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험적 감성의 깊이, 화이팅 대디 [사랑해]
음악에는 뮤지션의 삶과 경험이 투영된다. 노래를 더 잘하고, 연주를 더 잘하는 것이 음악의 가치를 가늠할 수 없는 이유이며, 오랜 세월 싱어송라이터들의 음악이 사랑받아 왔던 이유도 여기에 있다. 스스로의 체험적 감성을 통해 음악을 만들고, 자신이 그린 멜로디 위에서 자신의 가사를 읊조릴 때 대중은 단순한 소리가 아닌 이야기로서의 음악에 감동한다. 화이팅 대디는 자신의 이야기로 감동을 전하기에 최적의 조건을 갖고 있다. 롤러코스터 인생을 살아온 극적인 경험들이 곧 그의 감성에 고스란히 담기기 때문이다. 경험에서 우러나오는 체념적 감성, 슬픔에서 희망과 사랑을 끌어올리는 반전의 묘는 화성과 리듬만으로 만들어낼 수 없는 화이팅 대디 음악의 힘이다. 이전에 발표했던 곡들에 비해 직접적인 경험의 메시지를 담고 있지는 않지만 이번 싱글 "사랑해" 역시 화이팅 대디를 이끌어온 심전무의 체험적 감성이 빛을 발하고 있다.
"사랑해"는 이미 지난해 남성 보컬그룹 '투 로맨스(To Romance)'의 곡으로 먼저 발표되었다. JTBC 드라마 '그녀의 신화' OST에 수록되었으며, 드라마 속 두 주인공의 키스씬에 삽입되어 많은 관심을 끌었다. 더불어 곡을 만든 심전무 역시 이 곡을 통해 작곡가로서 주목 받았다. 캐롤 킹의 "You've Got A Friend", 조니 미첼의 "Both Side Now", 필 콜린스의 "True Colors" 같은 곡들이 떠오른다. 싱어송라이터들이 인기 가수에게 곡을 만들어 주고 히트시킨 뒤 자신이 다시 그 곡을 발표하여 큰 반향을 이끌어 내었던 곡들이기 때문이다. 이런 케이스들은 음악사에서 허다하다. 곡을 만든 사람이 그 노래를 다시 부를 때 전해지는 체험적 감성은 리메이크로 치부할 수 없는 새로운 힘을 만들어 낸다는 반증이다. 젊고 실력 있는 후배 가수들이 불러 사랑 받았던 곡을 용감하게 다시 불렀음에도 화이팅 대디의 "사랑해"가 온전한 싱글로서 새로운 공감을 만들어 내는 이유를 여기에서 찾을 수 있을 것이다.
브라스와 어우러진 록발라드 "사랑해"
"사랑해"는 이별의 상심을 담은 록발라드 곡이다. 곁을 떠났지만 잊히지 않는 연인을 그리며 슬픔을 이끌어 낸다. 툭툭 내려놓으면서도 거칠게 긁어내리는 심전무의 보컬이 인상적이다. 한 곡 안에서 경험할 수 있는 다양한 음악적 디테일들도 눈에 띈다. 클래식 샘플링을 사용한 도입부, 피아노와 현악 스트링 중심의 '투 로맨스' 버전과 확 달라진 록 기반의 사운드 전개, 반대로 '투 로맨스' 버전과 같은 느낌을 유지시켜주는 코러스 활용이 두드러지며 특히 곳곳에 등장하는 브라스 악기가 곡에 큰 힘을 실어주고 있다. 색소폰 솔로를 통해 감정을 이완시키고, 후반부에는 브라스의 힘을 모아서 감정을 끌어당기는 곡 구성은 기존의 전형적인 록발라드 곡들과 차별되는 대목이다.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