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럼연주의 무한한 가능성을 끄집어내어 새로운 길을 제시하다. '임용훈' [New Way]
대한민국 드럼계에서 임용훈은 혹독한 연습과 연구를 통해 단순히 드러밍을 꺼내 쓰는 재료로서가 아닌 하나의 어휘로 발전시킨 형태를 갖추고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그는 독보적 색채의 테크니컬한 연주를 구사하는 동시에 매우 약한 음부터 가장 강한 음까지의 다이내믹을 표현하는 터치가 일품인 연주자이다. 밴드 '악퉁' 의 드러머, 여러 가수의 세션 드러머 그리고 대학 강의나 클리니션으로서 다양한 활동영역을 보여온 '임용훈' 은 자신에겐 솔로 아티스트로서 흥미가 가장 많은 것을 발견하고 2013년에 첫 솔로앨범 [Dark&Light] 를 선보이게 된다. 이 앨범을 통해 그의 안에 있던 다양한 어휘들과 생각들을 접목시키며 테크닉을 겸비한 감성적인 음악들을 선보일 수 있었다.
하지만 또 다른 갈증이 시작되었다. 그것은 바로 드럼은 과연 멜로디를 연주할 수 없는가 였다. 드러머라면 누구나 한번쯤 해볼 수 있는 고민이지만 섣불리 시도할 엄두를 내지 못하는 부분이기도 하다. 단순히 드럼의 통들을 음계에 맞춰 튜닝하는 것은 어렵지 않다. 하지만 드럼에 앉아서 드러머가 타악의 에너지를 전달하지 않고 멜로디만 드럼 통들로 연주하고 있는 모습은 그리 매력적이지 않은 부분이기도 하고. 잘못하면 단순한 '쇼'의 형식으로만 비춰질 수도 있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하지만 '임용훈' 은 그 안에서 새로운 가능성에 대해 끊임없이 탐구했고 결국 지금까지 그가 해온 드럼솔로 스타일을 적용하면서도 원곡이 가진 멜로디를 표현할 수 있는 솔로 방식을 만들 수 있게 되었다. 그는 멜로디를 연주하면서도 드럼솔로에 여러 가지 테마를 불어넣어서 다채로운 솔로형식으로 발전시키는 연습을 하게 되었고, 기존에 우리가 익히 들어왔던 곡들의 멜로디를 이용해서 한 곡씩 작업을 진행하며 앨범을 완성하기에 이르렀다.
이 앨범은 기본적으로 다른 기악파트는 배제된 채 드럼솔로로만 이루어져 있는 앨범이며 Funk, Brazilian, Afro-Cuban, Swing, Shuffle, Drum & Bass, New Orleans 등 수많은 장르에 사용되는 리듬들을 완벽하게 선보이고 있다. 또한 그 안에 숨어있는 친숙한 멜로디들은 꼭 드러머가 아니더라도 듣는 재미를 더해주는 요소가 되고 있다. 드러머가 가져야 하는 본연의 자세를 뜻하는 1번 트랙 "The First Important Thing" 을 시작으로 스페인의 거친 투우사를 연상시키는 격정적인 2번 트랙 "I Love Madrid", Afro-Cuban 의 향기가 물씬 풍기는 3번 트랙 "Trip To Tunisia", 우리의 민요 아리랑을 폴리 리듬 (Poly Rhythm) 으로 테크니컬하고 박진감 넘치게 편곡한 4번 트랙 "Arirang", 어린 시절부터 들어온 "학교 종이 땡땡땡" 의 멜로디를 Drum & Bass 의 빠른 스피드로 위트 있게 연주한 10번 트랙 "Jungle School bell" 등 위트 넘치는 아이디어와 감각적인 연주로 총 14트랙이 수록되어 있다.
우리의 귀는 다양한 악기들과 사운드에 친숙하기 때문에 드럼만 듣는다면 다소 부족하게 느껴지지 않을까라는 생각도 해보았지만 그가 앨범에서 펼쳐나가는 압도적인 테크닉과 여러 장면들, 그리고 그 안에 스며든 멜로디를 듣고 있으면 어느새 그런 생각은 잊혀져 버린다. 대한민국 최초의 드럼솔로로만 이루어진 앨범이고 세계적으로도 흔치 않은 결과물인 '임용훈' 의 이번 앨범은 다분히 실험적이고 도전적인 앨범이지만, 현재에 안주하지 않고 더욱 더 자신만의 영역을 개척해나가는 그의 행보를 보며 앞으로 그가 해나갈 더욱 새로운 결과물들을 기대해본다.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