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ideaway : 숨을 곳
마침내 숨어버리기 좋을 만큼 추운 날, 우리 이제 겨울을 이야기해야 해.
1. 따듯한 나라
가을의 마지막 달이 기울고, 마침내 우리는 깨달았네. 다시 긴 여행을 떠나야 할 때가 되었음을.
마지막 낙엽을 밟았던 것은 언제였던가. 첫 입김에 놀라던 날은 또 얼마나 까마득한지. 언제 시간이 이렇게 흘렀느냐며 함께 푸념을 늘어놓던 이들은 어느 사이에 그리 바쁜 길을 나섰는가. 나는 도무지 알 길이 없다네. 이미 떠날 준비를 마친 이들은 물어도 답이 없으니, 우리는 나름의 준비를 시작해야겠네.
함께 길 잃은 그대여, 우리는 해 저문 길 위의 나그네요, 무리 잃은 한 쌍의 철새일 뿐이라네. 쏟아지는 별들은 우리만을 비추고 있으니, 이제 걸음을 서두릅시다.
(작사 : 2층과3층사이 / 작곡 : 조용석 / 편곡 : 조용석 / 글 : 권태익)
Special thanks to 건희, 은아, 소정이, 하은이, 선우, 도현이 형, 건이, 하나, Yohan
2. Cannonball
우리는 높은 하늘로 날아오를 참이야. 온종일 창밖을 흩날리는 눈보다도 높은 곳, 미련 없이 온몸을 태워낸 나방들이 재가 되어 모이는 곳, 외롭게 빛을 내는 별들과 그 사이를 누비는 우리 둘만이 온전한 곳. 그러니까, 비로소 우리에게 어울리는 곳으로 말이야. 모닥불을 하나 피워두고, 오래도록 아픔이 흩어지는 소리를 듣자. 더 이상 태울 장작이 남아있지 않을 때, 우리는 어느새 완전한 꿈속을 거닐게 될 거야. 너만을 위한 노래를 들려줄게. 하늘 높이 오르는 눈보라 속에서 우린 아무도 본 적 없는 춤을 추고, 너는 내 눈에 비친 너를 발견하곤 기뻐하겠지. 빙빙 도는 배경 속에서도 흔들림 없이 서로를 바라보는 일. 우리는 그렇게, 날아오르는 거야.
하늘보다는 우주라는 단어가 어울릴 법한 새카만 공간을, 우리는 주저 없이 가로지르게 될 거야. 네가 울지 않았으면, 이 꿈이 쉽게 부서지지 않았으면, 우리의 노래가 계속되었으면 해. 미리 추락을 헤아리지 않기로 하자. 마침내 끝없는 비행을 마치는 날, 가득 쌓인 눈 위로 흩어져 각자의 맨몸을 푸욱 담그게 되더라도, 오늘을 기억한다면 우리는 다시 서로를 찾게 될 거야. 내가 먼저 손을 내밀 테니, 우리의 노래를 떠올려주겠니.
(작사 : 2층과3층사이 / 작곡 : 조용석 / 편곡 : 조용석 / 글 : 권태익)
3. Switzerland
온통 푸르른 세상과 따스한 이불 속의 뒤척임. 우리가 처음 만난 계절을 기억하니. 겨울밤 같던 나는 언제나 꽁꽁 언 마음을 뒤척였고, 잠시 몸을 녹이고 가도 좋다는 말을 처음 건네준 사람은 너였어. 간밤에 아픈 꿈을 꾸었다며, 잔뜩 웅크린 표정으로 너는 나에게 물었지. 함께 어디로든 떠나줄 수 있겠느냐고. 마침 눈이 왈칵 쏟아지고 있으니, 오늘은 훌쩍 사라지기에 나쁘지 않은 날인 것 같아.
거짓말처럼 하얀 눈이 내리는 날, 사람들은 모두 어딘가를 향하고 있어. 해가 비출 무렵이니 우리도 걸음을 옮겨야겠지. 서두르지 않아도 좋아. 꿈속에서는 눈이 그칠 일이 없을 테니. 희미한 발걸음과 사뿐한 눈의 착륙. 우리는 그 속으로 천천히, 눈처럼 내려앉을 거야. 아픔은 소복이 묻어두고 오자. 편히 쉬어갈 수 있도록.
(작사 : 2층과3층사이 / 작곡 : 2층과3층사이 / 편곡 : 조용석 / 글 : 권태익)
4. Lover
사랑하는 당신에게.
밖이 여전히 많이 춥습니다. 우리가 이곳으로 떠나온 지도 어느덧 여러 날이 되었어요. 우리를 알던 사람들은 우리를 그리워하고 있을까요, 아니면 당신의 바람대로 순순히 잊어가는 중일까요. 나는 가늠을 할 수가 없습니다. 이리도 멀리 떠나온 지금, 나는 나에겐 그저 나뿐이기를, 당신에겐 당신뿐이기를 바라고 있습니다. 그 시간을 지나고 나면 마침내 우리에게도 서로 나누어줄 무엇이 생기겠지요. 그렇게 된다면 그때는 우리도 마음껏 우리가 되어 보도록 해요. 낮에는 장작을 구하고, 해가 지면 느린 춤을 춥시다. 둘이면 그만인 매일을 보내는 겁니다.
사랑하는 당신. 나는 평온히 감긴 당신의 눈을 바라보고 있습니다. 당신은 아직 조금 지쳐 보이네요. 이 편지를 한동안 당신에게 보이지 않을 참입니다. 긴 도망을 마치는 날, 우리가 다시 혼란한 세상 속으로 걸어 들어갈 그 날 말입니다. 곤히 잠든 당신의 옆에서 써 내리는 이 글자들이 그날 우리의 기념품이 되었으면 합니다. 오늘을 다시 떠올릴 수 있도록 말이에요. 유난히 추운 날입니다. 조금 더 함께 있기로 해요.
(작사 : 2층과3층사이 / 작곡 : 조용석 / 편곡 : 조용석 / 글 : 권태익)
5. 오늘 밤에
우리는 아주 먼 길을 흘러왔습니다. 우리는 넓은 곳에 모여들어 수없이 일렁이기도, 잘게 나누어져 각자의 세상을 눅눅히 물들이기도 했습니다. 볕이 좋은 어느 날, 어쩌면 우리는 다시 예전처럼 하늘을 날아오를 수 있겠지요. 하지만 다시 그날이 오기까지, 우리는 더욱 낮고 깊게, 익숙한 저 아래를 향해, 그리하여 결국 서로에게로 향하는 수밖에 없습니다. 온통 얼어붙고 흩날려, 잔뜩 움츠리게 하는 계절이 저물어 갑니다. 녹아 없어질 시간에 마음 아파하지 말아요. 우리는 모두 흐르고 또 흘러, 잠시 머무를 곳이 필요한 사람들일 뿐입니다.
(작사 : 조용석 / 작곡 : 조용석 / 편곡 : 조용석, Luca minor / 글 : 권태익)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