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어장인 이정권 정규 1집 [일기]
KBS 전국노래자랑에서 ‘흐르는 강물을 거슬러 오르는 저 힘찬 연어들처럼’을 불러 연어장인이라 불리며 화제를 몰며 이후 팬텀싱어, 싱어게인까지 계속해서 대중에게 자기 자신을 어필해온 이정권.
방송 이후, EP앨범 ‘겨울 그리고 봄’과 싱글 ‘그 시절, 우리’, ‘도착’ 등을 발매하며 쉬지 않고 활동을 이어온 이정권이 정규앨범 ‘일기’로 돌아왔다.
전곡 작사에 참여하며 본인의 생각을 고스란히 담아내려고 노력하였으며, 싱어게인에 함께 출연한 이승윤, 최예근, 임수연과 본인의 생각을 뛰어넘은 아이디어를 함께 담으려 노력한 앨범이다. 목소리와 잘 어울리는 밴드 사운드, 그리고 16인조 스트링까지 트랙별로 다양한 음악들이 이어지는 이번 앨범은 잔나비, 매드클라운 등 많은 가수들의 프로듀서로 활동하고 이정권의 싱어게인 ‘이름에게’ ‘바람’ 무대를 편곡하며 이후 앨범작업에 함께해왔던 권지수가 프로듀서를 맡았다.
이정권의 정규 1집 앨범 ‘일기’는 어떤 한 남자의 스무살부터 서른세살까지의 시간 중 큰 기억으로 남는 아홉 가지의 에피소드를 노래로 담은 앨범이다.
수록된 한 남자의 아홉가지의 일기를 마음껏 훔쳐 듣기 바란다.
1. 새벽 여행
Lyrics by 이정권 / Composed by 이정권 / Arranged by 권지수
Vocal by 이정권 / Chorus by 권지수
Guitar by 권한얼 / Keyboard by 권지수 / Midi Programmed by 권지수
2008년 3월 6월 목요일 아침 6시 5분
[새벽여행]
하루를 꽉 채워 보내도 왜인지 아쉽게 흘러가고 있는 것만 같은 요즘이다
‘스무 살 인생 한 번뿐이다’라는 말도 안 되는 주변의 이야기와 분위기에 휩쓸려 매일매일을 피곤할 정도로 뭘 해야 할까? 고민하고, 일단 밖에라도 나가야겠다!라며 보내는 요즘
스무 살이 된지도 꽤나 많은 시간이 흘렀는데
그 시간 동안 일단 밖에 나가 부딪혔던 무수히 많은 일들은 벌써 기억의 잔해가 된 것만 같다
그런데 얼마 전 너와 새벽부터 갔던 여행은 꽤나 뚜렷한 조각으로 남아있다
혹시 너에게도 그날의 기억이 아직 잔해가 되지 않은 채 조각으로 존재할까?
나는 잠시 그 조각을 들고 얼마 전 그 새벽 여행의 기억에 빠졌다
온 세상이 잠에 빠져있던 그날에,
너와 나 모든 것이 처음이었던 그날에,
우리 첫 발자국 남기러 갔던 그날에
2. 실망
Lyrics by 이정권 / Composed by 이정권, 권지수 / Arranged by 권지수
Vocal by 이정권
Drums by 최민진(민드) / Bass by 이준 / Piano by 권지수 / Guitar by 권한얼
2012년 4월 30일 월요일 점심 11시 20분
[나에게 실망하며]
꽤나 자신감에 차있던 나날들이었다
젊음을 방패 삼아 겁날 것 없던,
그런데 오늘 처음으로 나는 불가능이란 것을 맛봤다
그동안 나는 크게 잘하는 것도 없었지만 크게 뒤떨어지는 것도 없었다
그런데 오늘 처음으로 나의 뒤떨어지는 부분과 직면하게 된 것이다
이 이상 노력할 수 없을 정도로 노력한 것 같은데 왜 안됐던 걸까?
그저 노력이 부족했던 걸까? 더 노력하면 가능할 수도 있었던 걸까?
