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의 기형적인 전자음악 씬을 들여다보자. 이곳에는 씬이라 부를 수 있을 최소한의 소비층만이 존재한다. 그런데도 신선하고 새로운 젊은 아티스트들은 꾸준히 등장한다. 이미 한국에서도 대세가 된 퓨처 사운드부터 테크노, 하우스, 누디스코, 심지어 가장 빠른 장르를 다루는 젊은 음악가를 찾는 건 어려운 일이 아니다. 이 소개글의 주인공인 '노 아이덴티티(No Identity)' 역시 서울의 젊은 음악가를 이야기할 때 빠지지 않는 이들 중 한 명이다. 하지만 그의 음악은 앞서 언급한 이들과는 결이 다르다.
[1993]에 수록된 총 6개의 곡은 어떠한 장르의 구현을 목표로 하지 않는다. 그보다는 음악가의 감정 그 자체를 표현하는 데에 집중한다. 이는 곡의 제목을 통해서 거시적으로 한 번 드러난다. "Cyworld"라는 제목을 본다면, 듣는 이의 머리를 스쳐 지나가는 감정이 분명 있을 것이다. 듣는 이가 제목만으로는 그 감정이 명확하지 않다 느낄 때, '노 아이덴티티'가 만들어낸 사운드는 다시 한 번 자신의 감정을 듣는 이에게 선보인다. 곡과 제목이 주는 이미지는 그의 감정을 느낄 수 있을 만큼 명확하며, 이는 화려한 멜로디나 기술보다도 귀를 잡아끄는 요소다. 만약 누군가가 그가 왜 주목받고 있는지 묻는다면, [1993]이라는 EP는 가장 간결하고, 완벽하게 내놓을 수 있는 답변일 것이다.
심은보(GDB)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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