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움을 품고 있는 따뜻한 위로, 초승 [꽃들에게]
공교롭게도 나는 이 앨범을 일요일 밤에 들었다. 어떤 사람에게 일요일 밤은 설레는 한 주를 맞이할 준비의 시간이겠지만, 많은 사람에게는 걱정이 피어나는 시간이다. 더 기가 막힌 건 월요일 쉬기 위해 한참 이런저런 일을 들여다보던 중이었다. 그 와중에 생각이 나서 틀었고, 이후 나는 하던 일을 멈추고 한참을 돌려 들었다. ‘그래, 잠깐 이런 시간을 가지는 것만으로도 행복하지’ 싶을 정도로 나에게는 작지만 큰 위안이었다. 그래서 살면서 다양한 앨범을 소개해왔지만, 이번에는 조금 다른 식으로 시작을 꺼내 보았다.
초승의 첫 앨범 [꽃들에게]는 말 그대로 꽃들에게 전하는 이야기라고 한다. 쉽지 않은 여정을 겪어온 이들에게 위로를 주기 위해 만들었다는 이번 앨범은 우연처럼 나의 상황과 맞아떨어졌다는 생각이 들었지만, 한 편으로는 세상 살아가는 수많은 이들 중 꽃이 아닌 이가 누가 있을까 싶다. 여기에 초승이라는 음악가는 음악을 듣는 이에게 단순히 ‘앞으로 잘 될 거야’, ‘힘내’와 같이 막연하고 밝게 말하지 않는다. 오히려 상대방이 어떤 아픔을 겪었든 그것에 힘껏 마음을 써주는 느낌을 전달한다. 만약 정말 밝은 얘기로 애써 웃으라고 했다면 이만큼의 따뜻함을 느끼기 어려웠을 것이다.
첫 곡이 “잘자”인 것부터 인상적이다. 좋은 밤을 보내는 것만큼 필요한 것이 또 있을까. 여기에 함께 있는 곡 “달빛 아래 우리는 모두” 역시 밤에 관한 노래다. 이후의 곡들은 조금씩 차분해지는데, 앨범의 마지막 곡이자 가장 분명한 메시지를 전달하는 곡은 “아파하는 꽃들에게”다. 다섯 곡을 천천히 듣고 있으면, 위로를 받는 동시에 이 작품의 주인공에게 위로를 전하고 싶어진다. 아마 이만큼 공감할 수 있었던 건, 그만큼 음악을 만든 사람도 그런 상황을 많이 겪었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누구나 때로는 위로를 하면서 위로를 받기도 한다. 초승이라는 음악가가, 그리고 앨범이 그렇다. 많은 사람이 이 앨범을 들으며 마음의 큰 힘을 얻었으면 한다. 그리고 서로에게 앨범을 들려주며 소개하는 것만으로도 좋은 위로가 되지 않을까 싶다.
블럭(음악칼럼니스트)
[곡소개]
1. 잘자
Lyrics by 초승(CHOSNG)
Composed by 초승(CHOSNG)
Arranged by 초승(CHOSNG)
혹, 소란스러운 하루를 보냈다면 차분한 밤을 만나길.
잠을 청하기 어려운 밤이라면 짧은 잠이라도 깊게 쉬어가길.
그리운 마음이 짙은 날에는 꿈결에 만나 그 마음 달래주길.
각자의 필요한 모양의 밤을 만나, 정말 잘 잤으면 하는 마음으로,
부디 너의 꿈길이 달고 곧길 바라는 이 마음 눌러 담아
‘잘자‘ 밤인사를 너의 창에 띄워주고 싶은 오늘.
2. 달빛 아래 우리는 모두
Lyrics by 초승(CHOSNG)
Composed by 초승(CHOSNG)
Arranged by Sunburst Club
“Running around, catching a lot of light.
In the moonlight, black boys look blue.
You blue. That’s what I’m gonna call you Blue.”
- Moonlight (2016)
잠깐 쉬어가도 괜찮아.
크고 작은 각자의 이유로 종종 벅차고 힘들 때에는 쉬어가도 좋아.
혹시 조금 느리더라도, 혹은 조금 다르더라도, 아무래도 괜찮아.
달빛 아래의 우리는 모두 다름없이 파란 빛일 뿐인걸.
3. 내게 가까이 붙어 걸어줄래
Lyrics by 초승(CHOSNG)
Composed by 기덕(9duck)
Arranged by 기덕(9duck), 최효석
서로의 걸음을 지키며 천천히 걷다보면
우린 어느 길목에서 사랑을 만나지 않을까.
맞잡은 손에 사랑을 쥐고 걷고 있겠지.
우리 조금 더 걷자.
하루씩 서로에게 더 가까이 붙어 걷자.
서로의 향이 서로에게 베어 날 만큼.
4. 호수
Lyrics by 기덕(9duck)
Composed by 기덕(9duck)
Arranged by 기덕(9duck), 헤르쯔 아날로그(Herz Analog), 파랑망또
String Arranged by 기덕(9duck), 헤르쯔 아날로그(Herz Analog)
힘들여 닿지 못할 곳 너무 오래는 그리워 말았으면.
그 마음 흐르는 대로 두다 보면 바다 만한 호수가 되어버릴텐데.
호수에 잠겨 이 참에 숨어버리지는 않을까.
여린 마음 하루에 몇 번이나 무너지고 깨지려나.
그 슬픔을 가늠하는 탓에 나는 걱정에 잠긴다.
나는 널 어쩌면 좋을까. 우린 서로를 어쩌면 좋을까.
5. 아파하는 꽃들에게
Lyrics by 초승(CHOSNG), 박보람
Composed by 박보람
Arranged by 박보람
구름에 가려 보이지 않더라도 그대는 별이며,
지는 계절에 잎이 떨어진대도 그대는 꽃이다.
지독한 바람에 휘청이는 마음결은
부러지지 않으려 잠시 가늘어진 것 일테니,
부디 나 바라는 마음은 그대 그 자리에서
바람 거센 긴긴밤을 견디어 내일의 아침을 마주하길.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