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athers' Buffalo' EP 앨범은 ‘나'를 지우는 과정이었다.
딱딱하게 굳은 자아가 녹아내리다 결국엔 사라진 공간을 표현하고 싶었고
그렇게 작업한 소리 들을 듣다 보면 그 안에서 나는 비로소 호흡을 할 수 있었다.
지금의 ‘나’를 없애고 종(種), 성(性), 이름, 가족, 친구, 학교, 직업, 종교, 이념, 국가, 시간과 공간,
그리고 축적된 경험의 제약에서 벗어난 무언가가 되고 싶다는 생각으로 만들어진 이 음악이
듣는 이들에게 투명한 거울이 되어 그들을 비추는 고요한 공간이 되기를 바라본다.
- 김가온
김가온 [Fathers’ Buffalo]
김가온은 밴드 로바이페퍼스(Raw by Peppers) 활동을 했고, 이제는 혼자 음악을 시작한다. 그리고 자신의 첫 EP [Fathers’ Buffalo]를 발표한다.
밴드 시절에도 그는 스토리텔링에 관한 고민이 많았고, 이펙터에 관한 욕심도 많았으며 가사가 없는 음악을 종종 선보이고는 했다. 그래서 그가 전자음악을 들고 나타난다는 것에 크게 당황스럽지는 않았다. 하지만 이토록 본격적으로 전자음악을 선보이게 될 것이라고는 예상하지 못했다. 작품은 호흡도 결코 짧지 않고, 리듬이 지닌 속도감보다는 단단한 구조와 세밀한 변주가 쌓이는 과정을 택하고 있다. 그레서 곡 안에서 선보이는 표현 방식도 다양하고, 한 곡 안에서도 다음 마디에 어떤 전개가 펼쳐질 지 쉽게 예측할 수 없다. 엠비언트부터 드론, IDM까지 떠오르게 하는 고밀도의 집약적 구성은 거창하거나 에픽한 요소가 없음에도 몰입의 강도를 높여 역설적으로 스케일이 크게 느껴진다. 무엇보다 공간감에 있어서도 굉장히 자유롭게 그 규모를 펼쳐 나간다. 자신을 지우는 작업을 통해 비로소 자유로워지는 듯한 이 작품을 통해 누군가는 끈질기게 인내를 가지고 감상할 수도 있고 누군가는 현실로부터 벗어난 어딘가에 뛰어들어 몰두하게 되는 느낌을 받을 수도 있다. 또 누군가는 이 이야기에 자신을 투영할 수도 있을 것이고, 다른 누군가는 그보다는 자신이 살아가는 세상을 떠올릴 수도 있다. 다섯 곡이지만 정규 앨범 못지 않은 이 작품을 통해 이 음악을 듣는 각자의 시간을 깊이 있게 가져가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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