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희수 정규 2집 [silly silly silly]
저는 어렸을 때 받은 큰 상처들 때문인지 늘 겁이 많아서 고슴도치처럼 제 자신을 방어하기 위해 가시를 세우는 습관이 있습니다.
이런 이유로 행복이 가까이 와도 온전히 만끽하지 못하거나 그마저도 망설이다 한발 늦어 소중한 것들을 놓쳐버리곤 하죠. 그래서 이미 지나가버리고 멀어져 가는 것들에 대한 후회와 미련이 많이 남는 편입니다.
자발적으로 극도로 예민한 세계를 만들고 그 안에서 조심스럽게 살고 있는 저는 부정적인 생각과 감정들이 무조건 나쁘다고 생각하지는 않습니다. 아이러니하게도 이런 생각의 늪 끝에는 늘 긍정적인 사람으로 변해있는 저를 발견하니까요. 물론 그 과정이 상당히 괴롭고 느리긴 하지만.
그냥 투박한 제 일기장 훔쳐본다는 생각으로 편하게 들어주시면 감사할 것 같습니다.
미련하고 어리석을지라도 자신을 깎고 깎아서 더디게 성장하고 있는 사람들을 위해.
1. 인정하기 싫지만
어떤 일을 대할 때 늘 담담하게 받아들이는 줄 알았는데 어느 날 보니 나는 침대에 누워서 꿈속으로 도피하고만 싶은 우울하고 자존감 낮은 만신창이가 되어있었다.
2. 너의 조각
지나간 아픈 사랑이어도 생각하면 주변의 공기가 바뀌면서 미소 짓게 되는 추억들이 있었는데 이젠 그마저도 시간에 깎여 흐릿해져 날아간다. 이럴 줄 알았으면 사진은 지우지 말걸.
3. 우린 좋은 친구였잖아
나 같은 게 무슨 사랑. 좋은 친구였던 너마저 잃기는 싫은데 어느새 너는 내 코앞까지 다가와 있었다.
4. 가을 핑계
가을바람 냄새는 항상 지난날의 사랑에 대한 미안함과 미련을 함께 몰고 와서 괴롭게 만들곤 한다.
5. 초대하지 않은 손님
불쑥불쑥 찾아오는 생각 불청객들이 너무 많아서 오늘도 이리저리 흔들리지만 이 손님들 덕분에 나는 아직도 조금씩 단단하게 성장하고 있다. 잠은 늘 부족하지만.
6. Fall In Love
사랑하는 사람을 누군가에게 끊임없이 자랑하고 싶은 마음이야말로 그 사람에게 자신의 모든 것을 던지고 있다는 증거인 것 같다.
7. 우리의 시대
모든 게 너무 정신없이 빠르게 흘러가는 요즘의 시대. 살아남는 데에만 급급해서 곁에 두어야 할 중요한 것들을 애써 외면하다가 놓치고 있는 건 아닐까.
8. 38317
뭔가 거창한 의미가 있다기보단 38317을 거꾸로 보면 LIEBE, 독일어로 ‘사랑’ 이라는 뜻이다. 오랫동안 짝사랑하며 꿈꿔왔던 대상과 사랑을 시작하게 되어서 더 열렬히 지키고 싶은 마음.
9. 선량한 마피아
이유 없이 나를 괴롭혔던 사람들을 이제는 머릿속에서 하나씩 죽여야만 한다. 그래야 내가 나답게 살 수 있으니까. 그 때의 약했던 내가 불쌍하고 미안하다.
10. 회색 숲
앞으로 나아갈 수 없을 것만 같은 절망적인 순간에도 결국엔 사람이 사람을 구하는 것 같다. 우울한 시기일수록 혼자 가라앉아서 어둠 속에 빠져있기보다는 주변의 빛을 찾아보자.
11. 쉽게 오지 않는 것(With 문다인)
사랑을 시작했을 때의 뜨겁던 마음은 아닐지라도 오랜 시간 서로의 일상과 여러 감정들을 공유하며 비로소 얻을 수 있는 커다란 선물.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