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 밴드를 결성한 이후부터, 세상이 조금 더 선명하게 보이기 시작했다. 너무 말이 어려운가. 그러니까 좀 더 쉽게 말하자면 ‘무엇을 노래해야하는가’에 대해 고민하기 시작한 것이었다. 드림카카오 82%같은 달콤쌉싸름한 사랑 노래? 남루하지만 제 몸에 익숙한 오래된 옷 같은 우정에 대해서? 전자음을 잔뜩 버무린 유행가? 글쎄. 그런 노래들이 싫은 것은 아니지만, 어딘가 결여되어 있다. 때로는 뭔가를 완전히 잊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그것은 [우리들의 죽음]을 부르는 정태춘의 고요에 잠긴 듯한 슬픈 목소리에 담긴 것이기도 하며, 차승우 재직 시절 노브레인의 앨범 [怒]에 보여준 뜨겁고 맹렬한 ‘어떤’ 것이기도 하다.
그것은 부조리에 대한 저항일 수도 있고, 정글보다 냉혹한 인간 사회에 깃든 섬뜩함일 수도 있다. 수직적인 조직사회에서 전통이란 이름으로 포장되는 구태의연한 관습에 대한 조롱일 수도 있으며, 총이 있다면 허공에다 대고 아무렇게 난사를 퍼붓고 싶은 파괴적인 욕구일 수도 있다. [권고사직]은 개인이 조직사회에서 맞닥뜨릴 수 있는 부조리함에 대한 분노 혹은 좌절의 감정들을 버무린 노래다. 사회의 모순으로부터 탈출하고픈 자의 처절한 절규처럼 들리는 샤우팅과 정박에서 벗어난 변박을 사용한 기타리프는 우리가 표현하고자 하는 분노와 좌절, 또는 부조리함으로부터 자유롭고 싶은 갈망을 담아내었다. 또한 누구보다도 직장생활의 고초를 겪고 있는 보컬 임준 군이 직접 가사를 썼다. 개인의 분노, 더 나아가서는 우리 모두의 분노를 담으려 노력한 이 노래가 부디 청중들의 가슴을 후벼 파주길 바라며, 글을 마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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