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난히 더웠던 여름은 지났지만 아직 가을이 오기 전이었다.
창밖의 높은 하늘을 보다 문득 어린 시절 살던 동네가 떠올랐다.
맑고 높은 하늘, 조용한 분위기, 잔잔하게 불어오는 옅은 가을 내음.
그거면 충분했다.
한동안 잊고 지냈던 익숙한 길을 지나 어린 시절 살던 동네를 왔다.
오는 길은 여전했지만 주위 풍경은 참 많은 것들이 바뀌어 있었다.
하지만 여전히 계절의 냄새와 풀냄새, 유난히 맑고 높은 시골 하늘은 변한 것이 없었다.
흐릿하게 어린 시절의 나와 그 시절 많은 추억들, 그리고 그 기억 속에서마저도 흐릿한 네가 보였다.
추억인지 미련인지 모르겠다.
아니 너무 어렸던 우리였기에 미련이라는 감정보다는 아쉬운 추억 정도의 표현이 맞는 것 같다.
아쉬워 아름답고 그래서 빛이나 더욱 선명한 추억.
'좋아해'
나직이 중얼거려 본다.
이렇게 쉬운 말을 그때는 뭐가 그렇게 어려웠는지 하는 생각에 피식 웃음이 새어 나왔다.
하늘을 보며 떠올릴 수 있는 추억을 만들어 준 네가, 그 시절 우리가 참 고맙고..
그립다.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