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적 실용음악을 향한 한걸음! 한국 실용음악의 선구주자인 서울예술대학교의 야심찬 프로젝트 '소리의 맥'
'소리의 맥' 이라 불리는 이번 프로젝트 앨범은 맥(脈)이 가지는 기운, 힘, 중요한 줄기라는 의미를 '소리 (한국적 실용음악)'안에서 찾고 발굴해냄으로써 한국 실용음악의 기준점을 제시할 수 있는 선구적인 앨범이 되기를 기대하며 제작되었다. 본 앨범이 가지고 있는 숨은 이름인 '소맥'은 일상에서 늘 접할 수 있는 폭탄주 '소맥'을 의도하고 있다. 단순한 폭탄주가 아닌 '소맥'이라는 이름으로 이미 굳건한 자리를 갖춘 소주 (한국의 술)와 맥주 (서양의 술)의 조합은 한국 실용음악이 나아가야 할 방향에 대해 적절하게 제시해 주고 있으며 이것은 또한 본 앨범의 가장 주된 목적이기도 하다. 앨범 안에는 '한국적'임을 포함하는 전제하에 국악에 치중한 음악, 서양악에 치중한 음악, 전혀 새롭게 해석을 시도한 음악 등 다양한 시도의 음악들이 수록되어있다.
황해도민요인 난봉가에서 모티브를 얻어 만들어진 "봄처녀 난봉가"는 아기자기함과 봄의 에너지를 최대한 표현한 곡으로, 따라 부르기 쉽고 반복적인 선율이지만 다양한 악기들이 주선율을 번갈아 연주함으로써 지루함을 없앴다. 국악기와 서양악기의 이색적인 조화에 민요의 구수함이 일품인 곡이다. 신원복의 '야행' 이라는 그림을 모티브로 쓰인 "월하정인"은 달 아래서 사랑을 약속했던 연인이 헤어진 후 남겨진 여자의 입장에서 그립고 애틋한 마음을 담은 곡으로 달에 여자의 마음을 비유하여 아직 남자를 잊지 못한 슬픈 사랑을 이야기한 가사, 서양악기와 아름답게 어우러지는 해금소리는 마치 사극의 한 장면을 떠올리게 한다. 이별후 슬픔에 대한 이야기를 또 다른 곡인 '공(空)'은 전자음악을 토대로 구성된 창작무용곡이다. 영화 'If Only'에서 착안한 곡 스토리는 총 5부분으로 꿈과 현실로 나누어져 구성돼 있으며, 과거에 미련이 남아 잊지 못함을 꿈을 통해 과거는 바꿀 수 없음을 깨닫고 아름다운 추억으로 남긴다는 이야기이다. 곡의 하이라이트 부분인 꿈의 절정파트는 동살풀이 장단을 기본으로 구음과 전자음 배치하고 템포에 급격한 변화를 주어 혼란스럽고 촉박함을, 투명한 슬픔부분의 몽환적인 소리는 잡으려야 잡을 수 없는 과거를 잘 나타내고 있다.
여름에 대한 곡도 2곡이 준비되어 있다. 여름의 무더위 속에 시원함을 찾는 피서처럼 활동적인 면을 표현한 "여름의 얼" 은 주선율은 악기들이 같은 선율을 연주하는 유니즌 (Unison)기법을 이용해 국악적분위기를 살리며 한낮의 더위를 표현하였고, 타악기는 서양리듬과 국악리듬을 번갈아 연주하여 어울림을 찾아가고 있다. 또한 여름의 소리라고 하면 어떤 것이 있을까... 바로 매미 소리일 것이다. 이미선 작 (作)의 "선(蟬)" 은 여름내 내 시끄럽게 울어대는 매미의 일생을 그린 곡으로 땅속 - 매미로써의 삶 - 죽음 3부분으로 나누어 매미의 고독하고 긴, 짧고 바쁜 삶을 표현하였다. 세마치장단을 사용 하였으며 보통 9/8박으로 적는 것이 원칙이나 3박을 2소박 보통 빠른 속도의 3박자인 4분의 3박자로 사용하여 현대적인 분위기를 연출한다. 곡의 부분마다 템포와 길이의 변화를 줌으로써 유충으로써의 과 매미로써의 삶을 잘 나타내 주고 있다. 여름이 있으면 겨울이 있는 법. 12월의 서울 풍경과 감성적인느낌을 아카펠라로 표현한 곡 "December in Seoul"은 자진모리장단과 우리 오음계를 주로 사용한 노래구성과 중간 중간 목소리로 표현하는 우리장단이 돋보이는 곡이라 할 수 있다.
다른 아카펠라곡인 박찬양 작 (作)의 "사철풍년가" 는 사계절 동안 이루어지는 농사의 모습을 표현한 곡으로 음계나 장단에 비해서 화음이 많지 않은 우리의 음악에, 서양의 화음을 사람의 소리만으로 구성해보자는데 의도가 있다. 전라도 지방의 진도아리랑, 새타령 등에서 볼 수 있는 육자배기토리에서 아이디어를 얻은 멜로디 진행과 서양의 Aeolian mode 에서 온 화음을 주로 구성된 사철풍년가는 샛노란 풍년의 그림이 절로 그려지는 곡이다. 오종관 작(作)의 "Hey ya" 도 4계절을 노래한 곡으로 현대 대중음악에 적지 않은 영향을 끼친 흑인음악 (Spiritual song)과 한국 음악의 민요가 노동요에서 시작된 점, 그리고 현재의 고통, 한과 함께 희망을 품고 있는 공통점을 보고 노동요의 '보리타작소리(옹헤야)'에서 여음으로 쓰이는 '헤야'에서 따온 곡명이다. 전라도의 육자배기토리를 사용해 어둡고 힘든 날의 한 (겨울과 봄)을, 강원도의 메나리토리를 사용해 뜨겁고 치열했던 시대 (여름)를, 그리고 두 토리를 섞고 사물놀이를 섞어, 농번기의 고진감래의 기쁨 (가을)을 표현하고 있다. 3/4 박으로 시작해 3박 4연음을 사용하면서 자연스럽게 5/4, 6/8박으로 오가는 것이 재미있는 곡이다.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