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피아니스트 이홍섭의 [아마데우스] -
"닫힌 입과 열린 두 귀"
2021년 여름. 모두가 마스크를 쓰고 강제로 입이 닫혔다. 그렇게 얼굴의 반이 가려진 채 걷다보면 세상과 단절된 듯 싶지만, 소리를 구분하고 감상하는 것 또한 자아를 생성하고 표현하는 것이라 했으니 어쩌면 내 두 귀는 입과 달리 절대로 닫을 수 없는 신의 구상이 아닌지 싶다. 아니면 이 어려운 시국에도 결코 닫힐 필요 없다는 신의 허락이거나. 반항과 회유가 교차되는 강렬한 감정의 소용돌이 속에서 희미해져가는 욕망과 집착으로부터 우린 모두 이별해야만 했다.
무릇 영웅이란 자신이 할 수 있는 일을 해낸 존재라, 상황과 때를 탓하지 아니하고, 할 수 있는 일을 하는 것. 그 충분함에 순응하는 시간이 피아노 한대로 이번 앨범에 가득 그려져있다. 단호하면서도 부드러운 유연함이 동시에 담겨있다. 아마도 그 울림은, 운명을 능가하거나 무찌르려는 집념 보다는 내 목숨과 숙명을 기꺼이 받아들이겠다는 순응의 모습이진 않을까. 내가 가야할 길을 걷는 것, 그리고 내 마음을 잘 쓰는 것. 이 운명을 짊어질 수 있는 용기를 큰 맘 먹고 갖추려는데 볼프강 아마데우스 모차르트가 몰래 속삭인다. 나도 어려웠다고..
[Track]
1. 아마데우스
2. 꽃섬
3. 배웅
4. 소나티네
5. 소년의 기도
6. 낮잠
7. 집으로
8. 구름밭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