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ORA (노라)' [그해 여름]
"작곡가 중심의 프로젝트를 지탱하는 건 결국 송라이팅과 보컬의 선정이다. 서정적인 팝의 감성으로 마무리된 NORA의 이번 앨범 역시 매력적인 멜로디와 조화로운 보컬의 기용을 통해 듣는 즐거움을 한껏 선사한다. '그해 여름'의 폭발적인 후렴이 특히 강렬하다.” / 이병주(음악평론가)
[NORA. 뮤지션들을 한 곳으로 모으는 힘]
NORA는 작곡가 문서인의 프로젝트다. 작곡가가 중심이 되어 여러 뮤지션과 협업하여 앨범을 제작하는 이러한 포맷은 유희열의 토이, 신익주의 이그나이트 등과 유사하다. 일본어로 길고양이와 들개를 각각 野良猫(노라네코), 野良犬(노라이누)라 하는데, 정착하지 못하고 떠도는 삶을 뜻하는 '野良'의 발음을 딴 NORA는 ‘머물지 못해 불안하고 비틀거리는 자유’의 의미를 지닌다.
[그해 여름]은 모이다밴드, 애쉬그레이의 전(前)보컬 및 자라섬 국제재즈페스티벌 참여, 다수의 드라마 OST 참여 등의 다양한 경력을 가지고 있고 2015년 3월 싱글 [어른]으로 솔로 활동을 시작한 마현권과 싱어송라이터 '프린'이 보컬 피쳐링으로 참여하였다. 그리고 오렌지캬라멜, 애프터스쿨, 애쉬그레이, 클릭비, 한승희(먼데이 키즈) 등 많은 뮤지션과의 작업 이력을 가지고 있는 한호철이 편곡 및 키보드를, 밴드 소란의 기타리스트 이태욱과 최근 많은 공연에서 라이브 세션으로 활동 중인 백경진이 참여했다.
'그해 여름'은 모던록 전형의 밴드 사운드에 풍성한 스트링 편곡이 더해진 색다름을 보여준다. ‘눈물이 가득했던 세상’은 심플한 피아노 루프에 힘을 빼고 담담하게 부르는 보컬이 올려져 있으며, EBow를 이용한 기타 솔로는 공간을 가로지르는 듯한 느낌을 준다.
[1,594km의 길고 짧았던 2015년 그해 여름. 그 시절 당신과 나의 이야기]
'그해 여름'은 2010년 12월 6일에 서울대공원에서 탈출한 말레이곰 '꼬마'에게서 영감을 받은 곡입니다. 탈출한 지 9일 만에 포획되었고, 포획되기 전까지 '꼬마'가 처음 보고 느낀 우리 밖 세상에 대해 제 음악으로 이야기하고 싶었습니다. 사실 데모는 2013년 중에 이미 완성되었고, 진작에 발표되었어야 할 이 곡이 이제서야 발표된 이유는 음악에 담긴 저의 이야기가 없어서였습니다. 앞서 작성된 대로 작곡 동기는 분명 있었지만, 저의 이야기가 곡에서 빠지면 그 곡은 있으나 마나 한 것이니깐요.
그러던 와중 2014년 말에 "2015년 여름 휴가 땐 '꼬마'의 마음을 가지고 홀로 여행을 가보자"라고 결심을 하게 되었고 2015년 8월, 3박 4일에 걸쳐 총 1,594km의 거리를 여행했습니다. 영등포 부근에 있는 본가에서 출발해서 증도, 나주, 해남 유선관, 강진 다원, 남해 다랭이 마을, 남해 독일 마을, 경주의 한국대중음악 박물관을 거쳐 7번 국도를 타고 강릉에 도착한 후 다시 서울로 돌아왔습니다. 지나간 아픔과 슬픔을 덜어내고 새로 시작된 인연과 사랑에 하루하루 충실하기로 마음을 먹고 돌아온 여행이었습니다. '꼬마'도 그런 마음으로 청계산을 떠돌았을까요? 그는 저보다 긴 8일이라는 시간 동안 많은 것을 생각했을 거에요.
하지만 아쉽게도 3박 4일간의 여행을 마친 후 저에게 다가온 것은 예상치 못한 또 다른 아픔과 슬픔이었습니다. 과거의 불행이 현재의 인연과 행복에 악영향을 미쳤기에, 제가 혼자 여행 할 동안 홀로 남겨진 누군가가 느꼈을 공허함과 불안함, 상처를 느꼈기에. ‘눈물이 가득했던 세상’은 제가 그 여행을 가 있을 동안 그 누군가가 홀로 느꼈을 감정과 생각에 대해 짐작하고 재구성해서 쓴 곡입니다.
흐르는 시간만큼 기억과 감정은 희미해지겠지만, 기록은 영원합니다. 뜨거웠던 2015년 여름을 이 앨범에 기록합니다. 아픔, 슬픔, 진심, 사랑. 그 모든 것을 이 앨범에 담아 고백합니다. 여행 후 자괴감과 죄책감에 시달리며 몇 날 며칠, 몇 달을 악몽과 불면에 시달리며 마음고생 했던 나날들.. 이젠 훌훌 털고 다시 웃을 수 있기를. 절대로, 과거의 불행이 현재의 인연과 행복에 영향을 미치지 않도록, 어리석은 행동은 두 번 다시 하지 않기를.
10년이 지나도 20년이 지나도 이 앨범을 들으면 2015년 여름이 떠오를 거에요. 마치 제가 이승환 선배님의 '화양연화'라는 곡을 들으면, 2015년 8월 이대역 한 켠의 어느 작은 식당이 생각나듯이 말이죠. 한겨울이 되어서야 2015년 여름의 끝이 보입니다. 전 이제 다시 출발점으로 돌아갑니다.
서울 오류동 작은 카페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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