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가장 소중한 것을 잃었을 때나 소중한 사람이 떠났을 때 모든 것을 잃었다고 생각한다. 어떤 희망도 없이, 새로운 삶을 시작하기엔 너무 늦었다는 무기력에 빠져, 어디론가 숨고 도망치고 싶어진다. 그럴 때는 현실적으로 상실감을 인정하고 일단 수렁에서 빠져 나와야 한다.
근데 그게 쉽지가 않다. 나의 경험으로는 지나가길 바라는 것 외에는 다른 방법이 없다.
“행복하길 바랍니다“ 이 곡을 쓰는 동안 우연히도 아내의 후배의 딸이 사회 초년생으로 첫 직장을 시작한 시기였다. 그녀는 두 달 동안 심한 따돌림과 상사의 질책으로 만신창이가 되어 퇴사했다. 어린 사회초년생의 상실감과 상처, 밑으로 흐르는 엄청난 불만과 원통함, 억울함 그리고 그녀를 키운 부모들의 분노를 매일 매일 목격했다. 어쩔 수 없는 무기력, 그러나 선택의 여지가 없는 냉혹한 현실.
고통스러운 기억들을 방어하기 위해 노래가 필요하다. 치유까지는 잘 모르겠으나 어느 정도 방어는 할 수 있다, 현대인들이 갔고 있는 불확실한 분노, 어디서 온 지도 모르는 슬픔, 원망, 고통 이런 감정들은 막상 친구나 가까운 식구들과도 같이 나누기가 쉽지 않다. 그렇지 않은 것처럼 가면을 쓰고 살다보면 마음은 더 깊은 상처로 고통 받게 된다. 그래서 비록 타인의 노랫말이지만 나를 위로해 주는 노래가 있다면 어떨까 생각해 본다.
한 사람이 세상에 나가 매일 치루는 작은 전쟁은 승자가 없다. 이기는 전쟁도, 전리품이 생기는 전쟁도 아니다. 그저 내 식구들 밥 먹고 살 수 있는 돈을 버는 일일뿐. 나를 뭐라 하는 사람도, 내가 뭐라 하는 사람도, 집에 돌아가면 그저 평범하고 힘없는 한 사람일 뿐.
“말 안 해도 다 알아요. 어떻게 살았는지. 사는 게 다 비슷하지요. 아프지 말고 식사 잘
하시고요. 행복하길 바랍니다.”
2021년 여름 정형근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