면 아래에 있지만 육상의 어떤 동물보다 자유롭게 앞을 향해 나아가며, 숨이 차오르면 거대하게 치솟아 하늘로 물을 뿜는다.
JTBC “슈퍼밴드 2” 준우승팀 시네마(CNEMA)는 자신들의 시작을 거대한 고래 ‘모비 딕(Moby Dick)’에 투영했다. 수면 아래에서 치열하게 달려온, 그리고 이제 물 위로 치솟으며 수평선을 뒤집을 시네마. 그들이 곧 ‘모비 딕’이며, 그 위대한 나를 찾는 고래잡이 또한 그들이다.
시네마(기탁-보컬/기타, 임윤성-보컬/트럼펫/건반, 변정호-베이스, 김슬옹-드럼)는 밴드 오디션 프로그램에서 탁월한 역량을 뽐내며 말 그대로 ‘슈퍼밴드’로서의 입지를 다졌다. 프로그램 타이틀의 무게를 감당할 개개인의 우수함, 그 우수한 개인들의 합에서 개인이 도드라지지 않는 밴드로서의 완성도, ‘시네마’라는 이름처럼 비현실적 심상들로 공감을 끌어내는 예술성, 곡 전개에 스토리텔링을 더해 감동을 배가시키는 창의성까지 보여줬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들의 앞길은 여전히 모험이다. 불모의 시대, 그리고 불모의 땅에서 정통 록 사운드로 대중의 마음을 사로잡는 데에는 상상 이상의 인내와 의지가 필요하다. 운명적으로 만나 새로운 음악 인생을 시작하는 이들의 첫 작품에서 음악 이상의 가치를 생각하게 되는 이유다.
‘항해 (Far Away)’ 연장선
소설 “모비 딕”을 모티브로 한 새로운 항해
이번 시네마의 공식 데뷔 싱글은 “슈퍼밴드 2” 결승 무대에서 선보인 ‘항해 (Far Away)의 연장선에서 소설 “모비 딕”을 모티브로 만들어졌다. 거대한 고래 ’모비 딕‘이 화자인 타이틀곡 ’모비딕‘, 고래를 쫓는 고래잡이가 화자인 ’Get Out’ 두 곡이 더블 싱글로 담겼다. 공통된 주제를 상반되는 화자의 시점으로 풀어낸 발상이 이번 작품의 포인트이며, 데뷔 작품에서만 제시할 수 있는 ‘모험’과 ‘시작’을 테마로 잡은 것 또한 주목할 만하다.
두 곡의 스타일은 경연 때 보여줬던 곡들과 크게 다르지 않다. 넘실거리는 사운드 위로 다른 톤의 투 보컬이 이질감 없이 스토리를 그리며, 신디의 아기자기함과 격정적인 기타 솔로가 맛을 더한다. 거친 소리가 쏟아져 나오지만 화려한 아름다움이 동시에 느껴지는 부분은 시네마의 앞으로를 더 기대하게 만든다.
경연 때 선보인 곡들과 다른 점이 있다면 좀 더 전개가 간결해졌다는 점이다. 순간을 사로잡아야 하는 경연의 압박에서 벗어나 안정적인 싱글을 완성했다.
가사 곳곳에서도 재기 발랄함이 발견된다. 가사의 집중도를 놓치지 않으면서 꼼꼼하게 맞춰 놓은 라임과 시적인 가사가 돋보이며, 머릿속에서 동영상이 재생되는 듯한 회화적인 표현들이 인상적이다.
타이틀곡 ‘모비딕’은 록사운드가 익숙하지 않은 일반 대중에게도 어필할만하다. 파도가 넘실대는 듯 부드럽게 전개되면서도 시네마 특유의 강렬한 에너지는 변함없이 폭발한다. 바다를 자유롭게 항해하는 고래 ‘모비딕’의 모습을 시네마에 빗댄 내용으로, 첫걸음을 내딛고 나아가는 모든 이에게 불안과 두려움이 몰아쳐도 꿈을 잃지 말고 앞으로 달려 나가자는 긍정의 메시지를 전한다.
‘Get Out’은 ‘모비딕’보다 좀 더 드라마틱하고 강렬하게 전개된다. 도입부의 부드러움을 집어삼키는 코러스 파트의 그로울링이 격랑 속의 모험을 잘 그려낸다. 고래를 잡으러 바다로 나아가려는 고래잡이의 결의에 찬 마음가짐과 바다를 항해하는 모험을 시네마에게 투영시켰으며, 고래를 사냥하는 잔혹한 모습보다 생존을 위해 어쩔 수 없이 고래잡이를 선택한 운명을 서로 만날 수밖에 없었던 시네마 4인 멤버의 운명과 연결해 표현했다.
운명적으로 만났다는 네 명의 록스타. 힘차게 치고 올라 수평선을 뒤집을 시네마의 인내와 의지를 기대해 본다. (글 / 대중음악평론가 이용지)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