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한반복하며 멍 때리고 싶은 곡, 보엠 (BOHEME)의 [좋겠지]
”그냥 데모를 듣자마자 이렇게 만들면 좋겠다 하는 생각이 들어 바로 만들었습니다” - 하헌진
“이제 다시 어디로 가야할까. 여기는 서울 한복판 어느 호텔 1602호.” - 보엠(BOHEME)
[좋겠지]는 코로나로 격리되었던 호텔에서 머무는 마지막 날, 어느 뮤지션의 사망 소식으로부터 상상 이상으로 괴로워하던 마음을 관찰하며 쓰게 된 곡입니다. 코로나 정중앙. 무엇이 사라지고 무엇이 남았지. 세상은 변했고 그러나 바깥은 여전하고 나는 무언가 변했는데, 아니 변했다는 말은 부족할만큼 변했는데.
자잘한 무력감들. 스스로 멈추지 못하던 종류의 인간이 강제 멈춤되고 보니 이런 느낌은 언제인가 겪어본 적이 있었습니다. 존재를 부수던 타국에서의 삶. 이방인으로서의 경험. 그것을 2021년 서울에서 느끼게 되다니. 그런데 미묘하게 다른 지점이 있습니다. 철저한 고립과 단절 속에 세상 누구에게도 이해받을 수 없다는 괴로움이 아닌 나라는 존재가 타자들와 연결되어 있다는 실감, 오히려 그 때문에 그만치 괴로웠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이만치 달라진 시선에서 눈에 들어온 게 2018년 겨울 끝도 없이 펼쳐지던 Arizona의 황무지. 그 속의 보엠입니다. 어디로 더 가야하는지 갈 수 있는지도 모르는 채 달려나가던 그는 바람에 맞서고 강물을 거슬러 가는 모양새였습니다. 위태롭고 쓸쓸하고 그런데 그 때처럼 강인한 그를 본 적이 없습니다. 오늘의 내가 그 날의 나를 소환합니다.
“한 번 사막을 건너 본 이는 어디로든 가게 된다.”
안녕, 웃으며 떠날 채비를 합니다.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