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굴 하나야 손바닥 둘로 푹 가리지만, 보고 싶은 마음 호수만 하니 눈 감을 밖에. (정지용 - 호수)
견뎌내는 하루에 대해 종종 생각한다. 살아간다기엔 무력하고, 죽어간다기엔 절박한 하루들에 대해서. 손바닥으로 가릴 수 없는 일상의 절망 앞에 차라리 눈을 감는 밤에 대해서.
좁은 방으로 돌아와 침대에 눕기까지의 모든 걸음이 바늘 같았던 날이 있었다.
알람을 듣고 이불을 걷어내는 것, 상냥하게 웃으며 인사하는 것, 따가운 오후의 태양 밑으로 손양산을 만드는 것, 현관의 비밀번호를 누르고 문고리를 돌리는 것까지.
내게는 모든 순간마다 인내가 필요했다. 내일은 괜찮을 거라는 주문을 외는 일도 무의미하게 느껴지는 밤이었다. 내가 특별하게 괜찮지 않을 동안 남들은 평범하게 괜찮을 것이라고 생각하니 그건 그거대로 슬펐다.
열린 창틈 사이를 비집고 들어오는 누구들의 웃음소리가 미웠다.
차라리 비나 내렸으면. 나를 적시고, 아주 적시고, 저 바깥의 행복한 사람들도 흠뻑 적셔버렸으면.
노래에는 그런 밤이 고여있다. 휘발되지도 삼켜지지도 못한 밤이 그 모양 그대로 남아있다. 이 노래로는 누구도 위로하고 싶지 않다. 다만 알리고 싶었다.
혹시 당신 눈 감고 있다면. 나처럼 비극의 전염을 기다리고 있다면. 이 넓은 도시의 반대편, 당신과 같은 얼굴의 달을 보는 나도 오늘을 견뎌내고 있노라고 말해주고 싶었다. 이름 모를 타인의 이유 없는 불행을 비는 악인이 여기에도 있다고.
그래서 이건 아주 소심한 손 인사의 노래. 오선 위에 가지런히 나열된 이기적인 구조 신호. 각자가 견뎌낸 오늘을 위한 초라한 건배사.
안녕. 오늘은 우리 괜찮지 않은 밤을 보내요. 환상의 우기를 기다리면서.
가수 ‘김소연’은 2015년 미니앨범 1st 발표 이후 5년의 공백기를 지나, 오늘 청아한 목소리로 대중들 앞에 다시 찾아왔다.
이전 발표된 작품은 정통성 락발라드였다고 하면, 이번 작품은 프로듀서 kanasusbrew의 스트링 편곡으로 멜로디와 가사에 오롯이 집중될 수 있는 어쿠스틱 발라드로 만들어졌다.
프로듀싱 총괄 그리고 작곡, 작사는 오디션 프로그램 슈퍼스타k에 나와 많은 대중과 심사위원의 심금을 울린 이세연 가수가 하였다. 이세연 가수의 첫 프로듀싱 곡이기도 하다. 그렇게 연단 쌓아온 그녀의 노랫말과 음색이 가수 김소연과 앙상블을 이루어 [가질 수 없는 밤]이 탄생하였다.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