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권형' [인천의 포크 싱글 시리즈 Vol.2 - 숨바꼭질]
▶ 인천의 포크 싱글 시리즈 VOL.2 - 숨바꼭질
[인천의 포크]는 인천 사는 인천사람 Pa.je, 서울 사는 인천사람 이권형, 인천 사는 마산사람 박영환이 모여 만든 컴필레이션 앨범이다.
'숨바꼭질'은 [인천의 포크] 컴필레이션에 앞서 발매되는 두 곡의 선공개 싱글 중 두 번째 곡으로서, 이권형과 예람이 함께 쓰고 불렀다.
[인천의 포크]는 제목에서 연상할 수 있는 바와는 다르게, 인천을 테마로 하는 곡들을 담고 있지 않다.
대신 참가한 뮤지션들은 인천에서 살아가면서, 때로는 인천에서 멀리 떨어져 살아가면서 한 사람의 도시인으로서 느낀 바들을 자유롭게 음악으로 풀어내길 원했다.
그래서 [인천의 포크]에는 통일되지 않은, 하지만 한편으론 무언가를 간절히 갈구하는 듯한 감정의 노래들이 실렸다.
아래는 '숨바꼭질'과 함께 발표되는, 이권형의 라이너 노트다.
▶ 숨바꼭질 라이너 노트 - 이권형
관계에서 어떤 태도를 취해야 할지, 무엇이 최선일지 자주 고민한다. 할 말이 있으면 직설적으로 하는 편이지만, 감정표현은 최대한 에두르는 게 좋다고 생각한다. 급하게 드러내는 감정에는 허점이 많다. 차 한 잔도 공들여 내리면 그 과정에서부터 맛이 우러나듯, 서로가 차분한 호흡으로, 은은하게 유지할 수 있는 관계야말로 깊은 맛을 내는 법이다. 초조할 필요 없이, 고로 서두르지 않아도, 어디에서 무엇으로 있더라도 서로에게 특별할 수 있는 관계는 이상적이지 않나. 하지만 나는 불안하고 외로운 사람이기 때문에 언제나 서두르고 망친다.
그렇게 번번이 망치면서 또 사람을 찾는다. 결과는 빤하겠지만, 그러나 그것이 우리의 굴레라는 것을 서로 이해하는 사이라면 그 과정을 찬찬히 즐겨볼 수도 있을 것이다. 적당히 의식하면서, 적당히 고독하고, 또 서로 적당히 위안 삼아가면서, 차 한 잔 정성스레 우려내듯이.
그건 일종의 게임 같기도 하다. 몰입하는 순간 영원히 끝내고싶지 않은 게임. 그래서 '숨바꼭질'의 화자들은 끝이 없는 게임의 규칙 속으로 사라져야 했다. 그것만이 굴레를 벗어나 관계를 완성시킬 수 있는 유일한 길이니까.
그것이 내가 고민 끝에 내린 하나의 결론이다. 우리의 관계는 불완전하지만, 운이 좋다면 고상하고 아름다운 숨바꼭질을 해볼 수도 있다. 물론 이 세계에 영원한 건 없지만.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