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창근 [박창근 BEST 20]
여기 박창근이 있다. 박창근의 진면목이 있다. 박창근이라는 우주가 있다. 어떤 이들은 지난 해 가을 한 TV 프로그램으로 비로소 박창근을 만나고 사랑하기 시작했을지 모른다. 하지만 박창근은 1999년 첫 정규 음반을 발표한 후 그동안 네 장의 정규 음반과 리패키지 음반 뿐 아니라 듀엣 음반과 여러 싱글을 내놓은 싱어송라이터이다.
박창근의 음악활동 23년을 중간 결산한 베스트 음반 [박창근 BEST 20]은 그동안 박창근이 내놓은 음반과 싱글 가운데 스무 곡의 노래를 엄선했다. 스무 곡의 노래를 귀 기울여 들어보면 보인다. 대구에서 기타를 튕기며 꿈을 키워왔던 한 뮤지션이 ‘깊게 더 깊게’ 쌓아온 세계. 그 속에는 사랑을 원하는 순정한 마음이 있고, 그저 편한 맘으로 노래해온 욕심 없는 영혼이 있다. 한없이 부드러운 목소리로 듣는 이의 마음을 녹이는 다정함을 발견하지 못할 사람은 없을 것이다. 자신의 목소리가 얼마나 높이 올라가고 얼마나 강렬하게 사로잡는지 과시하지 못해 안달하는 시대, 하지만 박창근은 오래도록 그 시대와 불화하고 역행하는 노래를 불러왔다.
누군가는 그 시간을 무명가수의 시간이라고 말할지 모른다. 아니다. 그 시간은 자신에게 노래가 찾아오기를 묵묵히 기다린 시간이고, 가장 자기다운 노래를 준비한 시간이다. 지금 자신에게 간절한 노래를 토해내듯 꽃 피워낸 시간이다. 박창근은 늘 우리 곁에 있었다. 박창근의 목소리에는 그 흔적이 오롯하다. 오래도록 듣고 아끼고 사랑했던 목소리들을 집적해 자신의 목소리로 탈바꿈한 보컬은 누구도 흉내내지 않는다. 꽃이 피는 이유를 물으며 세계의 본질을 질문하고, 누려온 많은 것들을 내놓긴 좀처럼 쉽지 않다고 고백하는 목소리는 21세기에도 포크와 록의 정신이 꿋꿋이 이어지고 있음을 감동적으로 증거한다. 그러므로 박창근의 이름을 기억하는 이라면 [박창근 BEST 20]을 들을 필요가 있다. 이 노래를 품은 음반들을 찾아갈 이유가 있다. 록과 팝과 포크를 아우르며 높고 고독한 목소리로 외치고, 작고 낮고 느린 목소리로 속삭이는 박창근의 옛 노래에 귀 기울이는 사이, 다시 새 노래가 찾아올 것이다. 이제 우리가 기다릴 때다.
- 대중음악의견가 서정민갑
All Songs written and arranged by 박창근
Mastered by 전훈 at SONICKOREA (Assist. 신수민)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