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0년대는 다양한 장르의 음악이 공존했다. 록과 발라드, 재즈와 힙합 등이 상륙하고 유행했다. 그 중 이 시대를 상징하는 음악은 댄스 음악이었다. 1992년 서태지와 아이들의 등장으로 음악계는 혁명과도 같은 변화를 겪었고, 댄스 음악은 대중문화의 주도권을 잡았다.
팝 가수들에게서나 볼 수 있던 화려한 안무를 이 땅에 안착시킨 건 음지의 춤꾼들이었다. 그들은 미군방송인 AFKN에서 본 팝 스타들의 뮤직 비디오를 참고 삼아 새로운 춤을 연마했다. 그렇게 갈고 닦은 실력을 겨루는 장소는 이태원의 전설적인 클럽 ‘문나잇’이었다. 미8군, 그 중에서도 흑인 병사들이 주로 모이던 이곳은 어느 순간 한국의 춤꾼들이 모이는 곳이 됐다. 양현석, 이주노, 현진영, 클론 같은 90년대의 대표적 댄스 가수들이 문나잇에서 ‘쇼다운’을 벌이며 서로의 춤솜씨를 뽐냈다. 댄스 뮤직 붐이 불자 그들의 무대는 지하의 작은 클럽에서 방송국 무대로 옮겨졌다. 1990년대 초반부터 중반까지, 대중음악계를 수놓은 스타들의 고향이었다. 기존의 나이트클럽과는 다른 음악에 맞춰, 미국의 최신 댄스를 몸으로 소화한 이들이 모이던 작은 클럽이 한국 댄스 음악의 성지가 됐다.
춤꾼과 디제이들이 만들어낸 90년대 댄스 음악은 한국 음반 시장에 밀리언셀러의 시대를 열었다. 이전의 어떤 가수나 제작자도 맛보지 못했던 달콤한 성공을 누렸다. 음악 미디어의 중심은 라디오에서 완전히 TV로 넘어갔고, 음악 소비의 축은 10대와 20대로 이동했다. 그 화려했던 시대의 이면, 한국의 댄스와 사운드를 업그레이드하기까지의 치열함, 어디서도 들을 수 없었던 이야기로 댄스 혁명기를 재구성한다.
[슬픈 마네킹]
노래 현진영 / 작사 오선화 / 작곡 홍종화 / 편곡 현진영 유두영 정지찬 TMC / 기타 holywood kid 정지찬 / Sound Design Mad Soul Child / Programming 14o2 정지찬 / Editing 정무경 nozy / Mixing TMC / Mastering TMC
서태지와 아이들 이전에 현진영이 있었다. 언더그라운드의 소문난 춤꾼이던 그는 이수만에 의해 발탁되어 1990년 ‘슬픈 마네킹’으로 데뷔한다. 당시 가요계에는 없던 뉴 잭 스윙 스타일과 그 시대를 강타했던 토끼춤을 선보이며 현진영은 단숨에 화제의 주인공이 됐다. 문나이트 출신 춤꾼들 중 처음으로 스타덤에 오른 이가 현진영이었던 것이다. 그가 약 30년만에 선보이는 자신의 첫 히트곡에서 그는 춤 뿐만 아니라 녹슬지 않은 가창력을 선보인다. 세간의 편견과는 달리, 댄스 가수라 해도 춤만 잘 춰서는 성공할 수 없음을 확인할 수 있다.
[꿍따리 샤바라]
노래 클론 / 작곡 김창환 / 작사 김창환 / 편곡 UCKU Coke / Chorus 정미란 / Sound Design Mad Soul Child / Keyboards UCKU / Synthesizer Coke / Drum programming Coke / Editing 정무경 nozy / Mixing TMC / Mastering TMC
클론은 신승훈-노이즈-김건모-박미경으로 이어진 김창환 사단(라인기획)의 성공에 방점을 찍은 팀이다. 데뷔전부터 이태원 최고의 춤꾼이었던 그들은 현진영의 댄스 팀이었던 와와로 데뷔, 라인기획 소속가수들의 안무를 맡으며 1900년대 중반까지의 인기 댄스 뮤직의 숨은 조력자역할을 했다. 1996년, 그들은 춤과 더불어 마이크를 잡았고 데뷔곡 ‘쿵따리 샤바라’는 유난히 여름 히트곡이 많았던 그 해 여름을 대표하는 노래가 됐다.
[날개 잃은 천사]
노래 룰라 / 작곡 최준영 / 작사 이건우 / 편곡 정지찬 Twelvv Choi / 기타 holywood kid 정지찬 / Chorus 정미란 / Sound Design Mad Soul Child / Programming Twelvv Choi / Editing 정무경 nozy / Mixing TMC / Mastering TMC
1995년을 정리하자면 단 두 개의 노래를 꼽을 수 있다. 김건모의 ‘잘못된 만남’, 그리고 룰라의 ‘날개잃은 천사’. 채리나의 데뷔작이기도 한 이 노래를 통해 룰라는 자신만의 색깔을 얻었을 뿐만 아니라 그 해 전국 모든 중고등학교 수학여행에서 학생들이 엉덩이를 두드리게 만들었다. 1990년대 혼성 그룹을 대표하는 룰라는 그 뒤 많은 풍파를 겪었지만 ‘3!4!’와 더불어 ‘날개잃은 천사’는 한국 댄스 뮤직을 상징하는 곡으로 남아, 분위기의 클라이막스를 책임지고 있다.
[GO! GO! GO!] (1993)
(원곡: 듀스 with H20)
노래 UV with H2O(김준원) / 작사 이현도 / 작곡 이현도 /
Editing 정무경 nozy / Mixing TMC / Mastering TMC
한국 흑인 음악의 선구자로 재평가받고 있는 듀스는 1990년대 당시 가장 남성미 넘치는 그룹으로 여겨졌다. 춤 뿐만 아니라 음악을 직접 만든다는 강점이 있었기에 그들은 댄스 음악 홍수에서도 돋보이는 존재였다. 석 장의 앨범 모두가 명반이지만 듀스의 ‘메시지’는 2집부터 시작됐다. 사랑 노래가 전부라 여겨지던 당시의 대중음악계에서 자의식 가득한 가사를 쉴 새 없이 내뱉는 ‘Go! Go! Go!]는 세대의 언어를 담고 있는 노래라 해도 틀리지 않았다. 1990년대 댄스 음악에 대한 리스펙트를 가지고 꾸준히 그 시대 스타일의 음악을 만들어온 UV가 다시 한번 1990년대에 헌사를 바친다. 원곡에서 보컬 피쳐링을 맡았던 H2O의 김준원이 그들과 함께 한다.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