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디오로즈 [Holy garden]
푸른 물과 오래된 꿈 너머,
신성한 정원에서 들려오는 아득한 음성
장미와 비디오.
언뜻 보아서는 접점을 찾기 힘든 두 단어의 조합, 비디오로즈. 생경하지만 매력적인 이 명칭은 그룹 비디오로즈가 지향하는 세계와 예술관을 집약적으로 담아내고 있다. 동, 서양의 신비주의 철학과 싸이키델릭, 동화적인 환상, 자연에 대한 동경과 전자 음악의 사운드... 비디오로즈는 첫 번째 앨범 [Holy Garden]에서 도저히 어울릴 것 같지 않은 다양한 요소들을 완벽하게 그들만의 개성으로 녹여내 선보인다.
마법의 제비를 찾아, 밤이 되면 신성한 정원에서 춤을 추는 마법사, 푸른 물과 하얀 포말, 파도와 햇살이 여전한 어느 먼 행성의 아름다운 해변... 앨범에 수록된 [Holy Garden]과 [Tropical Planet]은 인간이 잃어가고 있는 자연과 원시, 생명력으로 충만한 세계를 노래하고 있다. 시적인 은유로 가득한 가사와 서정적인 멜로디는 아름다웠던 자연, 과거의 어떤 시점을 아득하게 그려낸다. 그러나 이러한 이상적인 세계에 대한 동경을 단지 향수 어린 관점으로만 바라보는 것이 아니라, 현대적이며 세련된 방식으로 변모시켰다는 것이 비디오로즈의 작업에서 주목할만한 점이라 할 수 있다. 리드미컬한 베이스와 낭만적인 보컬, 80년대를 연상시키는 신디사이저 사운드와 싸이키델릭한 이미지들의 조합은 몽환적인 동시에 모던하고 청량한 느낌을 자아낸다. 다소 난해할 수 있는 요소들을 대중들도 친근하게 듣고 즐길 수 있을 만큼 산뜻하게 풀어내는 센스를 통해 비디오로즈가 지닌 역량을 짐작해 볼 수 있다.
지구 밖에서 지구의 자연을 노래하고, 과거와 미래를 통해 현재를 바라보는 독특한 시공간의 감각 또한 비디오로즈의 음악 세계를 매력적으로 만드는 요소 중 하나이다. 꿈 너머 세계를 표현하는 듯한 놀라운 상상력을 통해 이들은 우리를 아득한 환상의 정원으로 인도한다. 몽환적이면서도 모던한 이 장소는 과거와 미래, 자연과 인간, 신비와 이성이 융합된-태초의 물과도 같은 유동의 세계인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비디오로즈를 시간을 거슬러 온 세이렌, 혹은 모던한 샤먼이라 칭해도 부족하지 않을 듯 하다. 신성한 정원의 마법사는 직선과 전자음으로 가득한 21세기의 중심에 서서 아득한 과거의, 아니 어쩌면 먼 미래의 메시지를 우리에게 전하려는 것이 아닐까?
장미와 비디오의 조합처럼 흥미롭고도 독특한 그룹 비디오로즈.
다양한 장르의 아트웍을 통해 매번 마법적인 환상의 세계를 선보여 온 강현우와 레트로한 감성을 세련되고 유니크한 사운드에 녹여내는 허철주, 탄탄한 실력과 독보적인 감성의 소유자인 두 아티스트가 앞으로 우리에게 들려줄 세계는 어떤 향기를 지녔을지, 무척 궁금하고 기대되는 바이다.
- 작가, 신화 연구자 김다현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