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승주' [지하실 바깥은]
이야기가 있는 앨범입니다. 12곡이 한 곡이라는 생각으로 작업했습니다.
지하실 바깥은
지하실에서 나가지 않았다. 나를 이해해줄 것 같은 사람만 옆에 있는 이곳이 좋았다. 하루종일 티비를 보거나 컴퓨터를 보았다. 꽃을 좋아하지만 꽃은 밖에 있었다.
나에게 꽃은 작고 네모난 화면 안에 시들지 않고 노랗게 빛나는 꽃, 그거 하나였다. 어느 날 TV에 바다가 나왔다. 노란 꽃과 바다, 나비. 바다가 보고 싶었다.
꽃이 보고 싶었다. 친구가 말했다. 짧지만 마음에 남는 말을 통해. ‘가’. 바라만 보던 문손잡이를 잡고 어렵게 문을 닫았던 그때와는 다르게 무거운 문이 참 쉽게 열렸다.
버스 정류장에서 오랫동안 가지 않았던 바다로 향하는 버스를 탔다. 멀미가 났다. 자고 일어나니 파도 소리가 들렸다. 여름, 매미, 갈매기. 땀이 났다. 더웠다.
웃고 있는 사람들. 나는 어울리지 않는 걸까 생각했다. 그러다 사람들처럼 바다에 뛰어들어 보았다. 하얀 거품이 손 주위로 일고 화면으로 보던 꽃보다도 더 아름다운 하얀 물꽃이
손 주위로 피었다. 나비가 된 것 같았다. 바보 같았지만 시원했다. 바다를 돌아다니다가 밤이 되었다. 하늘에 별이 가득 차고 바다에 별이 비쳐 보였다. 흐린 바다를 지그시 응시했다.
먼 지평선 사이로 물결이 살짝 일고 물고기 같은 게 보였다. 하늘로 날아가는 듯했다. 돌고래였을까? 돌고래는 지구 반대편 돌고래와 얘기할 수 있다는 글을 본 적이 있다.
사람과도 의사소통이 가능하다고. 우주여행을 떠났을 수도 있겠지. 불꽃놀이 갔던 하루가 지나가고 젖은 몸을 말리며 사람들이 바다 주위에서 밤새 한 불꽃놀이 폭죽들이 널브러져 있는 것을 멍하니 보았다.
멍- 바로 옆에 고양이가 있었다. 혼자였지만 혼자가 아니게 되었다. 이리저리 바다 주위 공원을 빙빙 돌다가 가만히 앉아서 고양이를 보다 인사를 하고 맥주 캔 주위에 있는 거품을 멍하니 보았다.
집에 가야겠다고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세탁기 안 바다에 젖어 소금기가 남아있던 티셔츠도 거품에 삼켜져 사라지고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여행은 끝이 났다. 허무했다. 늦여름은 그렇게 끝이 나고 가을이 되었다.
가을은 낙엽과 함께 조용히 흘러갔다. 하루 또 하루 그러다 어느 날 새벽에 깼다. 동물 발자국 소리 근데 풀이 아닌 눈을 밟는 소리 문을 열어보니 밤이 참 하얗다.
밤은 까만데 이 밤은 하얗다. 고양이였다. 잠바를 입고 잠깐 걸었다. 다시 친구와 지하실. 겨울은 춥다. 나가려는 친구에게 집에 그냥 있자고 했다.
하지만 그 친구의 따뜻한 말 때문인지 문틈의 바람 때문인지 동네를 한 바퀴 돌았다. 바깥은 겨울, 지하실 바깥은 지하실 안보다 따뜻했다. 붕어빵 때문일 것이다
아마도. 겨울, 평소보다 많이 밖에 나갔던 겨울 조금 따스해진 늦겨울 눈이 내렸다. 쌓이지 않을 눈, 봄이 오려나 보다. 금방 사라지지만 참 예쁜 눈, 분홍빛 봄이 왔으면 좋겠다. 따뜻하게.
앨범아트 (앨범커버) : 해를 바라보다 결국 해가 된 해바라기와 그것을 다시 바라보는 사람
음악을 만들고 하고 싶은 말과 이야기를 붙이는 일은 참 행복한 일인 것 같습니다. 기타를 친지 얼마 안 됐을 무렵 무작정 전자기타를 사 생각나는 것을 정리하며 만든 곡들에 이야기를 붙이고 이야기에 맞는 소리들을 넣어 만들었습니다.
작은 방 침대 옆에서 대학교 과제를 하며 만든 곡들이지만 마음을 담았습니다. 그리고 하나하나의 이야기에 내가 소중하게 여겼던 기억들 기분들을 담았습니다.
첫 앨범이라 커버부터 연주, 보컬 녹음믹싱 모든 작업을 직접 하고 싶어서 하나하나 마음을 담아 만들었습니다.
서툰 부분이 있겠지만 소중한 마음을 담아 만들었으니 다 듣고 난 뒤 짧은 이야기 한편을 들은 기분이었으면 참 행복할 것 같습니다.
또 단 한분이라도 이 앨범을 듣고 자기만의 지하실에서 나와 자기만의 바다와 꽃을 찾아 떠난다면 정말 정말 행복할 것 같습니다. 긴 앨범 소개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TRACK]
01. 지하실과 진심 / Basement,Truth / 03:14
02. Nerd's Flower / Nerd's Flower / 04:00
03. 출구로 / Heavy door / 04:49
04. 멀미Skit / Carsickness Skit / 01:02
밖에 나와 버스 정류장에서 오랜만에 버스를 탔다. 멀미가 나 잠에 들었다. 어떤 꿈을 꾼지는 모르지만 기분이 좋았다. 일어나 버스에서 내리고 나니 바다가 보였다. 기타를 배운 지 얼마 안 됐을 무렵 무작정 전자기타를 사서 처음으로 만든 노래.
05. 물꽃과 나비 / Sea flower and Butterfly / 03:48
06. 별일 있겠나 / Ulala Whatever / 04:08
07. 밤바다와 우주 / Night Ocean and Space / 03:53
돌고래들은 초음파를 통해 지구 반대편의 돌고래와 대화를 나눌 수 있다. 바다 속은 돌고래들끼리 안부를 전하는 말들로 가득 차 있다. 밤바다에 별이 가득 차면 바다는 우주가 되고 그들은 우주여행을 떠난다.
08. 불꽃놀이가 끝나고 난 뒤 / Fireflower Party After / 04:10
09. 거품 / Bubble / 03:50
Weird Dream, Bubble gone
여행에서 돌아오고 난 뒤 지난일들은 이상한 꿈처럼 느껴진다.
10. 하얀 밤 / White Night / 03:10
눈이 온 뒤 밤은 하얗다
11. 바깥은 겨울 / Winter outside of window / 04:21
12. 안녕 봄눈 / Hello Spring Snowman / 04:00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