이런 생각들에 오늘 하루는 꽤나 고통스럽게 흘러갔다
아무도 나에게 말해주지 않았다
이러한 고통에서 벗어나는 방법에 대해서
‘그저 나에게 실망하고 부족한 나를 인정하면 됐을 그 방법에 대해서’
3. 복학생의 사랑
Lyrics by 이정권, 최예근 / Composed by 최예근 / Arranged by 김요한, 권세영
Vocal by 이정권 / Chorus Arranged by 유진경 / Chorus by 유진경, 지민, 이재욱
Drums by 최민진(민드) / Bass by 김요한 / Piano by 권세영 / Keyboard by 권세영 / Guitar by 권한얼
String Arranged by 권세영, 권지수 / String Performed by 권지수
2013년 5월 9일 목요일 오후 2시 5분
[오랜만]
수업이 끝나면 누구보다 빠르게 짐을 싸고 누구보다 빠르게 귀가하던 나
그런데 이번 학기 목요일엔 그러기도 힘들 것 같다
학교에 복학하고 복학생 티를 내지 않기 위해 나 스스로와 소리 없는 사투를 벌이는 나날들이 계속됐다
그런데 어딜 가나 후배 애들은 나를 복학생 형, 복학생 오빠라 부르며 그런 나의 노력들을 수포로 만들었다
적어도 이 수업에서는 안 그래주길 바랐는데 이 수업에서까지 역시..
그런데 오늘은 하늘이 도왔던 걸까?
방해스럽기만 하던 후배 애들이 다 같이 작정이라도 한 것처럼 한꺼번에 결석을 했다
이건 천운이었다
이미 오늘 수업은 너에게 뭐라 말을 건넬지 작전을 세우기 위한 작전타임에 불과해졌다
다만 문제가 됐던 건 작전타임이 끝나기도 전에 수업 종이 먼저 쳤다는 것..
아무리 작전이 미흡하다고 해도 이대로 기회를 날릴 수는 없었다
용기를 냈다
‘우리 다음 수업도 같은 수업인 걸로 아는데 내가 다음 수업도 친구가 없거든 혹시 괜찮으면 다음 수업같이 갈래? 가는 길에 내가 커피 한잔 살게 !’
4. 해피엔딩(Title)
Lyrics by 이정권 / Composed by 권지수 / Arranged by 권지수
Drums by 최민진 / Bass by 이준 / Keyboard by 권지수 / Guitar by 권한얼
Drum Programmed by 권지수 / Midi Programmed by 권지수
String Arranged & Conducted by 권지수 / String Performed by 소울스트링 (Soul String)
2015년 7월 31일 금요일 저녁 5시 30분
[해피엔딩]
너와의 사랑에 뜨거웠던 시절이 가고,
낯설어진 혼자의 시간에 다시 떨어진 요즘,
별다를 것 없는 하루가 익숙해진 그런 요즘이었다
누군가는 말하더라, 혼자 있는 시간이 길어지다 보면 별의별 생각을 다하게 된다고
그래서일까? 나는 요즘 꽤 많은 시간을 생각하며 보냈던 것 같다
유독 너에 대한 생각을 하며
난 여전히도 너에게 궁금한 게 참 많았다
잘 지내는지,
다른 사랑은 하게 됐는지,
혹시 가끔이라도 내 생각을 하는지
그렇게나 너에게 궁금한 게 많은 나였는데
왜 나는 오늘 너를 보고도 아무것도 묻지 못했을까?
나는 멍하니 선 채 아무 말도 못 했다
널 본 순간부터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
그렇게 굳어버린 채 너를 보내고 온 오늘
그런 바보 같은 하루를 보냈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바보 같은 난 너에게 궁금한 게 참 많다
‘너는 날 어떻게 기억하고, 얼마나 지워냈니?’
5. 그리움은 버릇처럼
Lyrics by 이정권 / Composed by 이승윤 / Arranged by 권지수
Vocal by 이정권 / Chorus by 이승윤
Drums by 최민진(민드) / Bass by 이준 / Piano by 권지수 / Guitar by 권한얼 / Hammond Organ by 권지수
String Arranged & Conducted by 권지수 / String Performed by 소울스트링 (Soul String)
2017년 8월 16일 수요일 저녁 7시 18분
[스물아홉의 버릇]
“아파도 아프지 않다고 나를 속였다
언젠가 맞이하게 될 그대를 아프게 기억하고 싶지 않았기에"
언젠가부터 그리워하는 감정은 버릇이 된 것도 같다
다들 그리움에 많이도 힘들어하던데 나는 이게 끝이 아니라고 믿어보려 한다
아니 믿어야 할 것 같다
당장에 끝이라는 걸 인정하면 나의 모든 것도 끝이 날 것 같기에
그리움은 얼마나 많은 모양을 가지고 있을까?
