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히언' [행후감(行後感)]
인도와 네팔 여행, 그리고 그 90일간의 기록. 사막에서 바다로, 바다에서 히말라야로. 여행 내내 써 내려간 습작들이 히말라야에 다다라 음악이 되었다. 옛 히피들의 종착지가 된 포카라 와 그곳에서 멀리 떨어지지 않은 베그나스 라는 호숫가 마을에서 여행의 마지막 며칠을 머물렀다. 하루 종일 할 수 있는 것은 호수를 바라보며 앉아 기타를 치는 것뿐이었다. 여행 중 마주한 아름다운 산, 바다, 호수, 사막, 그곳에서 만난 아이들, 그리고 갑작스레 현지로 전해져 온 우리 아이들의 슬픈 소식까지.. 그 모든 것들이 노랫말로 변했다. 그 순간의 솔직한 마음들이 그대로 음악에 묻어났다. 산뜻한 레게로, 진중한 포크로, 얄궂은 스카로, 그리고 떼쓰는 듯한 컨츄리로. 참 많은 세상을 경험했다. 순간순간이 정말 소중하고 이미 그리워서 그 느낌을 오랫동안 간직하고 싶었다. 그 아쉬움도 노래가 되었다. 책을 읽고 독후감을 쓰듯, 이번 여행을 마치고 ‘행후감’을 남겼다. 앨범으로 남기고 싶어 이 여행을 담은 노래들을 모았다.
여행했던 그 순간의 감정을 그대로 담고 싶어 모든 녹음은 one-take 방식을 지향했다. 레게 라디오와 페스티벌 레게존으로도 유명한 ‘와다다 사운드’와의 작업은 여행지에서 느꼈던 그 감성을 최대한 재연하는데 훌륭한 에너지로 작용했다. 노래를 제외한 거의 모든 파트를 동시에 녹음해서 그 공간감과 시간을 동시에 잡으려 애썼다. 하루는 정릉 김반장 형님 집 안마당에서 예전에 잘라 놓았던 드레드 머리를 장작불에 태우면서, 또 하루는 망원무중력연구소에 모여 동네 친구들과 함께, 또 며칠은 자연 속에서 노래하고 싶은 마음에 가평 연인산과 장성 축령산으로 찾아가서 녹음을 진행했다. 흐르는 개울물소리와 가끔 울어대는 새소리를 들으며 야외에서 산등성이를 바라보며 노래했던 순간은 영원히 잊지 못할 것이다.
모든 녹음을 끝마칠 무렵, 뒤돌아보니 [행후감] 덕분에 또 수많은 여행을 하게 되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이제 [행후감] 이 세상에 나오는 그 날, 또 한 번 여행을 떠나야겠다고 마음 먹었다. [행후감] 을 듣는 이들이 잠시나마 여행을 다녀오는 기분을 느끼길 바란다. 그리고 그들도 작은 수첩 하나 챙겨 들고 어디론가 훌쩍 떠나보는 것도 참 좋겠다. 여러분의 ‘행후감’은 어떤 모습일지 궁금하고 기대가 된다.
[행후감(行後感) 김반장 review]
통기타 한대와 목소리 그리고 포크와 레게, 문법이 정확한 영어 가사 그리고 약간의 컨트리 휠링. 이것이 저에게는 태히언하면 떠오르는 것들입니다. 갑자기 인도와 네팔 여행을 다녀오겠다고 하면서 떠났다 다시 온 태히언의 모습은 이전과는 좀 다르게 느껴졌습니다. 여행 이후 처음으로 행후감 콘서트를 갔을 때 뭔가 시야가 넓어진 느낌이랄까. 그런 느낌을 받았습니다.그리고 그 이후 이번 여행에 대한 앨범을 내겠다고 하더니 그것을 저도 지금 듣고 있습니다. 이번 앨범은 이 전작들에 비해 가장 태히언답고 듣기에 편안한 앨범이 아닌가 싶습니다.
태히언이라는 가수가 가진 독특함이 이 앨범에 아주 편안하게 담겨 있고 멜로디와 창법 그의 가사들이 제자리를 찾아서 안착한 듯한 느낌을 줍니다. 이런 것이 태히언이 할 수 있는 태히언의 자연스러움이 아닐까 싶습니다. 저 개인적으로 "갈 수"라든지 "어기여라 디히야"에서 들려지는 폭넓어진 감성이 듣기가 좋고, 특히 "행후감"같은 트랙은 이 앨범의 백미가 아닌가 싶을 정도로 인상 깊습니다. 마지막 트랙 "The Wise Man"은 태히언의 컨트리곡으로 예상치 못한 선물 같은 느낌입니다. 서두르지 않고 한 발 한 발 나아가는 레게템포 뮤지션 태히언의 인간적이고 편안한 분위기를 많은 분이 느껴볼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태히언의 [행후감]을 통해 우리도 잠시 일상에서 나와 그때 그곳을 함께 여행할 수 있기를 바랍니다.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