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제공업사' [오늘부터 우리 그냥 사귀는 걸로]
요즘 사람들은 낭만이 없다. 문명의 발달은 우리에게 너무 많은 걸 빼앗아갔다. 버스 안에서 근사하게 책을 읽는 사람도 없어졌고 항상 시끄럽던 동네 놀이터는 한결 깔끔해졌지만 한가해졌고 작지만 북적거리던 목욕탕과 이발소는 이젠 찾기가 힘들고 학교 운동장에는 축구선수 뺨치게 슛을 때리던 꼬마들도 사라졌다. 아, 그리고 뭔가 구수한 냄새가 나던 마른풀이 타는 냄새도 많이 그립다. 하지만, 낭만이 사라진 인스턴트한 요즘 세상에도 다행히도 사랑은 아직 살아남았는데 예전이나 지금이나 새로운 사랑에 가슴은 여전히 두근거린다.
사랑에 빠지던 그 순간, 모든 것이 슬로우 모션으로 느껴지던 그 느낌. 몽실몽실한 느낌의 3박자 왈츠는 어쩌면 가장 완벽하게 그 기분을 기억하게 하는 마법과 같은 장르가 틀림없다. 형제공업사의 이번 앨범은 이러한 느낌을 곡 전체에 골고루 묻혀내며 그 맛을 기억하는 사람들에게 작은 탄성을 선물한다. 특별히 이번 앨범에서는 평소 '형제공업사' 를 아끼는 팬들이 직접 참여한 점들이 곳곳에 눈에 들어온다. 커버사진 공모전을 통해 라면 1박스와 교환한 석지윤 님의 방충망 사진을 앨범커버로 사용하였고, 곡 후반에 등장하는 여자 나레이션에는 '윤하나' 님의 목소리를 실어 얼마 안 되는 팬들의 추억이 될 선물을 하였다고. 요즘 같은 시대에 참으로 낭만적이며 훈훈한 소식이 아닐 수 없다.
오늘부터 우리 그냥 사귀는 걸로 - 한 남자의 행복한 상상이야기. 언제 봤다고, 사랑스러운 눈빛으로 그녀를 바라보며 이미 사랑하기로 마음먹는다. 이러한 긍정의 힘이 때로는 더 큰 참사를 낳기 마련이지만 반복된 실패 속에서도 로맨티스트를 꿈꾸는 진정한 사나이라면 두려워하지 않아야 한다. 멋있는 늑대가 되기보다는 한 마리의 하이에나가 되어 고독한 사랑의 평야를 벗어나기 위해 쉼 없이 질주해야 하는 것이다. 그러다가 이렇게 누군가를 만나게 되면 또다시 홀로 새로운 사랑에 금방 빠져버린다. 부디 남자에게 조금 더 아름다운 세상이 되었으면.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