내가 가진 너에 대한 그리움은 그런 다양한 모양의 그리움 중 기대의 모양을 한 그리움인 것도 같다
6. 비포선셋
Lyrics by 이정권, 임수연 / Composed 이정권, 권지수 / Arranged by 권지수
Vocal by 이정권 / Chorus by 이정권
Drums by 최민진(민드) / Bass by 이준 / Piano by 권지수 / Guitar by 권한얼 / Keyboard 권지수
Hammond Organ by 권지수
Midi Programmed by 권지수
2018년 8월 31일 금요일 저녁 7시 32분
[노을]
이렇게나 오래 하늘을 바라봤던 게 얼마 만인지 모르겠다
꽤 긴 시간 동안 말없이 하늘만 바라봤다
태양이 조금씩 땅에 떨어져가고 있는 것만 같았고
태양과 땅이 가까워짐에 따라 하늘의 색깔이 변해가는 것을 온전히 느낄 수 있었다
어느덧 태양이 땅 아래로 꺼졌을 때
하늘은 한쪽부터 푸른색을 띠기 시작해 마치 한쪽은 붉은색, 다른 한쪽은 푸른색으로 된 두 개의 하늘이 떠있는 것만 같았다
정말 오랜만에 노을을 봤지만
이 선물이 매일같이 있음에 꽤나 큰 위안이 됐다
‘그리고 이 선물을 함께 느끼고 볼 수 있는 더 큰 선물이 내 옆에 있다는게 너무나 큰 위안이 됐다’
7. 위로(Grow up)
Lyrics by 이정권 / Composed by 이정권 / Arranged by 권지수
Vocal by 이정권
Piano by 권지수 / String Arranged & Conducted by 권지수 / String Performed by 소울스트링(Soul String)
2019년 9월 23일 월요일 저녁 9시 8분
[막차]
평소와 똑같이 집으로 가는 지하철을 타기 위해 걸어가던 퇴근길
내 앞에는 왠지 무거워 보이는 어깨를 한 남자가 그 어깨의 무게 때문인지 느려진 걸음으로 나와 함께 역으로 향하고 있었다
평소 같았으면 그냥 지나쳤을 테지만,
그 남자의 뒷모습이 내가 보지 못하는 나의 뒷모습처럼 느껴졌기 때문이었을까 그날은 왜인지 모르게 그 남자에게 이유 없는 연민이 느껴졌다
그때 내 귀에는 내가 오랜 시간 즐겨듣는 노래 중 하나인 위로의 메세지를 담은 노래가 흘러나오고 있었는데 불현듯 내가 듣고 있는 이 노래가 바람을 타고 저 사람에게 불어 저 사람에게도 위로를 전해줬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물론 오지랖이지만 그냥 그땐 그런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이러한 이야기를 해주고 싶었다
‘오늘도 결국은 흘러 하루 더 큰 당신에게 웃을 수 있는 많은 날 중 하루가 될 거예요’
8. From Vincent
Lyrics by 이정권 / Composed by 이정권 / Arranged by 권지수
Vocal by 이정권 / Chorus by 권지수
Drums by 최민진(민드) / Bass by 이준 / Piano by 권지수 / Guitar by 권한얼
2020년 10월 17일 토요일 저녁 10시 41분
[서로 다른 별]
밤 하늘 별을 마냥 보고 있다 보면 별의 색깔까지도 보게 된다
어떤 별은 노란색, 어떤 별은 붉은색, 어떤 별은 파란색
그런데 이런 나도 왜 별을 그릴 땐 다 똑같은 색으로 그리곤 할까?
어쩌면 보편적인 것들로부터 벗어나고 싶지 않다는 걱정이 지금의 나를 이루고 있는 것도 같다
세상을 보이는 대로 보고 이야기하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고 싶다
오늘도 밤 하늘이 참 예쁘다
어쩜 오늘 이 밤은 그대가 그려놓은 것이려나?
9. 너의 우주
Lyrics by 이정권 / Composed by 권지수 / Arranged by 권지수
Vocal by 이정권 / Chorus by 권지수
Piano by 권지수 / Guitar by 권한얼 / Midi Programmed by 권지수
2021년 10월 21일 목요일 저녁 11시 59분
[오늘 밤]
사랑스러운 너는 자는 모습도 참 사랑스럽다
안 그래도 작은 몸을 더 작게 움츠려 달을 닮은 너의 자는 모습이 참 사랑스럽다
오늘 밤은 잠들지 않고 그냥 너의 잠꼬대를 보고 있고 싶다
혹여 나쁜 꿈에 몸을 뒤척일까 조심스레 지켜 보고 싶다
혹시 잠든 너가 들을 수 있을까?
‘가까운 별에 예쁜 꿈을 적어놓을게 마음껏 읽고 예쁜 꿈을 꿔’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