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너로 인해 새로운 습관이 생겼고 서로의 추억이 떠오르기 전에 마른 눈물을 닦아내고는 해."
누구를 탓하기 싫었는데 인정해야겠다. 나는 속 좁고 한심한 인간이란걸. 새벽이란 고독하고 조용함과 동시에 아무것도 생각을 안 할 수 있어서 좋다.
어느 날엔 너무 많은 생각들이 꼬리에 꼬리를 물어 시간과 함께 잠들곤 하는데 요즘엔 그 고요함에 익숙해져서 그런지 하루 중에 유일하게 내가 텅 비어있는 시간이다.
하지만 새로운 변화에는 새로운 결과가 따라온다고 나도 모르게 새로운 습관이 생겼다. 무언가를 사무치게 그리워하거나 애도하거나 슬프지도 않은데도 어느새 울고 있다.
새벽을 타고 나 자신마저 사라져버리는 텅 비어있는 곳으로 빠져들 땐 무언가를 비교할 대상이 없어서 마음이 편안해진다. 나쁜 것도 없고 좋은 것도 없고 빛도 없고 어둠도 없는, 더군다나 유일한 존재도 없는 무(無).
하지만 그런 새벽은 영원할 수 없었다. 어느새 유일한 존재가 나타나고 나는 그 유일함에 어떤것도 대항할 수 없는 존재로 비춰진다. 그 존재는 털끝만한 어떤것이든지 비교할 대상을 만들며 꼬리에 꼬리를 물고 나타난다.
나는 또 다시 그렇게 다른 새벽이 오기를 기다리는 현재일 뿐이다. 대상이 없는 무의미한 초점을 맞추고 바라만 보고있던 나는 그제서야 주위에 시선을 둔다.
나는 또 다시 울고있다. 울고 있다고 자각할 때에는 이미 눈물은 내 얼굴을 타고 말라서 볼을 간지럽히고 있었다. 그리고 그 이유를 찾으려 할 땐 벌써 그녀 생각을 하고 있다.
"머리부터 발끝까지 무감각해서 나는 오늘도 슬퍼야 살아있음을 느껴. 아직은 나의 세상에 네가 남아서 이렇게 망설이는지도 몰라."
"내일이 오기 전에 후회하지 않게 가녀린 내 마음 위에 그늘이 되어줘"
어둠도 삼킬 것 같은 새벽이 오고 나는 무(無)도 존재하지 않는 텅 비어있는 곳으로 빠져들어 갈 땐 내 볼엔 뜨겁지도 차갑지도 않은 눈물이 흐르고 있다.
그 과정에서 내 몸은 무감각 해지고 숨도 쉬지 않는 것처럼 온몸이 텅 비어있게 된다. 나는 왜 무(無) 속으로 가라앉으려 하는 것일까.
무언가를 찾으려 하는 건가. 누군가를 기다리는 건가. 그녀를 기다리는 건가. 인정하기 싫었다. 인정을 하면 후회가 따라오기 때문이었다.
그 후회의 여파가 어느 정도의 크기일지 가늠이 안 가서, 후회의 잔향을 그리워하며 새벽을 방황할까봐 그리움 속에서 무(無)를 찾는 걸지도 모른다.
그리움 속에서 찾아봤자 그리움일 텐데... 언제까지 이곳에 빠져있을지 나는 모른다. 아마 당분간은 깊은 새벽이 지나고 한줄기씩 쌓여가는 빛을 볼 때마다 새벽을 되찾아줄 그늘을 그리워할 것이다.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