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며들어 저 사람들 사이에 익숙하게` 유령 [Ghosts are bored]
익숙하지 않은 나의 등장은 늘 사람들을 놀래곤 한다.
길을 가다 마주치는 사람들, 어느 창고에서 마주치는 사람들, 산을 오르다 만나는 사람들
누구 하나 빠짐없이 나만 만나면 항상 도망가 버리거나 소리를 지르며 울음을 터트리기도 한다.
내가 무엇을 잘못했는지는 모르겠지만 사람들은 항상 그래왔다.
그렇기에 나는 언제나 조용하게 그들 사이에 익숙한 듯이 마치 풍경처럼 스며들어 있을 수밖에 없었다.
지난번에는 정말 오래간만에 집에 사람들이 찾아왔다.
사람들은 이상한 기계들도 가져오고 사진도 찍고 하면서 즐거운 시간을 보내는 것 같았다.
그 사람들은 그걸 흉가체험?이라고 하는 것 같았다 새로운 놀이인가 보다!!
너무 반가워서 나도 그 사람들하고 함께 놀고 싶은 마음에 방에서 뛰쳐나갔는데 사람들은 또 도망쳐버려서 한참을 울었다
그래도 그날 그 사람들하고 찍은 사진이 유명해졌다는 소문을 듣고 조금은 기뻤다.
내가 이상한 걸까라는 생각을 안 해본 것도 아니다. 나도 사람들에게 잘 보이고 싶은 마음에 하얀색 원피스도 차려입고 다니는데 사람들은 마음에 안 드는 것 같다.
그래도 내가 조금만 더 노력하면 나도 친구가 생길 수 있지 않을까라는 기대감을 매일 가져본다.
이제 곧 마을에 축제가 있다고 한다.
오늘은 친구가 생기지 않을까 하는 기대감을 품고 축제에 나가봤는데 사람들이 평소랑은 뭔가 다른 것 같았다.
피 같은 것을 묻힌 사람, 입을 크게 그려낸 사람, 머리에 칼을 꽂은 사람들이 너무 많다.
조금은 무서웠지만 그래도 친구가 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마음에 다가가보았다.
평소처럼 도망가지 않을까.. 하는 두려움이 내 마음 한구석에 피어날 때
전혀 생각지도 못한 일이 벌어졌다! 사람들이 나를 반기고 좋아해 주는 것이었다!
처음으로 사람들과 한참 동안 이야기하고 재밌는 게임도 하고 내가 꿈꾸던 세상이 갑자기 오늘 펼쳐진 것만 같아서 기분이 하늘로 날아갈 것만 같았다.
아마 웃고 있는 호박머리도 내 기분을 알아주는 것 같은 기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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