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색' [The Haunted Land]
안녕하세요, '모색' 입니다. 정규 2집 앨범 [The Haunted Land] 를 발표하게 되어 스스로도 놀랍고 대견하기까지 합니다. 2012년 5월, 1집 [Progression] 을 선보이고 3년 7개월만입니다. 당시 저희는 국내 재즈 씬에서는 흔하지 않은 스타일을 시도했었고 그러한 음악적 탐구를 공감해 주신 분들도 적지 않아서(우리 기준이지만) 무척 기뻤던 기억이 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음악 시장 환경과 밴드 사정 등 여러 이유로 2집을 낼 수 있을지는 내내 자신 없었습니다. 하지만 하고 싶은 음악이 다시금 마련되고 그것을 생산해야 한다는 직업적 욕심, 더불어 새 음악의 공감에 대한 기대가 또 한 번 가시적인 결과물을 만들게 한 것 같습니다. 한편으로 이것은 음악이 직업인 사람이라면 마땅히 해야 하는 생산 노동일지도 모르겠습니다.
어쨌든 두 번째 정규 앨범이 나왔습니다. 이번 앨범은 많은 논의 끝에 CD를 찍지 않고 디지털 앨범으로 발표하기로 결정했습니다. 새로 산 CD의 랩이 잘 벗겨지지 않을 때의 조바심과 플레이어에 디스크를 넣는 설렘, 음악을 들으며 재킷을 천천히 들여다보는 즐거움을 모르지 않지만 아쉬움을 접었습니다. 찍어 낸 CD들이 부담 섞인 애물단지가 되는 것도 안타까웠고, 과거와는 달라진 음악 감상의 주된 방법과 수단에 맞춰 가는 것이 더 효과적이지 않을까 생각했습니다. 혹시라도 나중에 필요할 때, 가령 많은 이들이 CD로 찍어달라는 요청을 해 주시는 이 시대 한국에서의 ‘기적’과 같은 일이 생긴다면 예쁘게 만들도록 하겠습니다. '모색' 은 보컬 '큐한', 트럼펫 '브라이언 신(신영하)', 피아노 '김가온', 베이스 '정영준', 드럼 '김홍기' 까지 5명입니다. 특히 2014년 초부터 새로 합류한 드러머 '김홍기' 는 꽹과리와 징을 함께 연주하며 모색의 음악에 한국적 느낌을 멋지게 녹여냈습니다.
이번 [The Haunted Land] 는 1집 [Progression] 과 마찬가지로 프리재즈, 록, 펑키, 국악 등 다양한 장르 요소를 섞었습니다. 하지만 지난 앨범이 다양성 자체에 주력했다면, 이번에는 그 다양성을 활용하여 하나의 이야기에 집중하고자 했습니다. 수록된 6곡 전체가 어떤 이야기를 둘러 싼 배경음악이 되는 컨셉 입니다. 그 이야기의 내용이 무엇인지는 듣는 사람의 몫이 될 것이며, 이를 위해 6곡 모두 가사 없이 만들어졌습니다. 모쪼록 저희 음악을 듣는 동안 많은 분들이 상상력을 발휘하여 재미있는 이야기가 뭉게뭉게 떠오르면 좋겠습니다. 마지막으로 '모색' 2집 [The Haunted Land] 에 많은 관심과 애청을 부탁 드립니다. 감사합니다. ('모색' 드림)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