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채 [김현채 가야금 – 나효신 작품전]
김현채의 첫 가야금 현대음악 앨범으로 전곡 작곡가 나효신의 작품들로만 구성되어 있다. 난이도 높은 연주력과 치밀한 해석을 요하는 나효신의 작품들을 수 년에 걸쳐 초연 및 다수의 재연을 통해 김현채 자기만의 색깔로 소화해냈다. 한 사람은 연주자로서, 또 한 사람은 작곡가로서 가야금의 한계와 영역을 뛰어넘기 위한 도전과 여정이 담긴 이 앨범에서는 새로운 스타일의 산조가야금, 25현금 독주곡들과 가야금병창 곡을 들을 수 있다.
1. 흔하고 하찮은 것으로부터
작곡 나효신 / 산조가야금 김현채
“흔하고 하찮은 것 하나 하나는 별것이 아니에요.
그러나 그 ‘흔하고 하찮은 것’이 모든 것을 의미합니다”.
- 조세프 찹스키 (폴란드 화가, 1896 - 1993)
2. 완전한 無의 노래
작곡 나효신 / 산조가야금 김현채
나는 완전한 無의 노래를 만들 거예요,
나에 관해서도 다른 사람에 대해서도 아니고,
사랑이나 청춘 혹은 다른 무엇에 대해서도 아닌.
이 노래는 내가 말을 타고 자는 동안
내게로 왔죠.
나는 내가 언제 태어났는지 몰라요.
나는 행복하지도 불행하지도 않아요,
쌀쌀하지도 정답지도 않아요,
이 모든 것은 내가 선택하지 않았어요:
한밤중 산속에서 요정이 나를 만들었죠.
나는 내가 자고 있는지
깨어 있는지조차 몰라요. 누구든 알면 말해줘요.
고통이 내 마음을 갈가리 찢어 놓았지만
나는 한숨 짓지 않겠어요.
나는 아프고 죽을까 봐 겁이 나지만
이건 모두 풍문으로 들은 것뿐이에요.
나는 내 맘에 드는 의사를 원해요
그가 누군지는 모르겠지만.
내 병을 고칠 수 있다면 그는 좋은 의사죠;
그러나 내 병이 더 깊어지면, 아뇨.
내게는 애인이 있지만 누군지는 몰라요.
본 적이 없어요. 볼 필요가 없어요.
내게 잘해줬는지 아닌지도
난 알아채지 못했어요.
내 집에 왔던 노르만 사람도 불란서 사람도 아니에요.
본 적은 없지만 나는 그녀를 따뜻하게 사랑해요.
나는 늘 옳지 않았으나 그녀는 내게 잘못한 적이 없어요.
볼 수도 없지만 난 잘 지내요,
흥, 상관없어요.
난 더 매력있고 더 예쁜 여자를 알아요
그리고 이 여자를 더 잘 알죠.
나는 가사를 만들었어요, 이거 누가 썼죠,
그리고 나는 이 가사를 그 마을로 가는
다른 누군가에게 전해줄 사람에게 줄 거예요.
그러면 그녀가 암호를 보내올 거예요.
- 완전한 無의 노래 / 기욤 드 푸아티에 (1071 – 1127)
3. 가야금 음악
작곡 나효신 / 25현금 김현채
‘가야금 음악’에는 매우 제한적인 음악적 재료가 사용되었고, 이 재료들은 전혀 발전되지 않았다. 이 작품은 1988년에 두 대의 피아노를 위해 처음 썼고 그 이후로 여러 개의 버전이 만들어졌다. 기타와 비올라 이중주, 네 개의 손을 위한(한 대의 피아노로 연주하는) 버전, 챔버오케스트라를 위한 버전, 고토 독주곡, 고토 삼중주, 25현금 독주곡, 25현금 삼중주, 바이올린과 베이스고토 이중주 등이 있다.
4. 장작개비의 노래
작곡 나효신 / 25현금 김현채
나는 늙었어요.
나는 뒤틀렸어요.
나는 바짝 말랐어요.
나는 몹시 추워요.
불 좀 피웁시다요!
헤..헤헤...히히히.
(불을 피우니 따뜻하네요!)
자아, 이제 모두 춤을 춥시다아...
- 하이미 드 앤줄로 (언어학자/시인, 1887 – 1950)
5. 바람
작곡 나효신 / 산조가야금 김현채
여행을 떠나려면 오랫동안 떠나시오
마치 눈을 감고 더듬어 나가듯이
그렇게 목적 없이 방황하시오
저 거친 대지를 눈으로만이 아닌
손으로 만져 경험하시오
그렇게 당신의 피부로 이 세상을 직면하시오
- ‘여행’ 중 발췌 / 즈비그니에프 헤어버트 (1924 - 1998)
6. 감사의 행복을 노래하면
작곡 나효신 / 가야금병창 김현채
오늘 하루도 이렇게 살아서
하늘과 바다와 산을 바라볼 수 있음을 감사하네.
하늘의 높음과 바다의 넓음과 산의 깊음을 통해
오래 오래 사랑하는 마음을 배울 수 있어 행복하네.
마음만 먹으면 언제나
사계절이 아름다운 정원으로 산책을 나갈 수 있고
새들이 지저귀는 숲길에서 고요히 기도할 수 있어 행복하네.
마음만 먹으면 언제나
좋은 책을 골라 읽을 수 있고 벗들에게 편지를 쓸 수 있는
조그만 사색의 공간이 있는 것도 행복하네.
이름 모를 비애에게도 감사하네.
말이 필요할 때 오히려 침묵하는 벗들에게도 감사하네.
감사하면 아름다우리라.
감사하면 행복하리라.
감사하면 따뜻하리라.
감사하면 웃게 되리라.
- ‘감사의 행복’ 중 발췌/ 이해인 (수녀/시인, 1945 - )
(아티스트 소개)
김현채
김현채는 전통음악과 현대음악을 기반으로 활동하는 실력파 가야금 연주가이다. 전통음악이 대중성과 타협하는 길을 거부하며 예술의 가치는 동시대성이 아닌, 시대성의 확장이라는 믿음으로 가야금의 고전과 현대적 레퍼토리를 고집한다. 서울대학교 국악과를 졸업하고 동대학원에서 석사, 박사학위를 취득하였으며, 2019년 전국가야금경연대회 일반부에서 대통령상을 수상하였고, 국가무형문화재 제23호 가야금산조 및 병창을 이수하였다.
나효신
나효신은 국내에서 대한민국 작곡상을 서양음악부문과 국악부문에서 각각 받았으며, 해외에서는 하버드대학교 프롬재단, 쿠셰비츠키재단, 젤러바하재단, 알고시재단, 휼럿재단, 포오재단, 인터뮤직 에스에프, 아더마인즈 페스티발, 로스엔젤레스 국제현대음악축제 등으로부터 위촉을 받았다. 그의 음악은 바튼워크샵, 샌프란시스코 현대음악단, 크로노스 현악사중주단, 산호세 챔버오케스트라, 국립국악원 창작악단, 델솔 현악사중주단, 아이브즈 현악사중주단, 이어플레이, 뉴 뮤직 웍스, 퍼시픽 챔버오케스트라, 국립국악관현악단 등 여러 음악 단체들이 연주해오고 있다. 2006년부터 벨지움의 랜트로 뮤직이 그의 음악을 독점 출판하고 있으며, 2020년에는 김현채가 연주한 가야금작품들을 비롯한 8곡의 가야금작품집이 출판되었다.
https://www.lantromusic.be/2020/10/26/na-hyo-shin-music-for-solo-kayageum/
나효신 홈페이지 www.hyo-shinna.com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