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O.O' [HOME]
불안을 관통하는 꾸밈없는 알맹이. 밴드 'O.O.O', 자리를 비운 그들의 첫 번째 목적지 EP [HOME]. 'O.O.O' 라 쓰고 '오오오' 라 읽는다. Out Of Office의 약자로 자리로부터 떠나 온 밴드이다. 나를 뒤덮는 막연한 불안에 헤매인다. 내가 잘하고 있는 건지, 원래 이렇게 다 어려운 건지. 타인에게서 해답을 구할 수 없는 나이에 서서 끊임없이 자신에게 질문을 던진다. 답을 찾기 위해 자신을 내던지고 되돌아 보는 것을 반복한다. 이런 시간들을 쌓으며 그들이 발길을 옮긴 곳은 다름아닌 ‘집’이다.
이들의 음악은 불안을 관통한다. 우리는 모두 사라진대도 또 어쩜 아닐지 몰라, 다른 방법 나는 알 수가 없어요, 나는 이대로 사라지는 걸까. 가사 저변에 불안들이 자리하고 있다. 그리고 숨기지 않는다. 멋있어 보이는 말로 껍데기를 씌우지도 않는다. 이것은 숨길 것도 내세울 것도 아닌 자연스러운 자기 자신이기 때문이다.
EP [HOME] 은 꾸밈이 없는 알맹이 그대로이다. 성격에서부터 가치관, 취향, 생김새 하다못해 혈액형까지 모든 것이 다른 넷이 만나 서로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인 것이 음악이 되어 가감없이 담겨있다. 하나의 곡을 만들어 나갈 때 서로의 것을 바꾸지 않고, 다름을 어떻게 아우를 수 있는지에 집중했다. 레코딩에서도 이펙터를 거치지 않은 기타와 앰프 본연의 사운드를 들려준다. 이 모든 말이 자연스러운 것으로 귀결된다. 멤버들이 [HOME] 에 담고 싶어한 것이다. 그 꾸밈없는 모습으로 완성된 것이 'O.O.O' 의 첫 EP [HOME] 이다.
1. "아침" - 가장 따뜻한 말을 전하는 첫 번째 곡. 가사를 쓴 '가성현' 이 굉장히 괴롭고 힘든 시기에 스스로를 위로하는 마음으로 썼다. 이 마음이 누군가에게도 위로가 될 수 있기를.
2. "거짓말" - 곡의 전체가 거짓이다. 이렇게 너 떠나가면 남아있는 난 어떡해라고 쓴 가사를 너와 나의 순서를 바꾸어 이렇게 나 떠나가면 남아있는 넌 어떡해로 만들며 결국엔 다 거짓말인 노래가 되었다.
3. "눈이 마주쳤을 때" - 소심한 우리가 여자에게 말을 걸면 어떻게 될까에서 출발한 곡. 베이스 솔로로 시작해 마지막에 결국 마음을 얻지 못하고 줄행랑 치는 듯한 느낌의 기타 솔로가 하이라이트이다.
4. "잔" - 혼자서 하는 건배사와 같은 가사로 갖은 상념으로 불면에 시달리는 사람에게 자기 위로가 될 노래. 인트로부터 나오는 기타 리프가 매력적이다.
5. "모래" - 자기 마음대로 휘둘러놓고 내키지 않아지면, 쉽게 버리기도 하는 것이 사람의 마음인지도. 제주의 이호테우 해변을 보고 쓴 곡으로 바다 위로 쏟아지는 햇살처럼 느껴지는 기타 사운드에 귀를 기울이면 좋다. 사랑 노래가 아니다.
6. "소녀와 개" - 'O.O.O' 가 '가성현' 과 '장용호', 두 명일 때 만들어 둔 곡으로 데모 버전을 그대로 실었다. CD에서만 들을 수 있다.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