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아니스트 ‘심택근’의 새 앨범 [택근이 일기장]
“2019년 피아니스트 심택근의 모습이 담긴 작은 피아노 앨범입니다. 혼자만의 고민들, 그리고 누군가에게 하지 못한 이야기들을 연주로 담아 전합니다”
곡 소개 :
1. Where Should I Go?
- 하루 이러쿵저러쿵 지내다 잠들기 전, 피아노 앞에 앉아서 일기를 쓰곤 합니다. ‘잘하고 있는 걸까? 이 모든 것들이 무슨 의미가 있을까?' 생각에 빠져 혼자 중얼중얼, 일기장을 수많은 질문들로 가득 채웁니다.
하고 싶은, 해야만 할 것 같은 일이 생기다가도 과연 이 길이 맞나 확신이 안 생기고 아무것도 하기 싫은 날에 작은방에 갇혀 홀로 긴 시간을 보내곤 합니다. 혼자 있는 그 공간과 시간들이 얼마나 안정이 되며 편한지요. 세상에서 ‘나’라는 존재의 전원을 끈 채 나만의 세계에서 지내는 그 시간들이 얼마나 위안이 되는지 모릅니다.
하지만 그 편한 곳에서 벗어나 어딘가로 가야만 한다는 음성이 계속 들려요. 어디로 가야 하는지는 모르지만, 어딘가로는 가야 할 것만 같은. 어디로 가고 있는지는 모르지만 계속 어딘가로는 가고 있는. 마치 드넓은 바다 위에 파도가 이끄는 대로 흘러가는 유령선과 같이 방황합니다.
스스로에게 계속 같은 질문을 던지고 또 던집니다. ‘어디로 가야 하는 거죠? 제가 가야 할 곳은 어디인가요?’
2. Be Near Me
- ‘내 곁에 있어주세요, 당신이 필요해요’ 이야기하는 곡입니다.
3. Improvisation [Everlasting]
- ‘영원함’에 대하여. 그 영원한 무언가를 계속 찾게 되는 것 같아요. 음악을 연주하고 앨범도 내며 내 삶의 기록에 남기지만 ‘과연 이것들이 영원할까?’하는 생각도 듭니다. ‘영원함’에 대해 갈망하게 되는 건 아마도 ‘영원하지 않음’에 대한 두려움이 있기 때문일 수도 있는 것 같아요. 옆에 있는 이 친구들과 언제까지 바보 같은 짓들을 하며 시간을 흘려보낼 수 있을까, 내 시간의 속도와는 달리 흘러가는 부모님과의 시간은 나에게 얼마나 허락이 될까. 그 헤어짐과 언젠가는 끝날 것에 대한 슬픔이 벌써부터 생깁니다. 그래서일까요, 무언가 새로운 걸 시작하기에 앞서 항상 끝이 있을 거라는 걸 알기에 그 끝이 두려워 우물쭈물하게 되는 경우도 많아요. 그 끝이 어떤 것이든 간에 슬픔과 상처로 기억되기 때문이죠. 이 세상에 영원한 것 있을까요?
4. Improvisation [I Know, I Loved Her]
- ‘나도 알아, 난 그녀를 사랑했어’ 이야기하는 곡이에요.
5. He Watches Over Us
- 해군 군 복무 시절 함상 근무를 할 때 바다의 다양한 모습들과 마주치곤 했어요. 하루는 견시 근무를 서고 있는데 해가 질 녘이었죠. 온 바다가 주황빛으로 물든 그 광경을 지금도 잊을 수가 없어요. 슬퍼 보이면서도 무언가 행복해하는 바다의 모습.
또 하루는 어두컴컴한 밤에 근무를 서고 있는데 하늘을 보았더니 무수히 많은 별들이 저를 바라보고 있었죠. 저건 할아버지 별, 할머니 별, 엄마 별, 아빠 별, 누나 별, 고양이 미미 별, 친구들 별. 그 혼돈 속에서도 고요하고 위로가 되며 무언가 숙연해지는 광경. 화가 나서 금방이라도 우리를 삼킬 것 같은 파도에 걱정하다가도 ‘하늘을 보면 우리 지켜주시는 분 한 분 계시니 두려워할 것 없네’ 고백하던 시절이었죠. 인생길 걷다가 험한 파도가 몰려와 스스로 약해질 때에 ‘그럼에도 하나님이 함께하시네’, ‘좋은 길로 인도해주시네’, ‘우리를 지켜봐 주시네’ 고백하는 곡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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